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만들어준 습관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운동도 하고
어학원에 가서 회화 공부하고
회사도 일찍가고
차분히 하루를 계획하고
남들보다 먼저 일과를 시작하는
드라마에 나오는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
아침형인간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러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고,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늦은 야근에 술자리에
새벽에 일어나기는 작심삼일이 되기 일수고
집에 오면 티비켜고 피씨켜고 늘어지고,
영화도 보고, 미드도 보고,
친구들이 부르면 저녁에도 나가고,
아무 약속이 없어도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12시가 항상 넘었다.
아침형 인간이 되는 건 너무 먼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저녁형 인간이라고,
저녁형 인간의 장점으로 나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최대 자유를 누리던 솔로에서 벗어나
혼자살던 무간섭에서 벗어나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다.
지금도 종종 총각 때가 정말 그립다. ㅋ
친한 선배는 나에게 진지하게 이렇게 말했다.
"Your life is really over."
난 웃었다. 선배도 웃었다.
난 설마하며 그 말을 즐겼고,
선배는 곧 내가 겪을 일을 생각하며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 회식을 멀리하고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멀리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사와 육아에
짧은 일손이라도 보태야 했고,
힘든 시기를 보내는 아내와 아기를 위해
나도 희생이라는 것을 해야 했다.
그래서 퇴근 후 아이와 놀고 아이를 씻기고 재웠다.
짧은 시간이지만 놀아주고 싶었고,
그렇게 육아 활동이 생활이 되어갔다.
그러다 보니 점점 자는 시간이 빨라졌다.
어쩔 때는 9시도 안 되서 자기도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새벽 한 두시에 눈이 떠졌다.
눈을 뜨면 정말 멍했다.
삶이 무기력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일 년이 지나자,
새벽 한 두 시에 일어나는 일이 적어졌다.
그렇게 이 년이 지나자,
새벽 한 두시에는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일찍 잠을 자니 다음날 아침에 칼 같이 일어났다.
늦어도 10시면 잠이 드니,
6시면 알람없이 눈이 떠진다.
더 놀라운 건 6시란 시간을 보고
다시 눕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아침형인간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리고 난 아주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충분한 수면을 내가 나에게 준 이후에,
낮에 전혀 졸리지 않았고,
너무 쌩쌩했으며,
집중력도 놀랍게 좋아졌고,
술자리 가서 9시 넘으면 하품을 했다.
이틀 연속 술 마신 사람보다 더 피곤해 했다.
12시를 넘겨 마시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이건 총각 때 상상도 못한 일이다.
12시면 한 잔 더 달려야 할 시간일 뿐이었는데...
몸이 쌩쌩하길레 점심에 잠을 자지 않았다.
그래서 짧게 운동을 시작했고,
육개월 정도 꾸준히 하게 되자,
운동 시간을 아침으로 옮겼다.
그래서 아침에 운동한 지 만 2년이 되어간다.
아침 운동을 하고 난 후 알게된 사실은
하루가 무지하게 상쾌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점심 시간이 남게 되었고,
그 시간에는 책을 읽고 있다.
책 읽는 시간이 생기자 독서량도 늘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다만 이 놀라운 일들은
감성이 충만해지는 9시 이후에 저녁 시간을
완전히 포기해야 가능했다.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ㅋ
그리고 저녁형에서 아침형으로 변화하는데
이 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고,
아기라는 놀랍도록 빡센 동기가 있었다.
아마 육아에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면,
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조금은 수동적으로 변한 변화이기도 하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앞에서 얘기한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일까?
이건 조금 억지같다.
나이들면 누구나 아침형이 되어가는 경향이 있으니...
다만 저녁형보다는 쬐금 더 이성적인 삶의 형태이며,
뭔가를 꾸준히 하기에 유리한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아침형 인간이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