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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오아쿠아 Aug 26. 2023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허상 속의 세상

허상;


실제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나타나 보이거나 실제와는 다른 것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


영화 이프온리를 세 번을 보았다.

처음에는 여주 ‘제니퍼 러브 휴잇’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좋아해서 보게 되었다.


영화 이프 온리에서 사랑스러운 미소와 탄탄한 복근, 매끄러운 근육의 군살 없는 그녀의 피지컬이 대조를 이루어  여주 “제니퍼 러브 휴잇”의 반전 매력에 도취되어서 양화를 보았다. 나도 그녀의 피지컬을 닮고 싶을 정도였다.


잠깐이었지만 동기부여가 되어서 며칠 복근 운동을 했었다.


나는 습관처럼 영화를 볼 때 스토리의 흐름보다 영화 속 여주의 패션과 소품, 장소의 특별함, 계절의 색과 세팅등 시각적 영화 읽기를 한다.


그래서 처음 본 이프 온리는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의 브라운 계열의 코트와 어우러진 소품들, 사만다의 성격을 알려주는 듯한 의상이 기억에 남았다.


의상 담당 스텝이 그녀의 영화 속 사만다를 위해 절제되고 화려하지 않은 패션을 너무나 똑똑하게 만들어 낸 것 같았다. 그녀가 가늘고 긴 목에 걸친 스카프 까지도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 사만다의 자작곡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을 부르는 모습과 노래에 흠뻑 취했었다.

이프 온리의 초반에는 사만다와 이안의  허상이 아닌 현실 연예의 색깔을 보여준다. 두 번째 보았을 때 나도 연애를 하고 있어서 사만다에게 나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영화의 스토리에 몰입이 장난 아니었다.


 둘 사이의 묘한 아슬아슬한 감정 선이 영화 초반에 현실감으로 집중을 하게 한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남자는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는 연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기쁨도 잠시,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단 것을 깨달은 그는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전하기로 마음먹는데…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영 사랑을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해 줘서 고마워, 사랑받는 법도.

나도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란 착각(아니 그땐 믿었다.)이 나의 연애를 뒤죽박죽 만들기도 했다. 나는 철없는 아이 같은 어른의 사랑을 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형편없었다.


사만다가 꼭 나 같아서 많이도 울었다.

처음 독일의 시골 마을에서 생활할 때 나의 현실을 부정했었다. 현실이 너무 힘들고 구질구질해서 나름 사만다처럼 꾸안꾸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서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혼자 말도 하고 혼자 먹고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도 마셨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허상의 세상에서 돌아다니던 날 친구에게 카카오 보이스 톡이 왔었다.


”뭐 하고 있어? “

“나?” ….

“이프 온리의 영화 속 주인공 놀이 해.”


친구는 그 대답에 너무 많이 웃었다.

사기당하고 모든 게 엉망인 상황에 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아주 오래된 몇 년 전의 하루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친구와의 통화에 잠시 웃고 세 시간 정도를 하염없이 걸어 다니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세 번째 이프 온리를 보았을 때는 독일 생활 3년 차였을 때다. 그때는 제삼자의 눈으로 사만다와 이안을 감정 이입이 되지 않고 보게 되었다.


멀리 떨어져서 보니 남녀의 다름, 연애에 있어서 소통 문제가 보이고 결국 스쳐가는 인연과 함께 가는 인연은 전혀 다른 에너지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책을 읽듯이 하나하나의 장면과 대사에 상상력과 함께 끝까지 눈물 없이 재미있게 보았다.


허상 속의 세상에서 돌아다니며 보냈던 하루가 나의 일주일을 그나마 조금 편하게 해 주었다.


너무 힘들고 우울할 때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하루를 보냈던 날은 그 후로 1년에 한두 번 정도 그렇게 하루를 보내게 하는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 되었다.


누구한테 피해 주는 거 없이 나를 허상 속의 세상으로 잠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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