첫 돌 편지
선우야.
1년 전 우리 네 가족은
깊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에서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인능산을 거닐고 있었다.
네가 건강하게 나오기를 기다리며
엄마가 수월하게 출산하기를 기원하며
아름다운 가을 기운이 선우 너와 우리 가족에게 스며드는 것을 느끼며
함께 하는 시간을 만끽했다.
그러다 청계산 곤드레집에서 저녁을 먹다 시작된 진통에
우리는 설레면서도 긴장하며 병원으로 향했고
그날 밤 11시 39분에 너를 만났다.
그리고 오늘,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너는 정말 잘 자라주었다.
가끔 아프기도 했지만 고맙게도 잘 이겨내 주었고
흔한 잠투정도, 밥투정도 거의 하지 않는 네 덕분에
엄마와 아빠는 생각보다 평화롭게 첫 100일과 첫 돌을 맞이하게 되었다.
너의 웃음은 큰 행복이었다.
형 서우의 코 찡긋 웃음이 똑같이 나오는 걸 보며
놀랍기도 하고 피로 이어진 형제를 실감하며 감동을 받기도 했다.
누워서 꼬물거리던 네가 몸을 뒤집고
끙끙거리며 낮은 포복을 하던 네가 두 손 두 발로 기고
이제는 잠깐동안 홀로 서기도 하는 것이
여간 기쁘고 기특하면서도
다시는 오지 않을 더 어린 날들과 작별해야 한다는 게 뭉클하기도 했다.
얼마 전 형에게 물려받거나 지인에게 받은 옷가지를 정리했다.
미처 입지 못한 옷과 이쁘게 잘 입은 옷 중에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할 것과 지인에게 물려줄 옷을 정리하며
너의 한 시절이 지나가버렸음을 실감하며
정리하는 내내 슬픔과 아련함에 젖었다.
그것은 어쩌면 앞으로 삶의 어느 순간마다 마주하게 될
지난날과의 작별을 예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지난날과의 작별을 마주하는 것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드문 일이 되어간다는 것을
너의 형과 만 8년 가까이 지내며 직접 경험했던 것이라
더욱 강하게, 깊게 다가오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에겐 만남 또한 남아 있다.
앞으로 아빠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너를 매일 만나갈 수 있다.
그 매일을 무엇으로 채워갈지는 오롯이 아빠의 몫이라는 걸 안다.
너와 함께 따뜻하고 밝은 하루하루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그래서 선우 네가 자라면서
우리 집이 참 좋다, 우리 집에 오길 잘했다, 우리 가족들이 제일 좋다고
하면 좋겠다.
우리 둘째의 첫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가을 하늘 아래 반짝이는 햇살 같은 나의 아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