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 것은 인간관계 이야기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요놈이다.
인스타그램.
인스타는 우리 삶에 너무나도 필수적인 앱이 되었다. 내가 중학생 때만 해도 페북이 대세였는데 어느새 페북은 쓰는 사람이 거의 없고 인스타는 성행했다. 마치 인스타 없으면 문찐인 것처럼.
그리고 모든 소통은 인스타로 통한다.
인스타 스토리에 자신의 일상을 올리면 별로 친하지 않아도 하트를 누르면서 공감대를 얻고 이 친구가 내 일상을 봤구나, 썸남이 내 스토리를 확인하고 하트를 누르면 의미 부여하며 스토리로 소통한다.
조금 더 친하면 또는 친해지고 싶으면 스토리에 대한 답장으로 일명 DM(디엠)으로 직접 말한다.
‘헐 너 남친 생겼어?’
‘너 오늘 생일이야? 생일 축하해!!!‘
’여기 진짜 예뿌다... 나중에 나랑도 가자!‘
등등.....
더 깊이 들어가면, 인스타는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많이 안 친한 사람들이랑도 인친(인스타 친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학을 가고 나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얘는 어디 대학을 갔네, 여행 어디를 갔네, 남자 친구가 생겼네
근데 그게 우리만 그럴까?
30대, 40대는 뭔가 다를까?
아니, 똑같다.
얘는 스포츠카네, 해외 유학을 갔네, 결혼을 했네, 집 샀네 등등
하지만 반대로 눈팅만 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 사실 그런 계정들이 더 많다. 다들 비계(비밀계정) 하나씩은 있잖아. 그게 그런 거다. 보기만 하고 뭔가 올리지는 않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이나 글귀들이나 갬성사진들을 저장하는 계정.
비계가 아니고 그냥 본계로도 눈팅용 계정은 많다. 요즘 인스타 안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다들 만나면 번호 물어보는 게 아니라 인스타 아이디 교환부터 한다. 그래서 필요한 계정. 뭘 올리진 않지만 가끔 릴스보고 인스타 게시물보고 친구 들 거 좋아요 누르고 일상 보고 그런 계정 말이다.
그럼 나는 어떻냐고?
난 전자인 것 같다. 그냥 눈팅만 하는 게 아니라 소통의 장으로 쓰는 그런 인스타. 그래서 그런지 나는 친구들의 스토리를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자꾸 나와 비교하면서 스토리 속 친구들이 부러워서 그걸 참지 못한다. 내가 예민한 걸까. 예민해지는 나 자신도 싫다.
그래서 내가 인스타를 지운 첫 번째 이유는 나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내가 보기 싫어서이다.
내가 인스타를 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매체 속에 매몰되어 가는 나 자신이 싫다.
고등학생 때는 참 인스타 중독이었다. 그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는데 지나고 보니 중독이었던 것 같다. 맨날 뭐 올리고 친구들 태그 해서 공유하고 별거 아닌 거 콘텐츠로 만들고.
요즘은 정말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할 것이 너무 많다. 조금만 지나면, 아니 지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것들이 탄생한다. 그래서 유튜브 몰아보기 같은 것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정말 짧은 영상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바보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틱톡,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 내가 이 영상에 대해 사고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도 쇼츠도 보지 않는다. 짧은 영상은 사고하기 힘들다. 내 생각이 영상에 개입하기 힘들다. 그리고 유튜브 알고리즘도 그렇다. 알고리즘이 자꾸 나를 조종하는 기분이 싫다.
인스타 릴스 보다 보면 몇 시간이 그냥 지나가버린다. 시간을 허비하는 기분이 드는 게 싫다. 시간을 허비하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가끔은 공허한 시간도 필요하지만 그 공허한 시간마저 인공지능이 만든 알고리즘에 따라가기 싫다는 거다.
내가 너무 진지하다고?
뭐 개개인의 가치관은 다르니까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쨌든 난 인스타를 지운 지 1년이 넘어간다.
인스타를 안 한적은 생각보다 많다. 고3 때는 무려 1년 동안 인스타를 안 했으니까 공부한다고. 대학을 다니다 보니 현타 오는 순간들이 더 많더라고. 난 내가 생각한 학교보다 너무 낮은 학교를 와서 처음엔 자퇴생각도 많이 했던지라, 인스타의 악영향이 컸다. 아무래도 인스타에는 일상이 많으니까. 나와 그들을 비교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행복한 사람도 많지 않다. 물론 인스타에 올린 것만큼 행복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도 그들만의 힘든 삶이 있는 거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난 지웠고, 앞으로도 인스타는 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인스타를 지우고 깨달은 점이 몇 가지 있는데,
일단 의미 없는 친구들과 연락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드문드문 알던 친구들에게 내 일상을 보여줄 필요도 없고 의미 없는 디엠들을 하면서 어색한 답들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진짜 만나고 싶으면 연락을 하면 되는 거고 만나면 되는 거다.
당연하지만 인스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가 최근에 문정과 선배 중에 공무원 시험 합격하신 분 강의를 실제로 들으러 갔는데, 딱 처음에 하시는 말이 인스타를 지우라고 한 거였다. 그만큼 중독이 심하다는 소리다.
남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든다. 그냥 나만 잘하면 되지. 열심히 살면 되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누군가 했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 하고 내가 먹고 싶은 거 먹고 입고 싶은 거 입으면 된다.
결론적으로 건강한 인터넷 생활을 할 수 있다. 인스타를 한다고 다 나처럼 된다는 건 아니다. 인스타를 하더라도 건강한 인터넷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분명히. 그래도 인스타뿐만 아니라 요즘의 알고리즘 시대에서 어떻게 사고하면서 사는 게 맞을지 적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난 요즘 책을 많이 읽는다. 오늘도 읽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책 추천은
“한병철의 피로사회”
“지구에 한아뿐“
“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