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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교육가 안용세 Feb 18. 2024

가깝지만 먼, 다르지만 유사한.

한일 청소년 온라인 연극게임 프로젝트에 관한 소회

일본을 대하는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가지의 수가 존재한다. 

우호적이지만 일정 부분 비호적인, 인정하지만 용납할 수 없는. 


극명하게 갈리는 사람들의 인식 속 동일한 역사관, 교육 환경 안에 놓였던 나는 일본에 대한 다르게 보기와 생각하기를 게을리해 왔다. 그 결과 오랜 기간 일본의 문화를 소비하면서도 동시에 빠져나가야 하는 돌파구는 언젠가부터 늘 한 켠 어딘가 틈을 벌린 채 살아왔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꽤 오랜 시간 나에게 일본은 '가깝지만 먼 나라'로 인식되었고 이는 나의 부모세대, 나아가 조부의 대에서부터 시작된 한국과 일본의 불편한 근현대의 역사적 사실을 대변하는 상정적 문장으로 기억되고 전승되어 왔다. 켜켜이 쌓여온 아픈 역사의 나이테가 두텁게 덧대질 때마다 역사적 패배감에 젖은 우리 내 민중의 인식은 어쩌면 올바른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오염되었는지 모른다.    


처음으로 일본사람과 눈을 마주하고 대화한 것은 서른이 지난 어느 봄날이었다. 다르게 보기와 생각하기에 게을렀던 나는 내 안에 뭉근히 피어오른 편견적 시선에 둔감했고, 언제나 그들의 말과 행동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 채 쫓겨 다녔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었을까. 접하고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서적 교류가 깊어지고 생겨나는 호기심은 질문과 답변으로 점차 해소되었으며 오해의 일정 부분을 바로잡아주었다. 그렇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 같은 사람'이라는 무차원적 인식이 싹 틔울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마주하기'에서부터 비롯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에게 그러한 마중물의 역할이고 싶었다. 사는 환경도 먹는 음식도 다르고 바라보는 세상과 삶의 지향점이 다를지라도 켜켜이 쌓여온 일방향적 역사관에 지배받는 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겨 마주하기를 실천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롭게 피워 낼 아이들의 선택지가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동시에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 사이에 자발적인 '우정'이 싹틀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정의 조건은 무엇일까? 


우정의 조건 1. '선의와 미덕'

우정의 조건 2. '믿음과 의리'

우정의 조건 3. '공감과 이해'

우정의 조건 4. '사랑과 존경'  

  

2020년부터 더딘 듯 지속적으로 이어온 한국과 일본의 예술교육가(Teaching Artist) 간 만남은 2023년 '한일 청소년 온라인 연극게임 프로젝트'를 통해 작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 그보다 나 그리고 우리가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가 간 경계를 허물고 예술교육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며 함께 협력할 때, 우정의 조건은 완성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을 모집하고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과 일본 청소년이 온라인상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첫 번째 만남에서 그들이 보여준 건강한 긴장감, 말은 통하지 않지만 느낀 감정을 어떻게든 교류하고 싶어 다양한 몸짓으로 표현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들의 눈망울에 맺힌 아쉬움과 동시에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는 반짝이는 순간들까지. 위에 언급한 네 가지 우정의 조건은 한국과 일본 친구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 전반에는 서로를 믿고 기다려주는 예술교육가 동료들이 함께했다. 




'가깝지만 먼, ' '다르지만 유사한.'

'Close but Far, ' 'Different yet Similar.'    


우리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픈 희망의 문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역사적 진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전승되길 바란다면 '가깝지만 먼'의 정서는 그 존재로서 분명 가치롭다. 그러나 그곳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선대가 후대에게 남겨줄 고유한 유산이지 않겠는가. 다시 한번,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상호 간의 유사함을 발견할 때, 비로소 한국과 일본의 오랜 실타래의 무더기가 한올씩 풀리며 꽃피는 우정의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2023 한일 청소년 온라인 연극게임 프로젝트 참여 청소년
2023 한국 일본 예술교육가(Teaching Artist) 그룹(왼쪽 상단부터 유은정, 안용세, 이윤미, 마키, 토시, 아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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