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나를 지키기 위한 생존 같은 거야.
브런치에 글쓰기를 하고 싶었는데, 2주간 미친 바쁨이어서 드디어 글을 쓴다.
Words by Jeong-Yoon Lee
세상 모든 게 꼴 보기 싫어, 모든 걸 중단했다.
디지털 디톡스라는 핑계로 아이폰앱의 모든 알람을 OFF 하고 모든 일도 그만뒀다. 3개월이 지나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독기가 빠지는 기분이었다.
독기가 빠지니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겨우 주어졌다. 이 나이를 살면서 "미련이 남는 일은 뭘까?"를 고민해 보게 되었다.
직업적으론 홀로서기와 블로거로써는 온라인 수익화에 미련이 남아있다는 걸 알았다. 이 두 가지를 고민하면서 나의 앞으로의 미래도 차근차근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
모든 일을 그만두고 해방감에 맞닥뜨렸을 때 나에게 불안은 없었다. 왜냐면 "뭔지 모르겠지만 어떤 일이 때가 되면 나에게 주어질 거 같아!" 이런 믿음이 강하게 다가왔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1년을 아무런 수입 없이 산다는 것은 사람을 작게 만든다. 일단 쇼핑을 끊고, 자극적인 모든 것으로부터 눈을 감아버렸다.
가장 좋았던 점은 책을 맘 놓고 읽을 수 있었고,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브런치 스토리를 1년에 한 번 내 생일기념에 맞춰 소감정도를 올리는 수준이었다면 쉬면서 100개가 넘는 글을 썼다.
눈부신 성과는 아니지만 올해 7월부터 블로그 수익화를 공부하면서 8월인 지금은 7월 대비 4배가 넘는 수익을 만들어 냈다. 수익은 아주 미미하다. 브런치카페에서 메뉴 하나의 가격이다. 그래도 뭔가 그래프 올라가듯 성과가 보이니까 지속할 마음이 생겼다.
1년을 채울 생각은 없었지만 1년을 채우게 되면서 슬슬 이제는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조카들에게 당당한 이모이고 싶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건 가슴 아픈 가족이야기이므로.. 이것이 나에게 "지금 당장 뭐라도 해!"가 되었다.
가족여행 일정을 소화하던 첫날,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실장님 프로젝트 하나 할 시간이 되어요?", "네!" 바로 응했다. 가족여행을 끝마친 바로 다음날 미팅을 시작으로 현재 나는 사회로 복귀하여 휘몰아치게 일하는 중이다.
1년 내내 불안해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 나의 최적의 수면시간은 몇 시간인가?, 집부터 걸어서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몰랐던 동네 구석구석 둘러보기, 새로운 운동(등산) 시작, 사지 않고 빌려 읽는 독서 등을 하면서 나에서 시작되었던 가지를 자를 건 자르고, 새롭게 뻗을걸 뻗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1년을 불안함 없이 쉴 수 있었던 건 나의 경제적인 대비력이다. 4년 전쯤 느낌이 왔다.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일을 멈추고 싶을 때, 아무 걱정 없이 멈출 수 있게 현금을 확보해야겠다! 그래서 4천만 원 정도를 모아놨었다. 이건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나의 몫이니까.
사회생활한 지 거의 20년을 채우고 있는 중이다. 사회생활 20년 정도가 되면 경제적으로, 커리어적으로 안착해서 최상의 성과를 뽐낼 때 아니야?라고 하던데, 나는 아쉽게도 아니었다.
그래서 모든 걸 중단하고 OFF 시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남은 여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 던진 질문과 찾은 정답 속에서 또 방황이야 하겠지만 시즌3가 끝나고 시즌4가 시작된 느낌이랄까?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