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by 오백이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는 책에 대한 책이 아니라,

한 인간이 거대한 사상과 벌인 ‘지적 결투’의 생생한 실전 기록입니다.

그는 1980년대라는 암울한 시대의 한복판에서,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그는 생존하기 위해,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꿰뚫어 보기 위해 책과 처절하게 씨름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치열한 담금질의 과정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이 책이 독자를 감탄하게 만드는 지점은 고전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있습니다. 그는 『죄와 벌』을 읽으며 도스토옙스키의 문장 앞에 고개를 숙이는 대신,

‘위대한 목적은 비도덕적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들고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의 멱살을 잡습니다. 이는 당시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했던 시대의 청년 유시민이 자기 자신에게 던졌던 실존적 질문이었습니다. 그는 고전을 박제된 유물로 두지 않고, 자신의 삶을 해부하는 가장 날카로운 메스로 삼은 것입니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다루는 방식은 더욱 탁월합니다.

그는 이념의 경직된 옹호자나 비판자가 되길 거부합니다.

대신, 그는 마르크스의 문장을 빌려와 ‘자본’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어떻게 인간의 삶과 정신을 지배하는지 그 작동 원리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해부도’로 사용합니다. 그에게 이 책은 실패한 혁명의 예언서가 아니라, 21세기 신자유주의의 심장부를 겨눌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입니다.


또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서는 인류가 쌓아 올린 오만한 휴머니즘의 성벽을 무너뜨리고, 인간 역시 유전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생존 기계일 수 있다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게 합니다. 이처럼 그는 서로 다른 시대와 분야의 사상들을 자신의 정신이라는 용광로에 던져 넣고, 충돌시키고, 녹여내어 마침내 ‘유시민’이라는 단단한 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결론적으로 『청춘의 독서』는 ‘이 책들을 읽으라’는 친절한 권유가 아닙니다. ‘나처럼 읽고, 싸우고, 의심하고, 마침내 너 자신의 문장을 만들라’는 준엄하고도 뜨거운 명령입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당신의 서가에 꽂힌 책들이 더 이상 종이 뭉치로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언제든 꺼내어 싸울 수 있는 무기이자, 당신의 세계를 건설할 단단한 벽돌이 될 것입니다. 이토록 지적이고 전투적인 독서로의 초대는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