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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카에서 미도리즈로 마무리된 스우파3

마지막 소회

by 앤트윤antyoon

‘덕질’할 거리부터 있어야 한다.

Words by Jeong-Yoon Lee


이번 스우파3를 보면서 나는 1화부터 쿄카에게 제대로 입덕했고, 오죠갱 휀걸로서 성실한 덕질 생활을 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SNS 알고리즘의 영향력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관찰자 입장에서 이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따라갔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엑스, 블로그처럼 무한 피드가 끊임없이 생성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왜 그렇게 쿄카를 검색하고 찾아보게 되는 걸까? 파면 팔수록 수많은 이유를 꼽을 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신선한 도파민 감정을 느꼈다는 점이다.


요즘은 한 개인이 브랜드가 되고, 피드가 무대가 되는 시대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끊임없이 선택받기 위한 전략을 짜야한다. 패션 브랜드든, 콘텐츠 크리에이터든, 아니면 무대 위의 댄서든 말이다.




첫인상부터 끌렸다.

나는 방송 1화를 보고 쿄카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유튜브 채널에 먼저 공개된 미션 영상을 한 달 전에 미리 본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첫 쿄카의 인스타 팔로워를 본 건 23만이었지만 방송이 끝난 22일은 77만이 되어있었다. 현재도 계속해서 팔로워 수는 늘고 있다. 쿄카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관련해서 어떤 인터뷰 영상을 본 게 뇌리에 남았는데,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용도가 아닌 댄서, 모델로써 비즈니스적인 목적이 뚜렷한 피드만 올려서 사람들이 파고 싶게 만드는 전략을 나름 세웠던 것이다. 쿄카의 똑똑함을 이때부터 감탄하게 되었던 거 같다.



댄서로서의 고유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쿄카를 파다 보면 쿄카가 얼마나 스트릿 댄서로서 진심인 사람 인지다. 당장 돈이나 인기를 위해 다른 방향으로도 갈 수 있었을 텐데, 쿄카는 늘 “나는 댄서다”라는 기준을 최우선으로 둔다. 사람들은 특히 애매한 태도, 방향이 불분명한 사람을 불편해한다. 그런데 쿄카는 다르다. 명확하고, 확실한 사람이다. 댄서로서의 태도를 잃지 않으면서 똑똑하게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게 바로 지금 이 시대 브랜드의 책임자, 콘텐츠 디렉터에게 요구되는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쿄카가 댄서로서의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대중을 더 미치게 하는 포인트인 거 같다.



쿄카는 ‘우승의 명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Mnet <스우파3> PD님의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꽂힌 말이 있다. “댄서들에게도 팬덤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분명 여러 제작 의도가 있었겠지만, 오죠갱에게는 미도리즈(midoriz)가, 모티브에게는 모티베이터(MOTIVATOR), 에이지스쿼드에게는 에이지엔젤(AG Angel)이라는 팬덤이 남았다.


서바이벌 형태의 프로그램을 보면 실력파와 인기파로 나뉘게 된다. 대게는 한 개인의 스타 탄생을 뽑는 서바이벌 경우엔 실력파가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결국은 인기를 누렸던 참가자가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누리게 되며, 각종 매거진과 광고계에서 찾게 된다. 그렇다 보니 결국은 1위를 했던 우승자는 잊히고 가장 인기가 많았던 사람만 기억하게 되는 현상이 생긴다.


스우파3는 처음부터 끝까지 쿄카였다. 물론 마지막 결말에 가까워지면서 각 크루의 멤버들도 더 깊이 많이 알게 되었지만 결국 오죠갱 쿄카는 넘어설 수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스우파3의 오죠갱 우승이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미 실력적으로는 에이지스쿼드가 여러 면으로 우세하다는 걸 안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쿄카가 좋은 걸 어떻게! 그래서 우리는 쿄카에게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쿄카는 이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으며 쿄카는 "이 프로그램에서 얻은 건 미도리즈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미도리즈 없이는 여기에 설 수 없었다. 우리와 미도리즈가 달려온 챔피언 로드를 최고로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떡밥의 설계자

이번 스우파3를 통해 배운 건, 새로운 이슈가 생겼을 때 얼마나 빠르게, 연쇄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유입되는 키워드를 보며 대중이 뭘 궁금해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은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손 빠른 창작자들이 2차 콘텐츠를 어떻게 재해석하고, 어떤 재미를 입히는지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콘텐츠에 반응하는 대중의 흐름과 좋아요, 댓글, 공유의 방식까지 모두 읽어야 한다.


마케팅 예산이 없다면, 2차적 저작물을 위한 떡밥이라도 성실히 뿌려야 한다. 파도 파도 나오는 떡밥은 결국 진심의 흔적이고, 그보다 강력한 설득은 없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오죠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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