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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지아빠 Nov 16. 2020

02. 드라이버 슬라이스, OB는 그만!

 드라이버 스윙은 오른 발이 떨어지면 안 돼~

스크린골프에 가면 게임을 할 수 있는 방들이 있다. 노래방에 가면 개별 방으로 만들어져 있듯이 스크린골프도 비슷하다. 물을 열고 들어가면 한쪽 벽엔 커다란 스크린이 있다. 이 스크린에 빔프로젝트가 빛을 쏴 골프장 모습과 공이 날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스크린에 보여주는 골프장은 잘 관리된 아주 푸른 잔디와 멋진 나무들이 있다. 실제 골프장을 모델로 만들어져 현실감이 있다. 그물로 만들어진 야구 연습장에 가면 타석이 있듯이 스크린골프에도 타석이 있다. 타석은 낮은 무대처럼 바닥보다는 약간 높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타석에는 6인용 식탁 크기만큼의 판넬이 분리되어 있다. 그 위에는 낮은 잔디처럼 생긴 매트와 풀이 자란 것처럼 생긴 매트, 모래처럼 생긴 매트가 한쪽 편 끝에 설치되어 있다. 페어웨이, 러프, 벙커를 매트로 구분해서 만들고 구역으로 나눠 놓았다. 페어웨이 용 매트에는 녹색과 연두색 잔디형상이 일자로 나란히 패턴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직선을 따라 공이 날아가면 스크린에서 공도 직선으로 곧장 날아간다. 매트 중간에는 자동으로 공을 공급하는 장치가 있어 매트 위로 올려준다. 공보다 살짝 큰 구멍에서 공이 올라온다. 공을 올려주는 장치는 고무로 되어 있다. 공이 올라오는 높이를 조절하면 티를 꽂아 골프공을 올려놓은 모양이 된다. 이 상태에서 드라이버를 치게 된다. 이 큰 판넬은 골프 공이 떨어진 지형의 앞뒤좌우의 기울기를 반영해서 움직인다. 실제 골프장을 상당히 유사하게 구현하였다. 우리는 타석에 서서 스크린을 향해 공을 친다. 스크린에 맞은 공은 아래로 굴러 공 공급장치로 공급된다. 공이 날아가는 모습은 센서가 감지한다. 센서는 클럽의 속도와 공의 속도, 공이 날아가는 발사각, 공의 회전 등을 감지하여 스크린을 통해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크린 반대편에는 의자와 탁자가 놓여져 있다. 타석에 올라가지 않는 골퍼들은 골프 클럽에 다치지 않기 위해 뒤 쪽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보통 두 명이 게임을 하면 두 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의자는 꼭 필요하다. 음식도 시켜 먹을 수 있다. 가끔 자장면을 시켜 먹으면 당구장에서 자장면 시켜 먹던 것이 생각나기도 한다.


 게임이 시작되면 너는 타석에 올라서 가장 긴 드라이버를 칠 준비를 했다. 공을 바라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공을 맞추지 않는 빈스윙을 한다. 가장 긴 클럽이라 스윙할때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휘잉휘잉 들렸다. 넌 드라이버를 칠 때 가장 떨렸다. 빈스윙을 한 후 드라이버 헤드를 공에 맞추고 손잡이에 맞춰 두 다리 위치도 맞췄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천천히 클럽을 움직여 몸 뒤로 제꼈다가 있는 힘껏 드라이버 헤드를 공을 향해  팔과 몸을 회전시켰다. 백스윙을 할 때까지는 네 동작을 인식할 수 있었지만, 클럽이 공을 맞추는 움직임은 워낙 빨라 너는 네가 무슨일을 했는지, 어떤 일이 발생했는 지 인식할 수 없었다. 스윙이 끝나고 너는 스크린에서 공이 날아가는 것을 바라봤다. 네가 어떻게 스윙했는 지는 공이 날아가는 것을 보면서 알 수 있다. 스크린에서 공이 멈추면 너의 스윙도 끝났다. 공이 죽지 않고 날아가면 안도감이 들었고, OB나 헤저드로 공이 날아가면 너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주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스윙이 점점 위축되곤 했다. 그 때 넌 드라이버 칠 때 마음속으로 기도부터 했던 것 같다. 제발 내 공을 살려주소서~          

   너는 골프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어려움을 만났다. 그건 바로 드라이버 슬라이스였다. 골프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동료들과 스크린골프를 갔다면 누구나 겪게 되는 현상이다.  때 너와 함께 스크린골프에 가 준 모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게임 절반 이상을 더블파를 하기도 하는 너와 함께 게임을 한다는 것은 그들의 높은 인격 때문일 것이다. 드라이버 슬라이스는 초보 골퍼에게만 해당는 것은 아니지만, 초보가 내는 슬라이스는 OB 경계선을 한참 넘어 날아가는 특징이 있다. 드라이버 슬라이스는 OB가 되고, 연속된 OB는 더블파로 이어지고, 멘탈은 무너지고 게임은 엉망진창이 되는 순간을 겪게 된다. 너도 그 순간을 냈고, 그 때 슬라이스를 없애기 위해 고민을 일기에 적었다. 일기에 적힌 짧은 문장 속에 너의 감정이 쉽게 이해됐다. 그 간절함이 지금도 생각난다.  


"

어제 스크린골프의 점수다. +41

잘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생긴다.

+41에 대한 분석을 해 보면,

우선 드라이브에서 OB가 많이 났다.

슬라이스가 많이 생겼고,

거리도 무척 짧게 나왔다.

헤드가 공을 제대로 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세도 계속 무너졌다. ㅠ,.ㅠ

"


 넌 운이 좋게 골프를 시작할 때 많은 동료들이 있었다. 그래서 초보실력이지만 너와 함께 스크린골프를 함께 해 주었고, 너는 스크린골프에서 울려퍼지는 "볼~", "오비", "더블파"라는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더블파라는 말과 함께 특유의 박자가 흘러 나오는 것을 싫어했다. 마치 군대에서 기상 나팔처럼 더블파와 함께 나오는 박자는 정말 기억하기도 싫었다. 이 때 넌 7번 아이언으로 100미터를 치는 실력이었고, 연습도 아이언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동료들이 함께 가자고 하면 반드시 따라갔다. 그렇게 게임을 몇 번 하고 나서는 드라이버도 연습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OB와 더블파가 없어야 동료와 게임을 하기 수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계속 OB와 더블파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드라이버 연습은 비거리를 포기하고 정확히 맞추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시원한 스윙도 중요하지만 게임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점점 더 약하게 점점 더 정확하게 치게 되었다. 그렇게 비거리가 줄어 줄어 150미터 정도에서 멈췄다. 그 정도면 OB가 잘 생기지 않았고, OB가 나지 않으니 게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150미터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더 세게 드라이버를 쳤고, 다시 드라이버 슬라이스로 인한 OB라는 놀라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

일단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

그래도 냉정히 분석해 보면 양파가 6번.

1~9번홀까지 1회이던 양파가

10~18번 홀에서 5번으로 급격히...

이유를 유추해 보면, 힘이 떨어지면서 억지로 힘을 주니...

드라이버 슬라이스의 연속이었다.

아이언은 18홀까지 안정된 상태로 유지됐다.

드라이버는 아직도 힘으로 치고 있다는 증거닷!

"



너는 점점 더 많은 시간을 골프하면서 보내게 됐다.  그리고 유투브를 보기 시작했고, 료들한테 수없이 많은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OB를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엉망인 게임을 하고 술자리에 동료들과 둘러 앉았다. 동료들과 골프를 치면 자주 들리는 집이다. 이 집에는 홍어전이라는 기막힌 메뉴가 있다. 홍어전이 입맛에 맞기까지 시간이 약간 걸리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종종 생각나는 그런 맛이다. 맛있다고 많이 먹으면 입 천장이 벗겨지곤 했다. 지나침을 피하라는 음식이다. 그렇게 앉아서 술 잔을 기울이는데, 동료들 중에 가장 잘 치는 분이 내 옆에 앉았다.


"꽃지야, 드라이버는 두 가지를 먼저 해야 해. 하나는 나만의 어드레스, 내가 정타를 많이 맞추는 볼의 위치가 아주 중요해. 그러기 위해 드라이버 페이스 면을 깨끗하게 닦고 한 번 샷하고 다시 페이스 면을 보는 거야. 그렇게 공을 중심으로 좌우로, 앞뒤로 움직이면서 내 스윙에 맞춰 어드레스를 하는 거지. 정타 위치를 맞추는 것 가장 먼저 할 일이야.  그리고 두 번째는 체중을 오른발에 두는만큼 그립도 강그립으로 잡아야 해. 특히 초보라면 드라이버에서 강그립은 아주 매력적이지. 최대한 손을 꺽으면 다운스윙할 때 손이 구부러지지 않거든."


내 별칭은 꽃지아빠였다. 골프존에서 별명을 만들어야 하는데 딸별과 아빠라는 호칭을 섞어 급하게 만든 것이 꽃지아빠였다. 그 이후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애칭이 되었다. 너는 어드레스와 강그립에 대한 설명을 한 참 들었다. 그 때 너는 반신반의했다. 강그립과 어드레스가 상당히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 고작 채를 잡는 방법이 무슨 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다운스윙이 너무 빨라서 공이 맞는 게 보이지도 않는데 어드레스가 중요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꽃지. 내 얘기가 믿을 수 있을까 싶지? 백스윙이 어쩌구 다운스윙할 때 어쩌구 해야할 것 같은데, 고작 채 잡는 것과 공 앞에 서는 것을 얘기하니 그렇게 들릴 수 있어. 하지만 골프는 골프 채를 고르면서부터 루틴이라는 게 시작되고, 클럽이 스윙 중에 흔들리지 않게 꽉 잡아주고 클럽마다 공의 위치를 앞뒤좌우로 맞추는 작업이 스윙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해. 빨리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면 클수록 기본 중에 기본에 집중해야 하지. 지금 꽃지한테는 딱 필요한 건 어드레스와 그립이야."


빨리 배우고 싶으면 기본에 집중하라는 말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너는 술자리 파하고 집에 와서 강그립을 잡아 보았다. 강그립으로는 클럽을 꽉 잡는 것도 불편했다. 클럽도 마음대로 잡지 못하는 초보 중에 초보임을 너는 그 때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너는 한참 어드레스와 그립 잡는 것에 열중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정말 빨리 검증되었다. 150미터를 치던 속도로 어드레스를 맞추고, 강그립을 잡자 거리도 180미터까지 늘었고 안정적이었다. 그렇게 드라이버는 안정을 찾았다 싶을 때 비거리는 늘어나기 시작했고 200미터를 보내기 시작했고, 다시 슬라이스와 OB라는 무서운 전염병에 걸리게 되었다.

        

스크린에서 게임을 시작하고 타석에 올라와서 드라이버를 잡으면 넌 마음이 흔들렸다. 몸을 풀기 위해 빈스윙을 여러 번 반복하고, 공 앞에 셋업을 서면 다리가 약간 떨리기 시작했다. 공이 앞으로 날아가는 건 너의 의지가 아닌 듯 했다. 드라이버가 공을 향해 날아갈 때, 넌 클럽이 공을 때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특히 드라이버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드라이버를 휘둘렀다는 것과 공이 맞을 때 손에 전해지는 느낌만 있을 뿐이었다. 지금 난 클럽이 공을 맞추는 것을 보면서 드라이버를 휘두르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걸렸다. 너는 천천히 스윙해서 150미터를 보낼 것인가 아니면 OB가 나더라도 더 세게 칠 것인가를 한 참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그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150미터를 치면서 오비가 없어지면, 점점 스윙 스피드가 빨라져 비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비거리가 늘어난만큼 스윙 컨트롤이 어려워 다시 오비가 발생했다. 게임점수가 크게 요동쳤다. 드라이버 OB가 적으면 점수가 좋았고, OB가 많으면 점수는 형편없었다. 드라이버에 대한 고민은 계속 반복되었다. 강그립과 셋업은 큰 도움이 되었지만 명확한 해결책이 되지 못했고 너는 그 자리에 멈춘 상태가 되었다. 이제 뭔가 결단이 필요한 시기였다. 골프에 대한 재미가 급격히 꺽이는 순간이었다.

모든 것은 비거리에 대한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드라이버가 안정이 되면 점수도 안정되었지만 그러면 항상 비거리를 늘리고 싶어졌다. 너의 비거리 욕심은 항상 드라이버를 흔들었고 게임은 엉망이 되기를 반복했다. 최적화 되어 있던 스윙 스피드가 흔들리 드라이버 슬라이스는 어김없이 다시 나타났다. 이 때 유투브와 블로그 등을 이잡듯이 찾아다녔다. 인터넷에 수없이 많은 고수들이 있었고, 각자 비슷하지만 다른 방법들을 알려주었다. 그러 처방들을 하나씩 적용해 보면서 너는 드라이버 미스샷을 잡아보려고 노력했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오른발을 붙이고 임팩트하는 것'이었다. 지금 나는 종종 이 방법을 사용한다. 상당히 긴 시간동안 드라이버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도움을 주었던 한 마디였다. 어쩌다 입문자들과 스크린골프를 치게 되면, 나는 생각보다 감상에 많이 빠지게 된다. 특히 골프 일기를 적었던 실수들을 초보분들이 반복하면 더욱 기억이 많이 났고, 입문자분들이 슬라이스를 낼 때마다 나는 이 말을 해 준다


"오른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공을 맞출 때까지 오른발을 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스윙하세요." 


고수들도 슬라이스가 나고 OB도 난다. 하지만 초보들의 슬라이스는 조금 다른 형태이다. 몸이 너무 빨리 돌고, 클럽이 늦게 따라온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클럽은 오른쪽으로 열리고 맞는 순간 굉장히 큰 스핀을 가진 슬라이스를 만들어 낸다. 이 현상은 초보분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OB를 만드는 현상이다. 몸이 임팩트보다 더 빨리 돌지 않게 하는 비법으로 오른발을 떼지 않는다는 표현이 가장 좋았다. 그 이후에도 너의 드라이버는 종종 틀어지기 일수였지만 그럴 때마다 어드레스를 맞추고, 강그립을 맞추고, 오른발을 붙이고 임팩트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고쳐 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드라이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 비록 OB가 나더라도 다시 치면 OB가 나지 않게 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때 너는 드라이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상 도전을 했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유투브도 무척 많이 찾아 다녔다. 그래서 안정된 상태에 머물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다시 변화를 주고 엉망이 되기를 반복했다. 나도 최근 다시 드라이버 스윙을 바꾸고 있다. 드라이버 비거리 때문이다. 과연 비거리 욕심을 버릴 수 있을까 싶다. 내가 한계를 넘을 수만 있다면 비거리를 욕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타이거우즈라는 거대한 스타의 탄생은 드라이버 비거리 때문이었다. 그의 과감하고 파워넘치는 샷은 그 당시의 모든 선수들에게, 갤러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드라이버 이후에 남은 거리가 짧으니 더욱 정교한 세컨샷을 구사했고, 그의 시대는 긴 시간  지속되었다. 세컨샷을 정교하게 치기 위해서는 남은거리가 짧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드라이버가 10미터라도 더 나가야 한다. 그러니 드라이버 비거리 욕심이 안 날래야 안 날수가 없다. 앞으로 몇 번 더 드라이버 비거리 욕심을 낼 지 모르겠다. 골프 클럽을 들지 못하는 순간까지 욕심을 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욕심을 냈다면 이제 연습장에 가서 묵묵히 연습을 하면 되지 않을까? 원온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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