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축제가 없는 이유
7번째 결혼기념일.
달력을 넘기다 우연히 확인한다. 잠시 멈칫한다.
1박2일 여행을 갈까?
아니면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예약할까?
그리고는 다시 하던 일을 한다. 그렇게 그 순간이 지나가 버렸다. 기념일은 다시 잊혀지고 일상 속에 묻힌다.
며칠 뒤 장모님 생신 날짜를 헤아리다 다시 결혼기념일 얘기가 나온다. 아내도 나도 별다른 말없이 서로를 한 번 쳐다보고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는다. 적당한 식당에서 평소에 잘 안 먹는 음식을 먹고, 케익을 자르고 아이와 함께 조금 다른 하루를 보낼 것이기에,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아이 를 맡길 곳도 없으니, 이런저런 어려운 점들이 있기에,,,, 생각을 멈춘다.
또 며칠 뒤,
메일을 보다가 쇼핑몰에서 온 메일 속에 장갑을 본다. 아내 겨울 장갑이 없는데, 그래서 이리저리 찾아본다. 그리고는 결재를 한다. 아내에게 줄 결혼기념일 선물이다. 잠시지만 아내에게 뭐가 필요한 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또 일을 한다.
일.
나에게는 하루 중에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이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생활을 한다. 아내도 일 때문이라면 잘 관섭하지 않는다. 일 때문에라는 말은 면죄부와 가깝다. 실제로 일이 나를 옭아맬 때도 많다. 그렇게 몇 번 반복되다보니 당연한 것처럼 변한다. 그렇게 기념일들이 일상속에 묻힌다. 마치 아침밥 안 먹은 것처럼 기념일을 넘겨왔다.
갑자기 카톡 메세지로 아내한테 선물을 샀다고 알린다. 무엇을 샀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아내는 좋아한다. 그리고 며칠이나마 기대에 부풀어 오를 것이다. 얼마지나지 않아 아내한테서 카톡이 온다. 자기도 선물샀다고. 별거 아니겠지만 궁금하다. 살짝 기분이 들뜬다.
결혼기념일 당일.
새벽에 일어나 씻고 나온다. 아내와 아이는 잠을 자고 있다. 어두운 거리에 차를 몰고 출근한다. 아내만을 위한 결혼기념일이 아닌데, 난 왜 항상 억지로 하는 기분이 들까? 그래서 영화라도 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이가 어린 우리한테 영화는 아직 사치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꽤 오래됐다. 회사에 도착해서 영화를 알아본다. 요즘 영화에 대해서 검색하고 영화관과 시간까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아내한테 카톡을 날린다. 아이 친구 맘한테 아이를 3시간만 맡길 수 있게 부탁을 해 보라고... 아내도 혹한다.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 데이트에 대한 갈증, 둘 만의 시간에 대판 갈증, 그렇게 분주하게 아내는 아이 친구 맘들에게 연락을 하고 나는 영화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지를 체크한다. 결국 우리는 영화를 예매한다. 앞에 10분은 못 보지만...
영화를 보고, 맛난 저녁을 먹고, 케익에 불도 끄고 선물을 주고 받는다. 서로의 선물을 보고 빵 터진다. 서로 이게 모냐며 웃는다. 그리고 꼭 필요한 거 산 거라며 우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다른 날과는 아주 조금 다른 하루였다.
내 인생에 축제가 없는 이유가 갑자기 떠 올랐다. 내가 축제를 만들지도 즐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즐거운 특별한 있기를 바라면서 아무 변화없는 삶을 살기에 재미가 없는 것이었다. 내 삶을 축제로 만들고 싶다면 내가 내 삶을 축제로 만들었어야 한다는 간단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그리고 이 번 크리스마스를 축제로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생각만으로도 벌써 즐거워진다... 지금부터 크리스마스날까지 쭈~욱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