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아이언 쌩크, 가장 두려운 미스샷
그립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기
너는 스크린골프에서 동료들과 게임을 일주일에 한 두번 했다. 매주 주말에 연습을 하고 주중에 동료들과 스크린골프에서 연습한 스윙을 써 먹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주말 아침 일찍 눈이 떠졌고, 아내와 아이가 자고 있는 침실을 나와 모자를 눌러 쓰고 아파트 연습장에 갔다. 그 곳에 가면 너처럼 새벽부터 나와서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도 골프를 너처럼 좋아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연습장에서는 훨씬 공이 잘 맞는다. 게임 할 때 공 앞에 서면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지만 연습장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 게임에서는 한 번 밖에 못 친다는 것에 긴장하게 됐다. 그래서 스윙이 몸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 연습의 목적이었다. 그렇게 드라이버 연습은 너에게 조금씩 자신감을 주었다. 결국 드라이버 OB를 줄이고자 했던 너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더블파가 한 두번 밖에 나오지 않는 경기가 가능했었다. 드라이버가 벌타를 받지 않게 되면서 스크린골프에서 빠르게 스코어가 좋아졌다. 그러다 너는 인생 최악의 경기를 하게 됐다. 드라이버로 친 공이 페어웨이에 떨어졌는데, 아이언이 거짓말처럼 오른쪽으로 공을 보내 OB를 만들어 냈다. 천천히 스윙을 해도 공은 OB로 나가지 않았을 뿐 계속 왼쪽으로 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너는 골프채를 두 동강 내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다잡으며 겨우 게임을 진행해야 했다.
<골프 일기>
드라이버를 연습하면서 부작용으로 아이언 쌩크가 생겼다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클럽을 던지기 직전 상태 ㅠㅠ
어느 순간 쌩크가 나면, 무엇을 해야할까?
너는 OB를 없애기 위해 드라이버를 집중적으로 연습하기 시작했고, 아이언이 갑자기 이상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아이언은 쌩크를 연속해서 만들고 있었다. 아이언 쌩크는 드라이버 OB랑은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쌩크는 차원이 다르게 멘탈에 상처를 준다. 아이언 스윙에 대한 강한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나는 친구 B와 일요일 아침마다 스크린골프를 치곤 한다. 이 친구는 18홀 중 후반에 한 번 정도 쌩크를 낸다. 그 이후 게임은 너무나 쉬워진다. 이제 B는 나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B는 자기자신과 싸우게 된다. 나는 B를 보면서 너를 생각했다. 경기 중 단 한번의 쌩크가 B의 경기를 좌우했는데, 너는 그보다 많은 쌩크를 내며 겨우겨우 게임을 끝냈던 때가 있었다. 그 게임에서 너의 멘탈은 안드로메다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너가 그렇게 멍 때리고 있을 때, 동료들도 함께 게임 패턴을 잃어갔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얼굴은 굳어져서 아무 표정도 없었다. 그 때 넌 진지하게 골프를 그만하는 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
나도 가끔 쌩크가 난다. 쌩크가 나자마자 클럽 샤프트 부분을 보면 공에 긁힌 자국이 보인다. 그 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바로 지운다. 그러면 그립을 다시 확인한다. 힘을 빼고 그립을 잡고, 힘을 주었을 때 클럽 페이스가 변하는 지 확인한다. 백스윙에서 코킹이 예전과 다르게 과한 지 확인한다. 힘을 뺀 빈스윙으로 임팩트 지점에서 멈춰본다. 클럽헤드가 열려있으면 쌩크가 또 나온다. 그렇게 그립과 백스윙을 조정한다. 그런 후에 빈스윙을 통해 공과 나 사이의 거리를 재조정하고 어드레스를 잡는다. 그러면 쌩크는 거의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 B의 경우에는 지나친 코킹을 통해서 공을 치는 경우이다. 코킹의 장점은 적은 힘으로 빠른 회전을 만들어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코킹이 늦게 풀리면 클럽페이스가 열린 채로 공을 맞추게 되고 쌩크가 나기도 한다. 너도 그 때 너가 의식하지 못했던 코킹으로 인해 쌩크를 만들고 있었다. 쌩크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초보들에게 가장 큰 원인은 그립에서 나온다. 그립은 초보들이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