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편
결국 통하는 것은 진심이다.
원래 슈독을 읽을 생각은 없었다. 나는 창업가의 인생에 관심이 없었다. 나이키가 대단한 기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안 그래도 밀려있는 독서목록에 이 책을 추가할 만큼 나이키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슈독이 현재 참여하는 독서모임의 지정도서가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책을 펼쳤다. 달갑지 않은 마음으로 서문을 읽기 시작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60쪽을 읽고 있었다. 책을 덮고 바로 메모장을 켜서 독서목록 맨 앞에 “슈독”을 적었다. 슈독을 접하기 전까지는 자서전이 이렇게 재밌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자서전을 거의 읽지 않았다. 소설을 주로 읽었다. 자서전은 소설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둘 다 이야기를 전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를 전하고 자서전은 실제의 이야기를 전했다. 전혀 다른 성격의 쌍둥이를 보는 것 같았다. 오묘하고 신기했다. 그런데 어쩌면 자서전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슈독이라는 책 자체에 흥미를 느낀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슈독이 자서전이 아니라 소설이었다고 해도 나는 슈독을 즐겁게 읽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필 나이트가 살아온 생애도 놀라웠지만 나는 필 나이트의 글솜씨에 감탄했다. 기업가가 되려면 글재주가 뛰어나야 하는 건가? 슈독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필 나이트는 복잡한 문장을 쓰지 않는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야기한다. 심지어 글을 웃기게 쓴다. 적대적인 세관원과 논쟁을 벌이며 함께 부들거리는 모습을 묘사한 구절에서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제 우리는 명콤비를 이루었다. 그는 미친 듯이 왔다 갔다 하고, 나는 격앙된 자아를 꼭 감쌌다.” 나는 웃긴 글을 사랑한다.
슈독은 연도별로 목차를 구성해 놨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챕터는 단연코 “1974년 오니쓰카와 결별하다”였다.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 리본은 오니쓰카에서 신발을 납품받아 미국에 판매하던 회사였다. 다시 말해, 블루 리본은 오니쓰카로부터 탄생한 회사였다. 블루 리본은 점차 성장하여 나이키라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게 되었다. 오니쓰카는 블루 리본이 직접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이 계약 위반이라고 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블루 리본은 어쩔 수 없이 법정 싸움에 휘말렸다. 오니쓰카와의 재판전에서 패배하면 블루 리본은 파산할 게 확실했다. 오니쓰카 측은 소송에서 거짓말을 일삼으며 블루 리본을 위협적으로 공격했다. 블루 리본은 오니쓰카의 모략에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블루 리본은 강했다. 부드럽고 유능한 변호사 하우저, 시멘트처럼 견고한 독서광 존슨, 영혼이 순수한 청년 이와노 등 뛰어난 영웅들이 필 나이트를 도왔다. 그들이 활약하는 모습은 삼국지의 조자룡이나 제갈공명을 연상시켰다. 팽팽한 대결이었다. 과연 블루 리본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숨죽이며 한 문장씩 읽어나갔다. 싸움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겠다. 직접 읽고 즐거움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나이키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필 나이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당신은 우리 사람입니다.” 우리 사람. 그는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우리는 비상식적인 기업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일을 신나게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하는 일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골리앗을 잡으려고 한다. 비록 스트라세가 골리앗보다 두 배나 더 크지만, 우리는 진심으로 그를 다윗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브랜드뿐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려고 한다. 우리는 복종, 진부함, 단조로움을 거부한다. 우리는 제품뿐 아니라 아이디어, 즉 정신을 팔려고 한다. 나는 그날 내가 스트라세에게 이 말을 할 때까지는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책을 완독하고 생각해보았다. 필 나이트는 어떻게 나이키를 설립할 수 있었을까? 아니,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필 나이트는 어떻게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그가 전공했던 경영학 덕분에? 그럴 수 있다. 경영학은 회사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주변에 인재들 덕분에? 물론이다. 이토, 존슨, 우델, 프리폰테인 같은 여러 슈독이 없었다면 필 나이트는 실패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것도 핵심적인 이유는 아닌 것 같다. 필 나이트의 성공에 가장 깊은 뿌리가 무엇이었을까?
포틀랜드로 차를 몰면서 림버 업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백과사전을 제대로 팔지 못했다. 게다가 그 일을 싫어했다. 그나마 뮤추얼펀드는 좀 더 많이 팔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 일도 싫었다. 그런데 신발을 파는 일은 왜 좋아하는 것일까? 그 일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달리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매일 밖에 나가 몇 킬로미터씩 달리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내가 파는 신발이 달리기에 더없이 좋은 신발이라고 믿었다. 사람들은 내 말을 듣고 나의 믿음에 공감했다.
믿음, 무엇보다도 믿음이 중요했다.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