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과 예술품을 만날 수 있는 숨겨진 보석 탐색
By Jeong-Yoon Lee
양재동으로 이사 온 지 5년이 흘렀지만 동네와는 전혀 친분이 없어 작년부터 양재동과 친해지기로 마음먹었어요. 동네 산책을 하면서 발견한 편집샵이나 신상 카페를 소개하려고 하였으나 겨울은 나에겐 너무나도 버거운 계절이었어요. 드디어 창문을 활짝 열어놔도 집안의 식물과 제가 괜찮은 날씨가 되었습니다. 양재천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 때문인지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신나고 있습니다. 벚꽃 없는 벚꽃축제로 여기저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거 같은데 양재천도 별수 없이 벚꽃 없는 벚꽃 마켓들이 열려서 안타깝기도 하더라고요.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꽃망울이 활짝 핀 모습이 포착되기도 하였어요. 이번 주엔 모든 꽃봉오리가 꽃을 피울 거 같네요!
벚꽃 없는 2024 양재아트살롱을 아쉬운 발걸음으로 돌아와 당근 앱을 켰는데 산책 중에 구경하기 좋은 편집샵 3곳을 누군가 소개해 줘서 여기다! 싶어 바로 다녀오게 되었어요. 근처 5분 거리에 붙어있어서 찾는데 어려움 없이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핸즈보울(Handsbowl) 3층에 위치한 입구부터 아트 냄새 풍기는 곳이었어요. 무엇보다 3층으로 이끄는 벽에 붙어있는 폰트도 흔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1층에 있으면 접근이 더 쉬웠겠지만 요즘엔 찾아가는 맛이 있잖아요? 딱 그렇게 나만 알고 찾아가기 좋은 곳이에요. 첫인상부터 작가들의 작품이 많아 보여 사진 찍어도 되냐는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든 손길에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더라고요.
방문하기 전에 인스타그램이나 별도 검색을 안 하고 방문하였어요. 모르고 구경하는 맛이 있으니까요. 집으로 돌아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가 직접 눈으로 봤던 작가님들의 공예품을 소개하는 피드를 보니 하나하나에 생명력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나의 1차적인 감각에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작가님이 소개하는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벚꽃이 만발하는 양재천보다 벚꽃이 떨어지고 녹색이 넘쳐흐르는 4~5월을 좋아합니다. 푸르름이 가득해서 그런지 저에게도 뻗치는 생명력이 느껴질 정도거든요. 내 삶에 새로운 생명력을 상기시키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4~5월의 양재천에 꼭 놀러 오세요.
모든 것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더라도 시계만큼은 아날로그가 좋더라고요. 집안에 모든 아날로그가 사라지고 디지털로만 가득 채워지는 것은 왠지 차가운 기분이랄까? 그래서 저도 알람시계만큼은 아날로그를 고집하고 있어요. 집안에 시계가 없어도 아이폰 하나만 있으면 시간을 확인할 수 있지만 집에서만큼은 아이폰과도 멀어지고 싶거든요. 집에 오면 폰을 충전기에 꽂아놓고 일부러 폰과 거리 두기를 하다 보니 몇 시인지 가늠이 안되기 시작해서 알람시계를 구매한 것도 있지만 아침을 깨우는 알림 시계의 알람 소리가 그립기도 한 거 같더라고요. 여전히 아침을 깨우는 소리는 좋아하는 팝송도 듣기 싫게 만들긴 하지만 좋아하는 팝송으로 알람 소리 하지 말기!
일본 사람들 브이로그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거 같아요. 일상을 굉장히 초밀착형으로 찍어서 올려주기 때문에 사사로운 집안의 풍경을 한국에서도 가까이 볼 수 있는 특권이 생기거든요. 작은 집이라고 하더라도 공간마다 제 역할을 뚜렷하게 하고 있거든요. 십 년이 지나도 그대로 소장하고 있을 거 같은 소품과 가구들로 집 가꾸기에 정성을 쏟는 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일본 영화를 봐도 아기자기한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때가 많잖아요? 저의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던 도쿄에 갔을 때도 특유의 아기자기한 건물과 가게마다 오래된 가보의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곳들도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물건은 파는 사람의 손을 떠나 사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그 물건의 생명력이 결정되는 거 같아요. 저는 웬만해선 물건을 10년 이상은 사용하기 때문에 물건을 구매할 때도 10년은 사용할 테니 가격선은 이 정도면 되겠다는 저만의 가격대도 형성하곤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너무 저렴한 제품은 피하게 되는 거 같아요. 사용목적에 따라 저렴한 물건을 찾기도 하지만 집안에 오래 두고 나와 시간을 함께할 물건들은 나의 손길을 많이 타도 튼튼하게 버텨줬으면 좋겠거든요.
양재천에 위치한 모로모로 오브제(moromoro)는 샹브루 시계와 이스트보이 가방, 작가들의 아트북 등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에요. 내가 조심성 있게 다뤄주기만 하면 모두 10년 이상은 버텨줄 물건들이었어요. 표면적인 힙한 분위기만 유지한 채 컨셉없이 유행만 따르는 물건들로 가득 찬 공간이 아니라 좋았습니다. 모로모로옆에 신주쿠에서 발견한 선술집이 인상 깊었는데 흰 백발의 할머니와 아들이 운영하는 선술집이기도 했지만 특유의 오래된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 곳이에요. 그런 선술집이 옆에 같이 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콕 여행을 가면 무엇보다 즐거운 점이 컬러로부터 해방된 느낌이거든요. 컬러에 편견이 없는 나라구나를 공항에서부터 느낄 수 있거든요. 아무래도 더운 나라라서 그런가? 그런 기후적인 영향도 있을 거 같기도 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자동차 컬러만 봐도 화이트 아니면 블랙이잖아요? 조금만 튀는 컬러의 자동차 컬러를 보면 "너 이거 팔 때 어쩌려고?"라는 소리가 먼저 나올 만큼 컬러에 참 인색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제일 칠색 팔색 하는 광경은 겨울철 블랙 롱패딩을 입고 신호등 앞에 단체로 서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지루하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이나 롱패딩은 입고 싶지 않더라고요.
왜 한국 사람들은 컬러풀하지 못할까? 누군가 조금만 튀는 복장을 하고 있어도 '오늘 어디 가니?'부터 시작해서 꼭 무슨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는 것처럼 질문을 하잖아요. 오늘 내 기분에 따라 입을 수도 있는 것인데 꼭 무슨 날이어야만 자기 자신을 치장하지는 않듯 내 공간에 주는 에너지를 위해서라도 소품 하나에도 컬러를 부여하곤 합니다.
저는 집안에 두는 소품을 활용해 컬러 존을 만들어 두기도 하거든요. 이 공간은 블루로만 꾸며주거나, 선물 받은 물건의 컬러에 맞춰 짝을 이뤄 컬러를 연결시켜 주곤 해요. 내 눈이 닿는 곳에 컬러가 보이면 생기가 돋기도 하거든요. 좋아하는 컬러로만 균일하게 꾸미는 것도 좋긴 하지만 나만의 새로운 컬러 조합으로 집안을 꾸미는 걸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해외 홈 투어 영상을 보면서 나도 저 정도의 부가 생기면 내 집을 어떻게 지을까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되는데 안방, 드레스룸, 게스트룸, 주방, 거실, 플레이룸 등 실력 좋은 건축가와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구현되었을 때의 행복보다 내가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을 모습이 먼저 그려지더라고요. 그럴 때 집안에 심심하지 않을 컬러를 부여할 소품을 구매하기 좋은 스티치치에요. 양재천에 위치한 스티치치(Stitchichi) 첫인상은 컬러가 주는 활기였어요. 이 조명 식탁 위에 올려두면 좋겠다. 이 베개 포인트로 침대에 두면 좋겠는 걸 구매도 하기 전에 이거 어디에 두면 좋을지가 떠오르더라고요. 다들 편견 없는 컬러 조합에 간택당해 보시길 바랍니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