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할 줄 알아?#4

호흡에만 집중하다

by 꽃지아빠

수영에 대한 재미가 날 주말에도 수영장으로 이끌었다.

주중에는 긴 시간을 연습하지 못 하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연습하고 싶은 마음에 어느새 수영장까지 오고 말았다.

수영장에 사람들이 꽤 많다.

오전인데도 이렇게 많다니...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종종 보러 와서 마음의 위안을 삼아야겠다.

간단하게 준비운동을 하고 풀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첫 연습은 슈퍼맨이다.

두 팔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온몸에 힘을 빼고 물 위에 엎드린다.

엎드릴 때의 추진력으로 몸이 조금 앞으로 간다.

아주 부드럽게 편안한 자세다.

그래도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간다.

더 편안하게 어깨부터 힘을 뺀다.

처음에는 좌우균형이 안 맞아 불편했었다.

왼쪽으로 몸이 기울면 오른쪽으로 팔에 다리에 힘을 주기도 했다.

그 모습이 마냥 우습다.

힘을 준다고 기울던 몸이 기울지 않는 것도 아닌데 낑낑댔다.

힘을 빼면 뺄수록 균형이 맞았다.

물 안에서의 운동이 그만큼 어색하다는 반증일 것이리라.

수중활동이 어찌 쉽겠냐마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그래서 다리를 좀 더 벌린다.

그러면 균형잡기가 좀 더 수월하다.

힘을 모두 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같다.

힘을 빼고 물 위에 엎드리는 자세.

그렇게 25m를 두 번 왕복하고 나면 힘을 어느 정도 빼기가 수월해 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발차기로 고단하게 해서 몸에 힘이 빠지는 것과는 완전 다른 느낌이다.

발차기는 물을 지배하겠다는 욕심으로 다그치는 것 같다면 슈퍼맨 자세는 물과 친해져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물론 막상 손으로 물을 밀고, 발차기를 하는 순간 모든 것이 엉망이 되긴 하지만,,,


두 번째 운동은 발차기이다.

이게 아직은 몸에 익지 않은가 보다.

왼발은 약, 오른발은 강.

왼발부터 오른발로 이어지는 자연스런 박자.

따당~!

오른 팔로 물을 젓고 따당...

왼 팔로 물을 젓고 따당...

저번 코칭을 받기 전까지는 팔로 물을 밀어낸 후에 발차기를 했었다.

하지만 '손발 맞추기'란 단어가 느낌으로 팍 와닿았다.

손의 위치에 맞춰 발을 차는 타이밍을 일정하게 가져가야 한다.

팔이 물을 밀어낼 때 발차기가 가장 느낌이 좋다.

팔이 물을 미는 순간에 발도 따당~

왼팔이 물을 밀 때는 발이 어느 정도 맞는다.

그래서 물에서 미끌어지는 느낌도 무척 좋다. 하지만 오른쪽은 아직도 어색하다.

아마도 호흡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손과 발과 호흡이 한 번에 이뤄져야 하니 잘 안되는 것 같다.

오늘의 연습은 이 부분에 집중할 것이다.

오른쪽 호흡을 할 때 발차기.

우선 호흡을 안 하고 손발 맞추기를 연습한다.

발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왼 손이 물을 밀기 시작할 때 따당.

오른 손이 물을 밀기 시작할 때 따당.

두 번 반복하고는 바닥에 발을 대고 천천히 숨을 쉬었다.

그 느낌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25미터를 몇 번 반복했다.

왠지 오늘은 느낌이 좋다.

몇 번 연습으로 몸에 조금 익숙해진 모양이다.


다음은 호흡을 하면서 발차기를 같이 하는 것이다.

특히 오른쪽 호흡할 때 발을 집중하기로 했다.

왼손에 따당.

오른 손에 따아....따다당...

역시 쉬운 거 아니었다.

균형이 깨져도 따당만 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발차기를 더 한다.

그러면 더 숨이 찬다.

익숙해 질 때까지 계속 연습한다.

조금 나아졌다 싶어졌을 때

며칠 전 선배가 말한 호흡을 같이 한다.

호흡을 할 때 천장을 보라는 것...

왜 천장을 보라고 했을까?


숨을 고르고,

벽을 발로 차고 앞으로 나간다.

오른손과 발 따당.

왼손과 따당.

드디어 호흡이다.


천장을 봐라.

천장을 봐라.


그리고 천장을 보기.

그리고 호흡. 들숨.

이 느낌은 뭐지.

숨이 편하다.

여태 느껴보지 못 했던 편안함이다.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오직 호흡에만 집중한다.

25미터를 돌고

50미터를 향해간다.

지금껏 수영하면서 알지 못 했던 편안함이다.

50미터를 찍고

75미터를 향한다.

아직 심장이 터질 것 같지 않다.

어느 정도 동작이 몸에 익었는지

손발도 박자를 맞추고 있다.

천장을 보는 것이 이렇게 큰 변화를 줄 지 몰랐다.

75미터도 거의 다 왔다.

100미도 갈 수 있을 거 같다.

앗...

호흡이 틀어졌다.

천장도 못 봤고 물을 조금 먹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75미터 벽에 터치하고는 폭풍 숨을 몰아쉰다.

놀라운 발전이다.

드디어 50미터 벽을 넘었다.

아놔 너무 기쁜데 당장 자랑할 곳이 없다.


숨을 고르면서 다시 정리한다.

발은 왼발, 오른발 한 번씩 따당.

팔과 손의 타이밍을 맞추고

호흡할 때 천장을 바라본다.


마지막에 물만 먹지 않았으면 기록을 많이 깰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그렇게 두 차례 더 75미터를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번번히 호흡을 제대로 못 해서 멈춰야 했다.

그래도 기분은 날아갈 것 같다.

큰 벽을 하나 넘은 기분이다.


이제 레인을 한 칸 옆으로 옮겨야겠다.

작가의 이전글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