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데킬라
Words by Jeong-Yoon Lee
①첫 만남부터 너무 강렬했다
나에게 데킬라는 친근한 술이 아니었다. 20대, 홍대 클럽. 친구들과 어울려 마셨던 데킬라 두세 잔이 모든 걸 지웠다. 솔직히 말해, 친구들이 없었다면 그날 밤 나는 홍대 길바닥 어딘가에 쓰러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로 데킬라는 내게 ‘위험한 술’, ‘기억을 잃게 만드는 술’, ‘빠르게 취하는 술’로 남았다.
②두 번째 만남은 파티의 흥을 끌어올릴 때
그 후로도 데킬라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찾았다. “오늘은 좀 확실하게 놀고 싶은데?” 그럴 때 등장하는 게 데킬라였다. 흥이 오르지 않을 때, 분위기를 확 끌어올리고 싶을 때, 데킬라는 빠르고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게 데킬라는 늘 그렇게 위험하거나, 아니면 흥이 필요할 때 먹는 술이었다.
③일이 만들어준 뜻밖의 재회
그런 내가 데킬라와 다시 마주한 건, 일 때문이었다. 코로나 시즌이 끝나갈 무렵, 내가 일하던 케이터링 회사에서 데킬라 푸드 페어링 업무를 맡게 된 것이다. 위스키 페어링으로는 이미 친숙했던 나였지만, 데킬라는 여전히 낯설었다. 솔직히 말하면, “저거 마시면 훅 간다”는 선입견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킬라와 푸드를 매칭하고, 소비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이 술에 대해 조금씩 다시 보게 되었다.
④코첼라에서 본 또 다른 데킬라, 818
2025년 코첼라. 내게 또 한 번 데킬라에 대한 인식을 바꾼 순간이 찾아왔다. 켄달 제너의 데킬라 브랜드 818. 사막 한가운데 마련된 818 아웃포스트 부스에서 켄달 제너와 헤일리 비버가 여유롭게 데킬라를 즐기고 있었다. 그곳엔 어두운 클럽 조명도, 시끄러운 음악도 없었다. 대신 캘리포니아 햇살과 사막의 바람, 여유롭게 웃는 사람들, 그리고 데킬라 한 잔이 있었다. 그 순간, 데킬라는 ‘흥을 돋우는 술’이 아닌, ‘여유롭게 즐기는 술’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⑤이제 다른 주종이 필요해
위스키는 이미 충분히 가까워졌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위스키는 어느새 “오늘도 이거야?” 하는 익숙함이 되어버렸다. 이제 새로운 주종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쯤, 나는 멕시타이거(Mexi Tiger)를 알게 되었다.
⑥데킬라와 친해질 기회가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데킬라의 본질인 터프함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제대로 즐길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다. 멕시타이거는 그런 점에서 흥미로웠다. 데킬라를 위한 공간, 데킬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문화가 있는 곳.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데킬라를 이해하고 경험하는 공간. 그곳에서라면 나도 데킬라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⑦데킬라, 다시 시작하는 술 문화
이제 나는 데킬라를 단순히 강한 술, 흥을 돋우는 술이 아닌, 문화와 취향으로 즐기는 술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 우리가 데킬라와 친해질 기회는 이제부터다. 그리고 그 시작은,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공간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익숙하지만 낯선 술, 데킬라. 그 강렬함 너머의 데킬라 문화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또 하나의 새로운 재미를 만난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멕시타이거(MEXITI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