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우와 산책을 매일 하는 편이다.
여기저기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다 가보고 있는데
재활용장에 한번 들어가 보더니
단지 내에 있는 모든 재활용장마다 가자고 한다.
그러다 한 곳만 꼬박꼬박 들르기 시작했다.
왜 이런 쓰레기들이 모인 곳으로 자꾸 가자고 할까?
"선우야 여기는 지지야" 하면서 빨리 데리고 나가곤 했는데
어느 날 문득 왜 가자고 할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선우를 가만히 보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재활용장 지붕에 떨어진 낙엽이 가을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묘한 울림이 있는 풍경이었다.
딱 이 한 곳만 그랬고 다른 곳은 그렇지 않았다.
선우는 이곳을 기억하고 있었다.
2.
아파트 단지에서 뒷산으로 바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있는데
한 번은 힙시트에 앉혀서 산을 갔다.
그랬더니 그 갈림길을 기억해서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산으로 올라가자고 들썩들썩한다.
산에 들어서면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가 산을 좋아하는 게 참 좋다.
나중에 온 가족 모두 개마고원 트래킹 가보고 싶다.
3.
아이를 힙시트에 앉히고 매일 1시간씩 걷게 됐다.
원래 이 정도까지 걷지는 않았는데
선우가 점점 밖에 나가는 걸 원하기 시작했고
나도 집안에서 했던 놀이 또 하는 게 지겹기도 했다.
다행히 둘 다 만족하고 있다.
물론 선우가 산책 후 돌아와 뻗었으면 제일 좋겠지만...
1시간 내내 안겨 있던 아이는 오히려 충전이 됐는지 더 열심히 논다.
그래서 신발을 신기고 가급적 내려서 놀리려고 하는데
내려서는 30초~1분 있다가 다시 매달린다.. ㅋ
아장아장 걷게 되는 날을 기다리며
내일도 산책 나가서 까치랑 고양이랑 개미를 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