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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트윤antyoon Jun 25. 2024

0:00 진공의 시간 at. 프람프트프로젝트

0시 00분, 절대적인 시간.

세상은 아주 잠깐 숨을 참아

Words by Jeong-Yoon Lee


사실 그동안은 전시를 보는 저의 관점은 작가의 깊은 내면의 시간 속 질문과 마주하기보단 인스타그램에 올릴 용이거나 블로그에 리뷰할 필요에 의한 관람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24년 상반기 가장 인상 깊게 읽은 토드로즈의 "집단착각"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예술은 이런 관점으로 봐야겠구나라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때로는 예술 앞에서 우리가 벌이는 인간적인 어리석음을 깨닫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예술이 우리를 어리석음의 선잠에서 깨워줄 때도 있다. 우리 스스로의 위선과 유해함을 폭로하는 예술 때문에 불편한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예술의 본질이다." - 집단착각


예술의 본질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위대한 예술이 던지는 그 시대의 사회적 혼동과 규범에 던지는 질문과 가장 나쁜 무엇을 파괴하고 싶은지 알아차리고 싶어 졌거든요.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보는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양재천을 산책하다 보면 작은 동네갤러리를 만나는 우연의 기회가 생기거든요.


양재천 저녁산책을 하다가 프람프트프로젝트를 알게 되었어요.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무료전시"를 하는 곳이더라고요. 그리고 해외 위대한 작가들이 아닌 국내에서 현시대에 활동하는 작가님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더라고요. 이곳에서 하는 전시는 절대로 놓치지 말고 꼬박꼬박 챙겨봐야 지란 생각이 들어 처음 보게 된 "Flyby" 기획전을 보고 다음 전시 소식을 기다리다가 6월 13일부터 7월 12일까지 "0:00" 전시를 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어요.


그 어떤 전시를 보기 전에 관련 정보를 찾아보지 않기 때문에 전시장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날것을 염두에 두고 보는 편입니다. 제목부터 0:00가 주는 그 무언의 시간을 감지할 수 있었어요. 전시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시소개를 천천히 읽는데 BTS의 00:00 (Zero O'Clock) 노래가 저절로 떠오르더라고요. 그렇게 저와 작가님의 비밀대화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최근 "무(無) 쓸모, 무(無) 의미"하게 사는 것에 대해 얕은 고민을 해본 적이 있어요. 왜 나는 그동안 스스로 채찍질하기 바쁘게 살았던 것일까? 누가 억만금을 주는 것도 아니었는데? 가끔 그런 회의감이 들 때마다 바빴던 나를 보며 안쓰러워 울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無)"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 시간을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이었거든요.


"형이상학적 개념으로서의 무(無)는 집념과 상념을 버리고 온전히 정신을 비워 침묵하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전시의 제목 <0:00>는 '진공의 시간'을 은유적으로 연상시키고 마주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이미 저는 저의 진공의 상태인 BTS 00:00 (Zero O'Clock) 노래 가사처럼 "그래도 이 하루가 끝나잖아 초침과 분침이 겹칠 때 세상은 아주 잠깐 숨을 참아" 지금 나는, 이전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길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새로운 세계가 열리길 바라며 숨을 참고 있는 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거든요.


가끔 시계를 보다가 느끼는 신비로움을 주는 시간은 같은 숫자가 반복되는 순간이었던 거 같아요. 그중에서도 0:00 더 신비롭게 느꼈던 거 같아요. 오늘의 끝과 내일의 시작을 알리는 0:00의 순간이니까요. 그 진공의 시간에 언어적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이동이라도 할 것만 같은 나만의 몽환적인 씬(scene)을 구성해 보는 솔직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0:00

24. 6. 13. ⏤ 7. 12.

PROMPT PROJECT 프람프트 프로젝트


오희원 Oh Heewon

이영수 Youngsoo Lee

이진형 Jinhyung Lee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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