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나는 그전까지 한 번도 "탈덕"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정으로 휴덕은 여러 번 했지만, '볼빨간사춘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내 주변 친구들도 내가 탈덕을 했다고 했을 때,
다들 놀라는 반응을 하며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
시작은 정말 작은,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었다.
교양을 같이 듣는 동기 중에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하는 게임 중에 '롤'이 있었는데, 콜라보한 스킨을 사고 싶다고 했다.
나는 궁금해서 친구한테 물었다.
"그 스킨을 꼭 사야 해?"
"응! 이거 한정판이어서 지금 아니면 못 사."
"그래서 돈 모으고 있다고? 얼마인데?"
"다 합해서 아마, 50만 원 정도 일 걸?"
"뭐??? 50만 원??? 그걸 산다고?"
나는 순간 황당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5천 원, 5만 원도 아니고 게임하는데 50만 원?
나는 친구한테 단호하게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너무 비싸다고. 무슨 게임에 그렇게 큰돈을 쓰냐고.
결과적으로 그 친구가 그 스킨을 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상현실에만 존재하는 무언가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쓰다니...
그러나 이것은 내가 처음으로 탈덕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덕질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돈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내가 이 가수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들어갔던 돈이 얼마였던가.
일단 콘서트를 한 번 가면
응원봉 5만 원, 콘서트 티켓팅 15만 원, 콘서트 굿즈 최소 10만 원, 팬분들께 나눠줄 나눔 굿즈 최소 3만 원.
이것만 해도 벌써 30만 원이 넘어간다.
그 외에 교통비, 콘서트 준비물품, 팸플릿 모금비 등 콘서트 한 번을 가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이렇게 따지면 나도 앞에 말했던 친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사용하는 것이다.
티켓팅에는 또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니까.
그리고 한 번만 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여러 번 갈 것이 뻔하니까.
만약 내가 탈덕을 하지 않았다면 매년 있을 콘서트에 갔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그전까지 이런 생각을 못했던 이유는 덕질하는 데 큰돈을 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중, 고등학생 때는 부모님이 앨범을 사는 것도 반대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왜 반대했는지 알 것 같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래서 콘서트는커녕 앨범도 마음대로 사지 못 했다.
응원봉도 성인이 된 후에 산 것이다.
그래서 덕질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성인이 된 후에 콘서트를 두 번 다녀오고 앨범을 전부 사고, 여러 굿즈를 사고, 생일 카페를 가고 하는 등의 본격적인 덕질을 하기 시작하니 나에게는 조금 사치스러운 일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덕질을 하러면 돈이 필요하다.
물론 돈 없이 덕질하는 방법도 많다.
노래 듣고 뮤비 보면서 즐기는 것도 덕질이다.
하지만 덕질을 하다 보면 알게 된다.
가수를 좋아하다 보면 굿즈를 사고 싶고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고 만나보고 싶어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순서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하지만 내가 탈덕을 하기에 “돈”은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에게 처음으로 탈덕을 생각하게 한 계기였기 때문에 길게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