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하우절 《돈의 심리학》 vol1

자본의 심리학적 기제와 행동경제학적 통찰

by 오백이

현대 금융 시스템은 정교한 수학적 모델과 데이터 분석, 그리고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작동한다. 그러나 개인의 재정적 성공을 결정짓는 변수는 복잡한 미분 방정식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 편향, 그리고 행동 패턴이다.

모건 하우절의 저서 《돈의 심리학》은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하여, 부의 축적과 유지가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의 문제임을 규명한다.

저자는 벤처 캐피털 콜라보레이티브 펀드의 파트너이자 월스트리트 저널의 전 칼럼니스트로서, 2018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리포트를 확장하여 이 책을 집필하였다. 이 책은 출간 직후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며, 금융을 대하는 대중의 인식을 '하드 사이언스(물리학, 수학)'에서

'소프트 사이언스(심리학, 사회학)'로 전환시키는 데 기여했다.


지능과 성과의 비대칭성 : 지상 최대의 쇼

로널드 제임스 리드의 사례

로널드 리드는 미국 버몬트주의 시골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5년 동안 주유소에서 자동차를 수리하고 17년 동안 J.C. 페니 백화점에서 바닥을 청소한 잡역부였다. 그는 38세에 12,000달러를 주고 구입한 작은 집에서 평생을 살았으며, 50세에 홀아비가 되어 92세로 사망할 때까지 검소한 삶을 유지했다. 그가 사망한 2014년, 그의 유산은 전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다. 그가 남긴 자산은 무려 800만 달러(약 90억 원)에 달했다. 그는 200만 달러를 의붓자식에게 남기고, 600만 달러 이상을 지역 병원과 도서관에 기부했다. 그의 부의 원천은 복권 당첨도 유산 상속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번 얼마 안 되는 돈을 우량 주식(블루칩)에 꾸준히 투자했고, 수십 년간 배당금을 재투자하며 복리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의 성공 요인은 금융 지식이 아니라 '인내심'과 '시간'이었다.

리처드 푸스콘의 사례

로널드 리드가 사망하기 몇 달 전, 리처드 푸스콘이라는 인물이 뉴스에 등장했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고 메릴린치의 라틴아메리카 사업부 부회장을 역임한 금융 엘리트였다. 그는 '40세 이하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인 40인'에 선정될 만큼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으며, 40대 중반에 이미 은퇴하여 자선가로 활동할 만큼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는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 1만 8천 평방피트 규모의 대저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집은 11개의 화장실, 2개의 엘리베이터, 2개의 수영장, 7개의 차고를 갖추고 있었으며 유지비만 월 9만 달러가 넘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다. 그는 과도한 레버리지와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고 있었으며, 위기가 닥치자 현금 흐름이 막히며 파산에 이르렀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는 "현재 소득이 전혀 없다"라고 진술했으며, 그의 화려한 저택은 압류되어 헐값에 매각되었다.

이 두 사례의 병치는 금융이 '지능'의 영역이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건축 공학이나 외과 수술 같은 분야에서는 비전문가가 하버드 출신 전문가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오직 투자 분야에서만 로널드 리드와 같은 비전문가가 리처드 푸스콘과 같은 최고 엘리트를 압도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돈을 대하는 태도의 형성 :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

개인의 금융 경험과 세대별 인식의 차이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다른 경제적 상황을 겪으며 성장한다. 1929년 대공황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과 1990년대 닷컴 버블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사람은 주식 시장의 위험과 수익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뇌 신경망을 형성하게 된다.

세대별 인플레이션 경험의 차이
하우절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험 차이를 예로 든다. 1960년대에 태어난 미국인은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물가가 3배 이상 폭등하는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반면 1990년대에 태어난 사람은 물가 상승률이 매우 낮은 저물가 시대에 성장했다.

이러한 경험의 차이는 채권 투자나 현금 보유에 대한 태도를 결정짓는다. 데이터에 따르면, 사람들의 투자 성향은 부모의 조언이나 경제학 교과서보다는 자신이 성인기 초반에 겪은 주식 시장의 성과에 따라 평생 좌우된다.

복권 구매의 역설
미국의 저소득층은 연간 평균 400달러 이상을 복권 구매에 지출한다. 이는 부유층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겉보기에 이는 비합리적인 행동처럼 보인다. 당장 비상금 400달러가 없어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그 돈을 복권에 쏟아붓는 것은 수학적으로 어리석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하우절은 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 행동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소득층에게는 부유층이 누리는 재정적 안정이나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보이지 않는다. 복권은 그들이 꿈꿀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잠시나마 부자가 되는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의 비용'이다.

따라서 그들의 행동은 그들의 세계관 내에서는 미친 짓이 아니다. 타인의 재정적 결정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 금융 논쟁은 수학적 계산의 오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사와 경험의 충돌이다.


행운과 리스크

행운과 리스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둘 다 개인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부의 힘이다. 그러나 우리는 성공을 개인의 노력 덕분으로, 실패를 불운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이기적 편향). 반대로 타인의 성공은 운으로, 타인의 실패는 무능으로 치부한다(기본적 귀인 오류).


빌 게이츠와 켄트 에반스의 확률 게임
하우절은 빌 게이츠의 성공 이면에 숨겨진 확률적 행운을 분석한다. 1968년, 전 세계에 고등학생이 컴퓨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학교는 거의 없었다. 워싱턴주 시애틀의 레이크사이드 고등학교는 예외적으로 컴퓨터 터미널을 도입했고, 빌 게이츠는 이곳에 입학했다. 당시 UN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고등학생 나이의 인구는 약 3억 명이었고, 미국에는 1,800만 명, 워싱턴주에는 27만 명, 레이크사이드 학교에는 300명이 있었다. 빌 게이츠가 레이크사이드에 다닐 확률은 약 '100만 분의 1'이었다. 이 천문학적 행운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빌 게이츠의 친구였던 켄트 에반스는 게이츠 못지않은 컴퓨터 천재였으며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그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등산 사고로 사망했다. 미국 고등학생이 등산 사고로 사망할 확률 역시 약 '100만 분의 1'이다. 빌 게이츠는 100만 분의 1의 행운을 잡았고, 켄트 에반스는 100만 분의 1의 리스크를 겪었다. 두 사람의 능력과 노력은 비슷했지만, 결과는 극단적으로 달랐다.
"아무것도 보이는 것만큼 좋지도 않고, 보이는 것만큼 나쁘지도 않다." 특정 인물의 성공이나 실패를 100% 노력이나 실수의 결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롤모델을 찾을 때는 극단적인 사례(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등)보다는 광범위한 패턴을 연구해야 한다. 극단적인 사례일수록 행운이나 리스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코 채워지지 않는 : 만족의 부재와 욕망의 쳇바퀴

자본주의는 부를 창출하는 데 탁월하지만, 동시에 끊임없는 부러움을 생산하는 데도 탁월하다. '충분함'을 모르는 것은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결국 빈곤함을 느끼게 만든다.


라자트 구타와 버니 매도프
라자트 구타는 맥킨지의 CEO를 역임하고 은퇴 후에도 1억 달러(약 1,1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대부호였다. 그는 존경받는 기업인이었으며 부족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억만장자 사교계에 진입하면서 자신을 '가난하다'고 느꼈다. 그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골드만삭스 이사회 정보를 헤지펀드 매니저인 라즈 라자라트남에게 유출하는 내부자 거래를 저질렀다. 결국 그는 구속되었고 명예와 부를 모두 잃었다.

버니 매도프 역시 합법적인 사업으로 이미 막대한 부를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불어나는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를 저질렀다.
"가장 어려운 금융 기술은 골대를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비교는 행복을 훔쳐가는 도둑이다.

자신이 가진 것과 필요한 것(명예, 자유, 가족)을 걸고, 가지지 않은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도박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게임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시간이 부리는 마법 : 복리의 비직관적 힘

인간의 뇌는 선형적 성장을 이해하는 데 익숙하지만, 기하급수적 성장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를 '복리의 당혹감'이라 한다.


워렌 버핏의 비밀
워렌 버핏의 자산이 845억 달러라고 가정했을 때, 그중 815억 달러는 그가 65세가 넘어서 생긴 것이다(책 집필 시점 기준). 즉, 그의 자산의 99% 이상은 노년기에 형성되었다. 버핏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22%로 훌륭하지만, 짐 사이먼스(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66%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버핏이 사이먼스보다 부자인 이유는 '시간'이다. 버핏은 10세부터 투자를 시작했고, 90세가 넘어서도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만약 버핏이 30세에 투자를 시작해서 60세에 은퇴했다면, 그의 자산은 현재의 0.1% 수준에 불과했을 것이다.

빙하기의 교훈
하우절은 빙하기가 찾아오는 원인을 설명하며 복리의 원리를 비유한다. 19세기의 과학자들은 빙하기가 춥고 혹독한 겨울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쾨펜은 "여름이 덥지 않아서" 빙하기가 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서늘한 여름 덕분에 겨울에 쌓인 눈이 녹지 않고 남게 되고, 이 눈이 햇빛을 반사하여 지구를 더 춥게 만들며, 다음 겨울에는 눈이 더 많이 쌓이는 순환이 반복된다. 거대한 변화는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녹지 않고 남은 작은 눈덩이들이 시간과 함께 쌓여서 만들어진다.
훌륭한 투자는 반드시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투자는 '꾸준히', '오랫동안' 할 수 있는 투자다. 시간은 작은 노력을 거대한 결과로 바꾸는 필터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