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0분 글쓰기
지난 주말, 아내와 집 앞 카페에 갔다. 2016년 한 해의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마침 좌식 자리가 비었고 전기로 바닥을 따뜻하게 할 수 있었다. 사람은 우리만 있고 차 한 잔 씩 시켜서 느긋하게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누굴 기다릴 필요도 없고, 끝내야 할 마감시간도 없는 온전히 우리 둘만의 시간이었다.
각자 하고 싶은 일 혹은 해야 할 일을 자유롭게 적었다. 적고 나니 크게 자기계발, 건강, 경제, 임신 등의 주제가 있었다. 각자 적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주고받으며 함께 할 일과 따로 할 일을 구분했다. 함께 할 일은 조만간 프로젝트화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나의 따로 할 일 중 하나가 매일 30분 글쓰기다. 꾸준히 하는 근육을 키우기 위함이다. 사실 나는 글쓰기 외에 영어공부, 책 읽기, 아침운동, 저녁운동도 해야 한다. 적고 보니 사람들 만날 시간이 있을까 걱정되긴 했지만 일주일에 하루는 완전히 자유시간으로 풀어놓아 조절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글은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제가 잡히리라 생각한다. 꾸준히, 정해진 시간에 적절한 분량의 글을 적합한 표현으로 쓸 수 있는 훈련을 해나가려 한다. 일상에서 새로운 일이 생기게 되면 그쪽을 잡고 쓸 수도 있고, 그럴 일이 없는 날은 평소에 본 영화, 책, 만화 등의 리뷰를 적을 수도 있다. 사실 돌아보면 매일 적어 기록할 일은 무수히 일어나지만 뒤이어 오는 다른 사건의 파도에 휩쓸려 갈 뿐이다. 내가 그동안 썼던 글은 파도에 휩쓸려 가기에는 무거운 일이나, 나 자신을 파도 아래로 끌어당기는 어떤 유혹, 또는 끊임없이 몰려오는 파도를 타고 노는-아주 드물게 찾아오는 재미가 있을 때 나온 것들이다. 어릴 때도 일기를 꾸준히 써본 적이 없는 내가 나이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 쓰게 될 글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시간을 정해놓고 쓰는 것이 참 묘하다. 지나치게 고민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쓴다. 그러면서도 순간적인 자기검열-다른 사람의 반응을 미리 그리게 된다. 몇 분까지만 적고 다시 고쳐 써야 하나 싶다가도 되는대로 놔둬보자는 생각도 든다. 아내와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하던 순간을 떠올리니 일단 적는 데 집중하는 걸로 방향을 잡는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것과, 그로 인해 개인의 내면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를 알고, 연인을 알고, 아내를 알아가고 있다.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관계의 실제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드러난 모습을 받아들이면서 내가 넓어져간다. 스스로 이런 경험을 지속해가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다. 관계로 힘들어하거나 누구에게 물어보기 어려운 내면의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이런 도움을 주는 것을 일로 할 수 있을지 탐색하는 중이고, 적절한 방편을 찾으려 한다. 당장은 내가 경험해봤던 에니어그램을 좀 더 심화해서 공부해보려 한다. 실제로 나와 친구들 사이에 적용하며 인간에 대한 이해의 틀이 조금 넓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쪽 분야에 남자 강사는 드물다 하기에 더욱 끌린다. 내년 이맘 때쯤 직접 워크숍을 진행하는 나를 상상해본다.
시간이 아직 4분이나 남았다. 생각보다 30분이란 시간이 집중하게 되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하기로 한 것을 얼마다 꾸준히 할 수 있을지, 아내와 서로 격려하고 때론 지적해가며 잡아가겠다. 이제까지는 다른 사람이 생산한 것을 소비하는 것이 90, 내가 스스로 생산하는 것이 10이라면 올해는 남의 것 60, 나의 것 40으로 비중을 바꿔보겠다. 오늘이 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