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로 뚝딱! 오트밀 계란죽
하루의 컨디션은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결정된다.
여느 때처럼 눈을 뜬 것 같은데 시계를 확인해보니 기상 시간이 평소보다 늦었다. 아차 싶은 마음에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게 웬일?! 몸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밤 새 딱따구리가 왔다 간 것 마냥 콕콕 쑤시는 목,
숨 쉴 틈 없이 꽉 막힌 코,
어질어질 가누기 힘든 몸.
익숙한 이 느낌은 감기였다.
이쯤 되면 피어오르는 합리적 의심.
혹시... 코로나인가?
지난겨울, 코로나에 감염된 적이 있어 슈퍼항체 보유자다 자신하고 있었지만 불안감이 엄습했다.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자가검사 키트를 개봉했다. 다행히 빨간 줄 하나가 C를 향했다. 음성이었다. 코로나는 무사히 피해 갔다지만 기운 없이 축 늘어진 몸은 이불 밖으로 한 발짝 나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집에 있는 종합감기약이라도 먹으려면 제대로 된 아침밥을 먹어야만 했다. 흐느적거리는 몸을 이끌고 밥통을 열었다. 밥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밥통 속 밥은 꼭 이렇게 간절할 때 뚝 떨어지곤 했다.
원망스러운 눈으로 한동안 빈 밥통을 바라보다 부엌을 두리번거렸다. 역시 배달로 죽을 시켜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찬장 속의 오트밀과 눈이 딱 마주쳤다.
집에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오트밀은 죽으로 만들어 먹기 참 좋다. 오트밀에 취향에 따라 참치, 김치, 계란 등을 넣고 물을 부은 뒤 전자레인지 3분만 돌리면 오트밀이 말랑한 식감으로 변해 부드러운 죽이 완성된다.
오늘은 보들보들한 계란죽이 먹고 싶었다. 단백질 가득한 계란과 고소한 참기름 한 방울이면 감기 기운도 싹 가시지 않을까.
오트밀 40g (종이컵 1/2컵), 물 190ml (종이컵 1컵), 계란 2개, 양파 1/2, 소금 1/2 티스푼, 참기름 1큰술
깨, 김가루
따끈한 계란죽이 완성되기까지 딱 5분 걸렸다. 그중 3분은 전자레인지의 몫이었으니 오늘 같이 몸이 좋지 않은 날 오트밀 계란 죽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요리시간은 짧았지만 맛은 최고였다. 부드럽고 고소한 게 체인점 죽 못지않게 맛있었다. 죽에 계란만 넣기 아쉬워 양파도 넣었는데 안 넣었으면 아쉬울 뻔했다. 고소한 계란과 아삭한 양파의 조합은 언제 먹어도 보장된 맛을 선사한다. 특히 양파는 계란에게 부족한 영양소(식이섬유와 비타민 C)를 채워줄 뿐 아니라 계란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계란과 같이 먹으면 더욱 좋다.
아플 땐 역시 죽이지!
뜨끈한 죽이 몸에 들어오니 바로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잠시 휴업을 선언했던 신체의 각 기관들이 서서히 일을 하는 모양이었다.
20여 년의 신체 무료 구독기간이 끝나고 30대에 접어든 후 이따금 잔병치레를 할 때마다 생각했다.
우리 몸은 마치 업무 프로세스가 잘 짜인 회사 같다.
야채와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면 위장에서 곧바로 청신호를 보낸다. 반대로 운동을 며칠 쉬면 근육이 축축 쳐지는 게 느껴진다. 잠을 푹 자면 우리 몸은 클린한 두뇌 컨디션과 회복된 체력을 선물한다. 가끔 이유 없이 몸이 아플 때도 있지만 대부분 누적된 스트레스와 피로가 원인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며칠 전 봄과 여름을 오가는 온도차를 계산 못하고 얇은 민소매 티에 구멍이 송송 뚫린 카디건 하나 걸친 채 거리를 활보했던 것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추운데?' 하고 가벼이 넘겼던 그 순간이 감기가 되어 돌아온 것일 테다.
다시 죽을 한 큰 술 크게 떠 입속에 넣었다. 무늬만 백수라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었다. 오늘의 스케줄을 고민하며 몇 번의 수저질이 오고 가자 어느새 죽그릇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방황하던 생각들도 곧 제자리를 찾았다. 오늘은 약 먹고 푹 쉬는 게 답이겠군.
*자세한 요리 과정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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