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
예술교육가의 존재는 현장에서 발현된다.
주변을 돌아보면 곳곳의 현장에서 각자의 전문 예술 분야로 예술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수많은 동료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주로 개별적으로 연구하고 작업을 실천해오던 그들에게 ‘연대’의 가치는 필수 불가결한 수칙이다. 하지만 독립적이고 과정 중심의 활동이 주를 이루는 예술교육의 철학 특성상 동료 활동가의 만남 혹은 연대는 흔치 않은 경우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ITAC5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고 가까운 곳에 동료가 존재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연대’와 ‘공동체’의 발견이었다.
그렇다면 예술교육가에게 ‘현장’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예술교육가에게 현장은 시간, 공간, 인간 그리고 이야기가 공존하는 곳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현장을 방문하며 때로는 ‘초대받은 손님’처럼 현장을 드나들던 때가 있었다. 예술교육가의 눈에 비친 현장이 살아있지 않으면 그 순간은 시간도, 공간도 그 어느 것도 만족하기 어렵다. 즉, 현명한 예술교육가라면 답습적이고 형식적인 태도로 찾는 현장을 경계하고 현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아래 예술교육 현장과 지역의 특수성을 주제로 던진 2020 ITAC5의 질문은 예술교육실천가로서 갖고 있던 활동 근간의 철학을 재확인하게끔 이끌어주었다.
‘지역의 이슈에 예술교육가의 구체적인 역할과 기여는 무엇인가’
‘예술교육가의 실천은 지역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강화하고 있는가’
‘예술교육가의 실천이 어떻게 우리의 문화와 지역사회의 이슈를 반영하는가’
현장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관심과 고민은 ITAC5에서 ‘발견’한 국내 및 해외 동료들과 만남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확산할 수 있었다. 특히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 예술교육실천가들의 아이디어와 실천 사례는 다양한 관점을 넘어 새로운 관점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담고 있었다. 이는 비대면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2020 ITAC5의 실천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이었다.
온라인 플랫폼을 창구로 만들어진 ITAC5의 세계는 허구적 현실이 공존하는 ‘현장’이었다. 그곳에서 가장 처음 확인한 것은 상호 간의 배려와 존중이었다. 그러한 따뜻함 속에서 예술교육실천가로서 각자가 가진 관심과 고민을 공론화된 다양한 워크숍과 토론의 장을 통해, 때로는 삼삼오오 흩어지고 다시 모여 가상의 게릴라 전술로서 상상한 것 이상의 것들을 펼쳐내고 있었다. 나와 다른 현장에서 나와 유사한 고민을 갖고 예술교육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전 세계의 동료를 만나는 경험은 나를 고독한 활동가로 분류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24시간 내내 그들과 ‘연대’ 하며 내가 가진 아이디어와 관점을 그들과 비교하던 현장은 더 많은 세상의 공간과 시간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존재했다.
처음 언급한 것처럼 예술교육가는 현장에서 가장 크게 발현되는 존재이다. 사실 2020 ITAC5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돌이켜보면 내가 하는 고민과 관심, 그러한 바탕으로부터 시작되는 작업 과정 전반에 관한 지지였는지도 모른다. 과연 이러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이 있는가. 혹은 내가 바라보고 관철하고자 하는 세상에 대한 탐구를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가. 에 대한 의심 혹은 관심들. 결과적으로 나는 2020 ITAC5 이후에도 이와 같은 작업 과정과 연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곳에는 그 이상의 현장이 존재했고, 그 이상의 매력적인 작업 과정이 존재했으며, 내 관심과 고민에 진지한 태도로 몸을 기울여 줄 동료가 있었다. 그것이 내 마음이 기억하고 몸에 새겨진 2020 ITAC5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