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 정치 수준은 국민들의 정치수준이 결정한다.
총선 승리는 야당이다. 과반이상을 확보한 야당은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과반은 무의미하다. 쟁점 법안 통과를 위해 180석이 필요한데 야당을 다 합쳐도 170석에 불과하다. 이 말은 곧 국회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말한다. 20대 국회도 식물 국회는 불가피해 보인다. 과연 국회의원들은 이제 진정한 정치를 위해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이것이 20대 국회의 숙제이다.
이 번 선거를 양당체제로 치뤘다면 야당은 얼마나 성공할 수 있었을까? 난 지금보다 더 적은 의석을 차지했을거라 생각한다. 모 아니면 도의 구도. 이 구도에서는 이미 야당은 여당을 이기기 쉽지 않다. 이 프레임을 안철수가 깼다. 처음에 여당은 신이났다. 야당의 분열은 여당의 이익으로 이어질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여당은 선거의 이슈를 빼앗기기 시작했다. 언론은 야당을 열심을 다루었고, 야당은 참신한 인물들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문재인이 인재영입을 할 때마다 언론은 집중보도 했고, 안철수는 인물보다는 양당구도를 깨기위해 국회의석 20석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더민주를 나온 목소리 큰 정치인들을 대거 영입하고도 분열없이 선거를 치른 막강한 내공을 보여줬다. 이미 그는 큰 정치인으로 변신해 있었다. 여기서 이미 선거는 야당의 것이었다. 양당구도를 파괴한 것이 가장 큰 것이었고, 선거의 이슈를 야당이 휩쓴 것이 두 번째였다. 여기에 여당도 분열이 일어났다. 이는 불통 박근혜의 꽉 막힌 공천이었고 선거의 여왕을 버릴 수 없는 비겁한 비박들의 보기흉한 반란이었다. 이미 진 선거를 더 크게 벌어지게 한 계기가 되었다.
양당구도가 가진 한계는 그 둘의 경계가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는 자유와 평등의 이분법이다. 우리는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자유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단순한 법칙만 생각한다. 여기서 이미 야당은 상당히 많은 표를 잃을 수 밖에 없다. 마치 칠팔십년대처럼 경제가 성장할 수 있을 것처럼 여당은 경제를 논하고 어린 백성들을 현혹한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가난한 곳에서 야권보다는 여권의 표가 몰리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잘 살고 싶은 자들에게 여당의 경제논리는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평등이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의 의미조차 제대로 헤아리지 못 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반증한다. 돈 있는 사람한테는 복지 혜택이 주어지면 안된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 계속 먹히고 있다. 동일한 조건이면 동일한 혜택을 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공리주의이다. 많이 번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고 그 세금이 자기에게도 돌아온다는 것을 의식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혜택없이 세금만 내라는 것은 조금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선택적 복지를 선택하자는 사람들이 줄어들 때까지 우리는 많은 토론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누구에게 어떻게 복지 혜택을 줄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으로 가장 빠른 변화를 겪은 우리에게 큰 치명타는 자식이 더 이상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의식의 변화이다. 이 변화가 엄청난 수의 빈곤노인을 만들어 버렸다. 홀로서기가 필요한 노인들. 그들 중 절반이 빈곤하다. 우리는 이 큰 짐을 나눠야 하는 문제에 당면했고 작지만 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태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던 미취학 아동에게 교육복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아무 생각없이 몰아부친 박대통령의 용단(?)에 복지 혜택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박근혜는 이를 없던 일로 하고 싶었지만 이미 터진 물꼬는 막을 수 없었다. 아직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교육청은 싸우고 있다. 이 싸움은 안쓰럽지만 박근혜 덕에 이런 싸움이라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불과 5년도 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취학 아이들에게 밥을 주는 것. 이는 대한민국 청소년이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자유에서, 배우고 먹을 수 있는 자유로 더 큰 성장을 이룩한 대 사건이었다. 일부 정치인, 전 서울시장과 경남지사를 지낸 두 명은 이를 반대했다가 아주 큰 치명타를 입었다. 그리고 우리는 청년들에게도 그 혜택을 주자는 논의를 해야한다. 그 핵심은 반값 등록금과 취업, 창업 지원금 등이 될 수 있겠다. 이미 우리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굉장히 선진 사회가 되었다. 이런 복지를 논할 수 있다는 것이 증거가 될 것이고 하나씩 변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열심히 돈 벌고 있는 사람들의 복지이다. 외줄타기 직장인들에게마저 실업, 퇴직의 공포에서 벗어날 사회안전망을 줄 수 있다면 스웨덴이 부럽겠는가?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평등이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무식하게 용감했다고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박대통령은 노인 연금과 미취학 아이들 교육비 지원이라는 아주 큰 흐름을 일궈냈다. 이는 그녀가 이룬 업적으로 오래 남을만 하다. 나머지는 모두 한숨만 나온다.
야당의 승리로 이런 변화의 물꼬를 이룬 것이다. 이제 경제발전을 위한 법 개정보다는 평등을 강조하는 법들이 더 열심히 발의될 것이다. 이 흐름을 아직도 이해 못 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자신의 공약들부터 다시 봐야 할 것이다. "모두가 잘 사는 지역구~~" 잘 산다는 개념이 없는건가?
난 지금의 박대통령의 독선이 이해된다. 아무리 잘못해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으니 어떤 사람인들 거만해지지 않을 것인가! 지난 수차례의 선거에서 박근혜 효과는 아주 믿기 힘들 정도였다. 이번 선거를 제외하면 연승을 계속했다. 난 오히려 박근혜가 먼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박근혜로 인해 선거가 좌지우지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드디어 나타났다. 선거의 여왕이 진 첫 선거가 되었다. 여당은 이제 박근혜에게 이전처럼 굽실거릴 필요성이 낮아졌다. 급속히 청와대와 경계가 생길 것이고 박근혜의 마지막 국정 지지율은 바닥을 찍고 2017년을 맞을 것이다. 그래도 노인 표를 얻기 위해 박근혜를 찾는 정치인은 계속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힘을 펴기는 이제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면 이번 선거의 일등공신은 안철수이다. 그리고 욕을 그렇게 먹으면서 고집을 부린 그 배짱을 높이 사고 싶다. 그가 양당구도라는 프레임을 깨지 않았다면 여당에 있던 표들이 대부분 다시 여당으로 갔을 것이다. 야권의 분열로 여권이 우세할 거라는 판단은 틀렸다. 야권보다는 여권의 표가 더 많이 이동했고, 야권은 오히려 결집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이 승리가 의미가 있길 기대해 보며 마지막으로 이 말이 쓰고 싶다.
그 나라 정치 수준은 국민들의 정치수준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