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뇌를 깨우는 법10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

붙잡을수록 멀어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by 무이무이
바닷가에서
한 줌 모래를 쥐며
나는 문득 깨닫는다.
세상에 완전히 단단한 것은 없다.
단단함은 환상일 뿐이다.
모든 것은 흩어지고, 부서지고, 다시 모이며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피어난다.
하나의 언어, 하나의 진리로 쌓은
바벨탑은 무너졌다.

우리가 붙잡으려 하는
기억이든, 믿음이든, 소망이든,
그것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진리는 손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바라보고 따라가며 깨닫는 것이다.
그 끝없는 바다를 두려움 없이 항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


오랜만에 바닷가에 서니, 바람에 실린 짭조름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발끝에 스치는 파도는 시원하고,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모래는 따뜻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몸을 굽혀 모래를 한 줌 쥐어 올린다. 손바닥 위의 작은 알갱이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것들은 그저 흔한 모래가 아니었다. 모래는 혼자가 아니다. 무수히 많은 알갱이들이 서로 부대끼고 스쳐가며, 그 존재만으로도 바닷가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은 알갱이들은 처음부터 모래였을까? 거대한 바위산의 일부였을까, 아니면 아주 먼 태양계 저편에서 날아온 소행성 조각이었을까? 어쩌면 달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 운석이 되어 이곳까지 흘러왔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모래’라고 쉽게 부르는 이 작은 입자들은 사실 길고도 긴 역사를 품고 있다. 수십억 년 동안 돌이 깨어지고, 다시 부서지고, 파도에 씻기며 바람에 날리고, 그렇게 흘러 흘러 지금의 한 줌 모래가 되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그 알갱이 하나하나가 바로 시간의 조각, 지구의 기억, 그리고 우주의 파편이다.


45억 년 전, 지구는 끓어오르는 용암 덩어리였다. 하늘에서는 수많은 운석과 얼음 행성이 끊임없이 충돌했고, 그 충격은 지구의 표면을 갈아엎으며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냈다. 거대한 돌이 산을 이루고, 산이 부서져 자갈이 되고, 자갈이 모래가 되어 오늘의 해변을 이루었다. 파도는 그 모래를 다시 끌고 다니며 새로운 해안을 만들고, 바람은 그것을 또 다른 곳으로 흩날린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 깨닫게 된다. ‘영원히 단단한 것’이라는 믿음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세상의 모든 것은 부서지고, 흩어지고, 다시 모이며,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이 피어난다.


이 사실은 인간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옛날 사람들은 땅이 평평하고 하늘이 둥글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져 의심조차 없었다. 하지만 항해술이 발달하고,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하자 믿음은 무너졌다. 평평하다고 여겼던 땅은 둥글어졌고, 우주의 중심이었던 지구는 한낱 작은 행성으로 내려앉았다. 진리가 깨질 때마다, 그 자리에 더 넓고 깊은 세계가 열렸다.


우리의 뇌 또한 이와 같다. 우리는 하나의 사실, 하나의 진리를 움켜쥐려 한다. 마치 모래를 손에 꼭 쥐듯이 말이다. 하지만 손을 너무 세게 쥐면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진리 또한 그렇게 흘러가 버린다.

새로운 만남, 예상치 못한 정보, 다른 생각이 우리의 사고를 부수고 다시 조립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넓은 시야를 얻고,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모래가 바람과 파도에 의해 끝없이 이동하며 새로운 해안을 만들 듯, 우리의 생각도 그렇게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 전혀 다른 풍경을 그린다. 오늘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것도 내일이면 파편이 되어 흩어질 수 있다. 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창조적인 뇌를 가진 존재가 된다.


바닷가에서 한 줌 모래를 쥐며 나는 문득 깨닫는다. 세상에 완전히 단단한 것은 없다. 단단함은 환상일 뿐이다. 모든 것은 흩어지고, 부서지고, 다시 모이며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피어난다. 하나의 언어, 하나의 진리로 쌓은 바벨탑은 무너졌다. 우리가 붙잡으려 하는 기억이든, 믿음이든, 소망이든, 그것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진리는 손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바라보고 따라가며 깨닫는 것이다. 그 끝없는 바다를 두려움 없이 항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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