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능 우울증,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았네?

고기능 우울증 | 주디스 조셉

by 앤트윤antyoon

그동안 저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우울하다'는 표현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기에, 무언가에 실패하거나 시련을 겪으며 슬퍼하는 제 모습을 스스로 나약하다고 여겼습니다. 오히려 그 상태를 극복해보려 애쓰면서도, 정작 내 감정에 어떤 이름의 상처가 박혀 있는지? 제대로 치유하려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도통 모른 채 지내왔습니다.


그저 주어진 일에 나를 몰아넣으며 스스로 '괜찮다'고 위로해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고기능 우울증>이라는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는, 책 속에 나오는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과거에는 제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게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릅니다.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일은 없으니까요. 우울은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듯 침투해, 어느새 나를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나의 존재적 가치를 중시한다고 말해놓고도, 정작 주변을 위해 희생하는 삶에 매몰되어 "굳이 저렇게까지 애쓴다고? 제발 좀 쉬어요"라는 말을 듣게 되는 날이 오기도 했습니다.


인생은 좋은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좋은 성품과 지혜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나쁜 기억이 쌓이면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괜찮다'는 말로 버티며 살아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가며 찾아오지만, 이를 이겨낼 회복탄력성은 내가 삶을 어떤 마음가짐과 방식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고기능 우울증>이라는 제목 자체가 흥미롭기도 했고,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 나도 해당되지는 않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지만, 읽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이 한 번쯤 겪었을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 전체가 우울한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시점에 찾아왔다 가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그 감정이 오고 가는 이유 또한 분명합니다.


'내가 인생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 가치를 위해 일상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이 책은 저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지금 당장 주변에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여럿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매사에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 이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온 사람일수록, 정서적 환기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의 균형을 위해 주변과 속도를 맞추고, 리드할 때와 지지를 보낼 때를 구분하는 것조차 나의 일상과 감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결코 조화로울 수 없습니다. 자기만의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심지가 너무 곧아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 어쩌란 건지?" 싶을 만큼 인생은 매 순간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지만, 그래도 나 자신부터, 내 가치와 정서적 안정부터 챙길 수 있도록 무조건 '나에게 다정하게 굴기'를 실천하려 합니다.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후회할 거리만 가득하다면 그만큼 억울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때로는 사회적 분위기가 나를 그렇게 몰아세우기도 하니까요. 영화 <왕을 사는 남자>의 흥행과 함께 장항준 감독님의 예전 영상들을 다시 챙겨보고 있는데, 그분의 마인드가 참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지금 나의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가치를 찾는 일부터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성실하게 사느라 놓치고 있던 내 마음, 무조건 나에게 다정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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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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