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너리(Chungchonery) 수제청 브랜드 로고 패키지 디자인
지금의 팝업 같았던 10년 전 플리마켓 붐일 때 만났던 수제청을 아시나요?
Words by Jeong-Yoon Lee
로고 작업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닐뿐더러, 로고 작업은 그 외 다른 디자인 작업과는 다르게 좀 까다로운 편이다. 나는 진심으로 나와 함께 한 모든 브랜드들이 오래오래 50년 후에도 100년 후에도 살아남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일을 한다.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등산을 하다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제청을 만드는 분의 로고 작업을 할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내가 즐겁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흔쾌히 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소개해 준 친구의 말 중에 사장님이 천사 같은 분이라서 나에게 소개를 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더 열심히 안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성수동 팝업 일정을 마치고 하루 정도 쉼을 가지고 바로 작업 일정을 잡아 공유한 뒤, 로고 작업과 수제청에 부착할 스티커 디자인 작업에 들어갔다. 오래간만에 로고 작업을 하는데 디자이너 초심자 같은 감정도 들기 시작했다. 또또또 뜨겁게 일할까 봐 여기까지만 해 적당히 해! 스스로에게 거듭 말하면서 작업을 이어간다. 견적서에 들어갈 수도 없는 작업을 왜 이렇게 스스로 하고 나중에 현타가 오는지 또 나를 알게 되었다. ㅋㅋㅋ(으이구)
①여러분에게 수제청은?
저는 수제청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바로 10여 년 전에 플리마켓에서 수없이 봤었던 식품(?)이에요. 그 당시에는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수제 제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러다 몇 년 후 제대로 브랜딩을 해서 제대로 브랜드를 운영하게 되는 곳도 만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라지는 곳을 더 많이 봤습니다.
저 또한 현재 팝업과 같았던 플리마켓을 찾아다니면서 눈에 보일 때는 수제청을 사 먹은 적도 있었지만, 막상 눈에 안 보이면 굳이 찾아서 먹게 되는 일은 없더라고요. 뭐 그런 정도의 가치였달까요?
②웰니스가 모두의 것은 아니다
이번에 성수도 팝업의 컨셉이 웰니스였던지라, 다양한 웰니스 라이프를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들을 고루고루 만나볼 수 있었어요. 운동을 다이어트나 미용목적으로만 했었다면 이제는 정말 건강한 삶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죠. 운동 문화도 폭넓게 다양해지고 있지만, 건강을 목적으로 한 식품들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거 같아요. 제로 음료로 시작해 제로 관련 식품들도 정말 많이 다양해지고 맛도 좋아지고 있더라고요. 시식 팝업을 찾은 소비자 50:50 비율로 느낀 점은 누군가는 제로라서 좋아했지만 누군가는 “이거 너무 건강한 맛이다. 난 안 건강한 맛이 좋아!”였다.
③당류 0%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조건’이지만, 누군가에겐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되는 것’ 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류 0%가 중요해지는 세대별, 라이프스타일별로 나눌 수 있는 거 같아요. 도파민 맛에 익숙한 10~20대에게는 가장 빠르게 행복한 길인 트렌드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기 때문에 당류 0%보단 스트레스 해소가 더 중요한 거겠죠. 연애를 시작하는 20대부터는 외모와 체형관리에 관심이 많아질 세대예요. 동시에 20대부터 웰니스 라이프를 추구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그리고 물러설 길이 없는 40대부터는 품질과 영양을 중시할 수밖에 없어요. 뒷면 성분표와 칼로리를 꼼꼼하게 체크하게 되는 나이대는 프리미엄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④수제청 어떻게 먹어야 하지?
이번에 제가 팝업에서 저당연유를 소개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이거 어떻게 먹어요?라는 거였어요. 이 질문이 자연스럽게 수제청에게도 대입하게 되더라고요. 수제청을 탄산음료에 섞거나, 따뜻하게 티 말고 어떻게 먹어야 하지? 근데 조금만 생각을 넓게 가져보면 연유나 청이 아닌 소스로 확장해서 고민하다 보면 일상에서 먹을 일이 굉장히 많아진다는 거예요.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샤브샤브 디핑소스, 샐러드드레싱 등 집밥과 외식 메뉴에 적용한 레시피가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다양한 음료 레시피도 제안해 볼 수 있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스타벅스의 허니 자몽 블랙 티처럼 티와 청의 환상의 조합을 찾는 재미도 있을 거 같아요. 말차와는 어떤 수제청이 어울릴지? 에레혼의 스무디처럼 누군가의 이름표를 붙인 음료 개발 아이디어도 정기적으로 운영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팝업에서 저당 연유를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거, 어떻게 먹어요?”
⑤수제청 브랜드 전략
엄청난 투자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브랜드가 아닐 것이므로 ‘청 레시피 공유’ 형태로, 소비자가 따라 하기 쉬운 조리법과 조합 아이디어를 꾸준히 쌓고 공유하면서 대중적인 맛부터, 웰니스, 프리미엄 라인으로 뻗어가는 방향성입니다. 달콤하고 직관적인 맛으로 정말 찐으로 맛있어서 찾게 되다가, 제로슈가를 이용한 건강한 즐거움으로, 대체당 중에서도 퀄리티가 좋은 알룰로스를 사용해 단백질 등 기능성 영양소를 추가해 프리미엄 웰빙 버전까지 이렇게 순차적으로 포지셔닝을 잡아간다면, 한국에서도 수제청이 단순한 플리마켓 아이템이 아니라 장인정신이 깃든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