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캐리(THEKARY) 이은정 대표
확실히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를 극복하는 힘이 있습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그냥 돌아오기 싫어 책장을 살피는데, 파란색 북커버에 제목과 디자인까지 세련된 [캐리 온]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에세이를 자주 읽는 편은 아니고, 특히 국내 에세이는 더더욱 손이 잘 가지 않는 카테고리인데도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태기를 지나고, 앞서 읽었던 [파리의 심리학 카페]를 너무 재미있게 읽은 덕분에 독서에 다시 조금씩 재미가 붙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곧장 책을 빌려 주말 동안 읽고 싶었습니다. 주말특, 미루기 습관처럼 최대한 미루다가 결국 책장을 펼쳤습니다. 전날 방 구조를 바꾸고 잠들기 전에 50페이지 정도를 읽다가 잠들었는데, 뒷이야기가 계속 궁금해지더라고요.
무엇보다 타임라인이 저와 비슷한 시기였습니다. 저도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로 제 공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소통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것이 전북 익산에서 서울로 올라오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는 제 브랜드를 만들어 사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직장인으로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일을 해왔기에 “결국 브랜드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이 나올 때마다 ‘내 말이!’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늘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소통을 하니까 오히려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았다.”는 문장에서는, 지금도 이 방법이 통할까? 싶으면서도 결국 기록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만들어 꾸준히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들이 쌓이면 얼마나 귀한 자산이 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당장의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처럼 보이지만, 브랜드 가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대표님께 말씀드리며 혼자 꿋꿋하게 운영하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래 머물러 있지는 못했습니다. 그 점이 참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캐리 온]을 읽으면서 더캐리라는 기업과 캐리마켓(KARYMARKET), 베베드피노(BEBEDEPINO), 아이스비스킷(ICEBISCUIT)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다 읽고 나서야 브랜드들이 너무 궁금해져 하나하나 찾아보았는데, 어쩌면 처음 보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 막 올라왔을 때 이 브랜드를 알았다면 저도 한번 지원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제가 바라던 대표의 마인드를 가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람, 노력이 필요하겠습니까. 의도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함께 고생하고 함께 기뻐해야 하는 시간이 쌓입니다. 대표로서 모든 시간을 지나왔기에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지점을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느껴지니까요.
저 역시 늘 마음에 새기며 일하려고 하는 말이 있는데, “브랜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게 아니다. 고객이 기다리는 것을 만드는 일이다.” 노희영 님도 비슷한 말을 하셨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드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가 참담할 때도 있습니다.
이 책은 분명 추천하고 싶은 분들이 있습니다. 지금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막막하고 답답한 분들, AI라는 말이 넘쳐나는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분들께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본질이 무엇인지,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내가 걸어온 길을 잠시 숨 고르며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요즘 혼란의 시간을 지나고 있어, 잠시 멈춰 서서 제 길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주말에 방 구조를 바꾸기 전 넷플릭스 {파반느}를 보았는데, 그 안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한다. 말을 쉬게 하려는 것도, 자신이 쉬려는 것도 아니었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봐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주는 배려였다.” 사람마다 각자의 시간과 속도가 있기에, 남과 비교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공의 기준도 저마다 다르니, 내가 원하는 성공의 삶이 무엇인지 정의해 보고 다시 달려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귀한 작품들을 보고 읽으며 알차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10년 후, 꿈꾸던 내가 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