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뉴 Jul 27. 2020

물어볼까 말까 할 때는

역시 물어볼 걸 그랬어

입사하고 처음으로 업무에 대해 지적을 받은, 그래서 조금 울적한 날.


갑자기 다른 부서와의 회의에 초대되었다. 어떤 회의이고 내가 왜 들어가야 하는지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초대받은 일정의 제목만 보고 유추해보려 했으나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조금 전에 초대해주신 회의는 어떤 회의예요?"라고 여쭤볼까 하다가, 들어가 보면 알겠지. 하고 그냥 넘겼다.


회의실에 들어가 보니 처음 뵙는 타 부서 직원분들이 기다리고 계셨다. 오고 가는 이야기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일단 들리는 대로 열심히 받아 적었다. 무슨 마케팅 비용을 정산하는데 포함되는 항목과 제외되는 항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회의 내용의 10%도 이해하지 못한 채 회의는 종료되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른 팀원분으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으러 다른 회의실로 향했다. 매월 다른 부서에서 우리 서비스를 마케팅용으로 쓴 비용을 정산하는 파일을 작성하는 방법을 인계받았다. 뭔 항목이 이리도 많은지, 이런 항목은 이런 이유로 제외되고, 저런 항목은 원래 포함되는데 그 하위 항목 중에서 이건 예외적으로 제외되고 이런 설명을 들었다. 아까 들어간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이 이 업무에 대한 거였나? 한번 여쭤봐야 하나? 그런데 선배님은 아까 회의에 안 들어갔잖아, 그냥 말자.


설명을 마친 선배가 "한번 안뉴님이 리포트 작성해보실래요? 작성하고 나면 제가 한번 검토해볼게요."라고 하셨다. 내가 어찌어찌 만들어본 리포트를 쭉 검토하면서 틀린 부분을 수정해주시고는, 이대로 리포트 발송까지 해보라고 하셨다. 선배와 함께 메일 제목과 본문 내용을 작성하고, 작성한 리포트를 첨부하여 유관 부서들에 메일로 발송하는 것까지 완료했다. 앞으로는 내가 맡아서 하게 될 새로운 업무다.




회의실을 나와 다시 자리에 돌아와 업무를 하던 중, 갑자기 팀장님이 내 자리에 오셨다. 


팀장님: "안뉴님,"

나: "네?" (긴장)

팀장님: "제가 무슨 말할 것 같아요?"

나: (뭐지, 설마 아까 그 리포트 보낸 게 정말...?) "... 잘 모르겠... 는데요..." (알 것 같다...)

팀장님: "아까 우리 같이 들어간 회의에서 이야기했었잖아요. 그래서 이번 리포트는 확인해보겠다고 했는데, 회의 끝나자마자 바로 발송해버리면 뭐가 돼요."

"아... (젠장, 그게 맞았구나.) 제가 회의 끝나자마자 인수인계받아서 보냈는데, 그 회의에서 얘기한 내용이 이건 줄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팀장님: "내용 파악이 잘 안 되어서 연결을 못 시켰나 보구나. 그렇죠? 앞으로도 여러 회의에 들어가고 여러 안건에 대해 논의하게 될 텐데, 지금 얘기하는 내용이 이 업무에 관련된 거구나, 이렇게 빠르게 캐치 업하는 게 중요해요. 회의 내용도 잘 파악해야 되고."

나: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이 잘 타이르고 가신 후로, 내내 '아까 물어볼걸'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왜 물어볼까 말까 했던 것은 꼭 물어봤어야 했던 건지.

이제 잘 모르겠는 건 눈치 보지 말고 물어봐야지.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게 바보 같은 실수를 하는 것보다야 나을 테니까. 바보 같은 질문도 신입 때나 할 수 있는 특권일 테니까.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마라
줄까 말까 할 때는 줘라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서울대 최종훈 교수의 인생 교훈이라는데, 한 줄 추가해야겠다.

(일할 때) 물어볼까 말까 할 때는 물어봐라
이전 03화 신입이 좋은 사수를 만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