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0분 글쓰기
12시가 넘었다. 엄밀히 따지면 하루가 넘어갔지만 이 정도는 봐주기로 한다. 어쨌든 쓰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물론 쓰지 말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아내도 오늘은 그냥 넘어가도 된다 하니 더욱 그랬다. 그렇지만 매일 글을 쓰겠다 공언한 것을 하루 만에 어기는 것이 싫었다. 스스로 그것이 중요해서라기보다 나의 글을 읽었을 사람의 생각, 감정 등이 중요해서였다. 평판, 명예라고 해도 될까.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욕구가 있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도 있지만 불교에도 5욕이 있다(고 들었다). 식욕, 색욕, 물욕, 명예욕, 수욕. 먹고, 사랑하고, 가지고, 인정받고, 쉬고 싶은 욕구. 모든 욕구가 내 안에 있지만 일상적으로 가장 크게 걸리는 것은 명예욕과 수욕이다. 성격이 활달하거나 나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보이)는 나는, 그러나 속으로 누구보다 앞에 나서서 주목받고 싶어한다. 다만 나서서 잘 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쪽을 선택한다. 그리고 흐름을 잘 지켜보다 한 번 툭 치고 들어가거나, 나서서 잘 못할 것 같은 이미지를 평소에 잘 쌓아두고 가끔 기회가 왔을 때 빼지 않고 나서며 기대치보다 높은 행동을 보여준다. 객관적으로 결코 잘한다 할 순 없지만 쟤가 저런 것도 할 줄 알았어? 하는 거랄까. 물론 계산하고 하는 행동은 아니다. 이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나의 삶의 전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명예욕은 살아가는 큰 동력이 된다. 인정받기 위해 공부를 했고, 인정받는 게 즐거워서 축구를 더욱 열정적으로 했다. 그래서 나름 이름 있는 학교에 갔고, 군대에서는 다른 부대와 시합할 때 꼭 대표로 뽑혀 나갔다. 글은 고등학교 때부터 종종 써왔지만 스스로 만족스러운 글을 쓰고 싶은 욕구와 그 글에 대한 반응을 기대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항상 뒤엉켜 있었다. 감상이 글을 시작하게 했다면, 반응에 대한 기대가 글을 이끌어나갔다. 지금껏 공개하지 않은 글은 군대 안에 있을 때 헤어진 아픔을 달래려 썼던 노트 한 권뿐이다. 지금 이 글도 그렇다.
그러나 쉬는 것에 대해 항상 목말라 있는 나는 출근하는 전날, 12시가 넘은 시간에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상황이 불편하다. 결국 내가 노닥거리며 이런 상황을 선택했음에도 자꾸 이유를 밖에서 찾고 싶다. 오늘 퇴근 후에 생리통에 괴로워하는 아내가 다른 것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유튜브에서 끊임없이 재밌는 동영상을 같이 돌려 봤다. 그렇게 보다 보니 오히려 내가 집중해서 보고 있고 아내는 종종 다른 일을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12시가 다 됐고 나는 이 상황이 불편했다. 일단 설거지를 하니 아내가 곁에서 다른 것을 정리했다. 그러자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내가 상황 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꼭 해야 한다거나 하고 싶다라는 것은 결국 생각이다. 내가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가 바로 내 마음이다. 그래서 불편했나 보다. 생각과 행동이 다른 상황에 대해 불평하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을 얻길 바라고 있었다. 오늘, 아니 어제 읽은 여러 글 중 한 문장이 떠오른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 상황이 아니라,
그것을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할 괴로움을 얼마나 즐길 수 있을지를 보아라
이러니저러니 해도 쓰는 것은 즐겁다. 아침 출근길이 졸리긴 하겠지만 잠자리에 드는 마음은 편안하다. 이렇게 점 하나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