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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지아빠 Nov 17. 2020

03. 갑자기 드라이버/아이언이 이상할 때

지나친 연습은 나쁜 스윙을 만든다.


너는 연습을 한 참 하다가 갑자기 쌩크가 나거나 이상하게 스윙이 될 때가 종종 있었다. 물론 지금 나도 그렇다. 지금은 연습이 지나쳐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때는 연습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더 연습을 했던 것 같다. 특히 너를 심하게 괴롭게 했던 일이 있었다. 드라이버를 한 참 연습한 후에 아이언이 갑자기 이상해졌던 일이였다. 그 때 참 많이 당황했었다. 느닷없이 드라이버도 아이언도 모두 잘 되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아이언을 한참 연습한 후에 갑자기 드라이버가 이상해 지는 일발생했다.


<골프 일기>

비거리를 늘리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언 스윙을 교정했다.

그랬더니, 드라이버가 이상해졌다.

그래서 드라이버를 교정했다.

그랬더니 아이언이 변했다.

뭥미?!

다람쥐 쳇바퀴?


강그립으로 드라이버를 잡고 힘이 빠질 때까지 연습했다. 가끔은 골프공이 200미터 그물 끝까지 날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공에 회전이 많이 걸려 좌우로 심하게 휘어지는 일이 많았다. 힘이 빠졌을 때 아이언으로 바꿔서 연습을 했다. 갑자기 아이언 쌩크가 발생했다. 다시 한 번 쳤고 다시 쌩크가 생겼다. 쳐도 쳐도 계속해서 쌩크가 생겼다. 너는 더욱 당황했고 어떻게든 고치려고 이리저리 스윙을 바꿔 보았다. 그래서 원인을 찾지 못하고 틀어진 상태로 쌩크가 나지 않게 연습했다. 그러다 힘을 빼고 천천히 스윙을 했고, 쌩크가 없어지는 대신에 공이 높게 뜨는 현상이 생겼다. 그러면 비거리가 짧아졌다. 다시 거리를 늘리고자 힘을 면 다시 쌩크가 났다. 그렇게 원인을 찾지 못하고 연습을 마쳤다. 공이 계속 옆 타석, 옆옆 타석을 거쳐 날아갔다. 부끄러워서 멘탈을 잡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며칠 후 연습 때 아이언부터 연습했다. 쌩크가 없어졌다. 지칠 때 쯤 다시 드라이버를 연습했다. 이번엔 드라이버가 이상해졌고 다시 드라이버를 열심히 연습한 후에 다시 아이언을 연습하니 또 쌩크가 생겼다. 너는 이 현상에 상당히 시달렸었다. 지금 나는 그 때에 비하면 무리하게 연습을 하거나 스윙자세를 바꾸지 않는 편이다. 너는 그 때 스윙을 많이 바꾸던 때였기에 더욱 더 아이언도 드라이버도 함께 많이 변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연습장을 동료들과 함께 갔었다. 그 날도 쌩크가 났다. 동료들이 옆에서 한 마디씩 좋은 조언을 해 주었지만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다. 동료 한 분이 내 뒤에서 내 스윙을 한 참 지켜 보고 있었다.


"꽃지아빠야, 지금 많이 지쳐서 그런 거 같아. 그렇게 안 맞을 때는 연습을 안 하는 것도 방법이야."


그는 타석에 있는 나를 불러 의자에 앉혔다.


"지쳐 있을때 억지로 연습하면 잘 안 맞고, 그걸 잘 맞추려 자세를 바꾸면 더 나쁜 자세가 될 확률이 높아. 연습을 안 하고 쉬는 게 더 좋은 방법이 되지. 그리고 뒤에서 자세히 보니 백스윙 할 때 몸이 회전되지 않아서 클럽이 오픈되고 있어. 많이 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해서 한 개의 공을 치는 게 더 중요해. 일단 지금은 앉아서 쉬는게 좋겠어."


동료가 자기 타석으로 가고 넌 가만히 한참 앉아 있었다. 팔도 다리도 찌뿌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연습하는 걸 천천히 지켜 보았다. 남이 연습하는 걸 보는 건 처음인 듯 다. 처럼 분주하게 공을 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자세도 좋고 공도 잘 치는 사람들은 공 하나 하나 칠 때마다 적당한 호흡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스윙 하나 하나가 정성스러웠다. 너는 그 때서야 너의 연습 방법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한 참 시간이 지나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때 너는 드라이버 연습을 하면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다. 드라이버 연습 후 아이언을 연습할 때에는 이미 팔의 힘이 빠진 상태가 되고, 지친 상태로 스윙을 하다보니 자세가 달라져서 아이언 미스샷이 많이 발생했다. 그 미스샷을 없애기 위해 이상한 스윙을 연습하게 되었던 것이다. 동료 말대로 쉬었다면 더 나빠지지 않았을텐데, 억지로 연습하느라 더 나빠진 것이었다. 꾸 스윙이 이상해지니 바꾸고 또 바꾸고 악순환 무한반복 열차에 탑승했던 것 같다.

       

요즘 나는 가끔 스크린골프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더 연습이 많이 된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건 지금도 정성스럽게 공 하나 하나를 치는 것이 연습장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습 타석에 들어가서 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스윙이 하고 싶어진다. 공이 날 쳐다보며 '시원하게 날려주세요'라고 외치는 것 같고, 시원하게 멋지게 날려버릴 수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반면에 스크린골프에서 게임을 하면,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해서 치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스크린골프 게임도 좋은 연습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너가 왜 그랬는 지 잘 알고 있다. 빨리 더 잘치고 싶은 그 마음. 지금도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으니깐...


골프 정말 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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