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에서의 관계와 사회적 공동체를 중심으로
공동체란 무엇인가.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는 삶과 일을 가깝게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공동체를 이루는 또 하나의 씨앗이 된다. 책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을 출 수 없다>에서 깊이 공감하며 인용한 내용이다.
사람들은 기억에 기대어 살아간다.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다양한 세대 분류가 있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오늘 하루, 이 순간을 제대로 느끼기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교는 유독 외딴섬처럼 덩그러니 놓여있다는 느낌을 준다. 주변 사람들에게 학창 시절의 기억을 물었을 때 돌아오는 일관된 답변들은 늘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지나게 되는 학령기의 기억은 좋든 싫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꼬리표처럼 우리를 따라다닌다.
대안교육은 이러한 공교육의 결핍에 집중한다. 대안교육이 가져가야 할 철학과 가치는 아이를 사회가 요구하는 규격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 안에 잠재된 고유한 씨앗이 제때에 싹을 틔울 수 있도록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데 있다. 배움이 두려움이 아닌 설렘이 되고, 학교가 고립된 섬이 아닌 삶과 일이 연결되는 생생한 현장이 될 때, 아이들은 비로소 성장의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일반 공교육이 지향하는 가치는 빠르게 변화한다. 특히 인공지능과 에듀테크가 중시되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기술을 배우고 변화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어쩌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숨 가쁜 삶을 답습하며 살아남기 위한 여정을 서둘러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기술이 강조되는 시대일수록 대안교육은 '인간다운 삶'의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를 알고, 나를 위로해 주는 존재를 찾으며, 세상의 불공평함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 자체가 대안교육의 핵심 커리큘럼이 되어야 한다.
예술교육가로 살아오며 수많은 학생을 만나왔다. 그들의 모습에서 피어나는 반짝임과 저무는 어스름을 동시에 볼 때면, 혼란스러운 경계 위에서 줄타기하는 아이들의 24시간이 사뭇 궁금해지곤 했다.
하루 일상은 어떠할까?
혼자 있는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보낼까?
무엇을 할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할까?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동안 나는 주로 '초대받은 손님'으로 학교를 오갔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의 관계보다는 예술교육가라는 역할에 더 충실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난 두 달여간 무지개학교에 머물며 나의 어린 시절을 자주 떠올리게 되었다. 장난기 많고 아이들 사이에서 늘 밝았던 나는, 매 학년 '요주의 인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나의 강점을 기억하고 독려해 주셨던 선생님도 계셨지만, 끝내 힘들고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은 분도 있었다. 서툴고 위험천만했던 사건들을 통과하며 지금의 내가 되었듯, 나는 요즘 그때의 파편화된 기억들을 수집하는 마음으로 무지개학교의 아이들을 마주한다.
무지개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마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당시 나는 누구도 명시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문제아'라 느끼곤 했다. 주변의 시선에 반항하고 저항했던 것은 그 낙인이 고깝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책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의 '문제아는 없다' 챕터는 이 지점을 날카롭게 짚어준다. 일반적인 공교육의 잣대라면 보이지 않는 꼬리표를 붙였을 상황에서도, 무지개학교와 키노쿠니, 프리스쿨은 문제를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그 이면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교사회와 아이들이 함께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과정, 그 자체가 대안교육이 가진 강력한 힘이다.
"아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자질을 지니고 있는가?" "그 자질을 스스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교의 역할인가?" 책이 던지는 이 질문들은 교사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게 한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나아갈 길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전한 경계'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이는 방임이 아니라, 아이가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을 정도의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 마음껏 탐구하게 하는 '사려 깊은 개입'을 의미한다.
이처럼 대안교육이 가져가야 할 철학과 가치는 단순히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한 존재의 온전함을 신뢰하는 데 있다. 아이가 두려움 없이 실패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삶의 터전,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마을이 되어주는 것, 그리고 '나'로서 존재해도 안전하다는 믿음을 주는 공동체를 실천하는 것이 대안교육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