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량판 철근 튼튼 콘크리트 유토피아

Confrete Utopia(2023), 건설사 어디 길레 이렇게 튼튼

 조조영화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고 왔다. 영화는 시작부터 지구 멸망 스멜을 뿌린다. 그 와중에 무량판을 성실히 넣은 황궁 아파트만 우두커니 무너지지 않았다. 영화 제작사는 무량판 철근 튼튼 유토피아로 제목을 바꿀까 심하게 고민했다.(사실 나도 모른다.) 줄거리는 심플 그 잡체. 세상이 무너졌고, 아파트 한 개만 무너지지 않았다. 우리라도 살아야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바퀴벌레와 다를 바가 있을까.

 영화의 사건이나 구성들이 짜임 있게 해석할 여지들을 두는 영화가 아니라 철근쯤 몇 개 빠진 구조이므로 높은 확률로 영화를 본 사람이 찾아보기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찾아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스포일러를 빼려 했지만, 내가 적고 싶은 내용을 참지 않을 거다.

  영화가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방식으로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거나 감정선을 따라가거나 인물에 감정선에 동요될 수 있는 여지들을 만들어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시도에서 실패했으며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였으면 이러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이 영화의 인물은 전형적이고 일차원적이다. 세상이 아직 순수한 간호사인 민영(박보영)은 계속해서 꽃밭 속에 살고, 정치인은 정치인이며 보좌관은 계속해서 보좌관이고, 부녀회장인 금애(김선영)은 계속해서 부녀회장이다. 사람은 눈동자가 흔들리는 동안에도 내면의 갈등을 겪을 텐데, 영화 속 계절이 더디게 지나가는 만큼 인물들의 감정도 고여있다. 그렇게, 영화는 흘러간다.

  배우들도 자신의 캐릭터에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다소 아쉽다. 영탁(이병헌)의 머리카락마저 연기를 할 동안 다른 누구도 기억에 나지 않는다. 영화 속엔 캐릭터가 없다. 보통 재난 영화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영화를 보면 답답함과 갑갑함이 마음을 짓누른다.

 나였으면 어땠을까라는 물음까지는 나아가야 영화는 청자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최소한 거기까지는 못했어도 세계의 확장은 영화를 다채롭게 만들어주는데 이 영화는 멈춰있다 아파트에서. 그 답답함을 답 없음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누르다가 신파로 마무리한다.

 혹자는 기생충의 아파트 버전이라고 말하지만, 위아래 계급구조를 의식한 듯한 시선의 처리 몇 번 이외에 이 영화에 그런 의미가 있었을까. 혹자는 제작사 일까. 홍보대행사 일까. 내 시선과는 다르게 영화는 흥행 중이다. 이럴 때 보통 쓰기 좋은 말로는 킬링타임용으로 좋은 오락영화라는 말이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가득 찼던 영화에서 기억나는 건 이병헌의 머리카락 연기밖에, 나는 그냥 아파트를 본 게 아니라 스크린 밖에서 팔짱을 끼고 구경한 것 밖에.

 

 전세 월세 8학군 비싼 아파트 유토피아 천국 영화 속 대사들은 현실을 담기엔 턱없이 단편적이라 영화 안에만 머문다. 현실에서 가져간 단어들인데, 그냥 가져만 갔다. 영화 속에 끼워 맞춰 지기엔 현실이 더 영화 같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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