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을 탈을 쓴 두부 강정
치킨.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그 녀석은 먹을 것에 진심인 이 나라 국민들의 사랑을 등에 업고 쉼 없이 진화 중이다.
치킨의 역사는 1960년대 전기구이 통닭과 함께 시작되었다. 프라이드치킨과 양념 치킨을 거치며 서서히 인기몰이를 하던 치킨은 2002년 월드컵, 치맥의 폭발적인 유행으로 국민 간식 반열에 오른다.
그렇게 2000년대 후반, 치킨 대항해시대가 활짝 열리자 치킨집들은 경쟁적으로 치킨을 개발했고 그 결과 치킨의 종류가 너무 많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갈비맛 치킨, 치즈가루 뿌린 치킨, 청양고추로 맛을 낸 치킨 등 대혼돈의 치킨 유니버스 안에서 내 기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치킨의 고전이 있다.
프라이드와 양념 반반.
그리고 이따금 생각나는 달달한 간장 치킨,
바로 허니콤보다.
프라이드치킨만 먹기엔 좀 심심하고, 양념치킨의 꾸덕한 소스가 살짝 부담스러울 때 허니콤보는 최고의 선택이다. 달콤함과 짭짤함을 넘나드는 중독적인 단짠의 맛에 한 마리에 3000kcal 가까이 되는 칼로리 따윈 가뿐히 무시하게 된다.
허니콤보는 참을 수 없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조용히 배달앱을 두드렸으나... 머지않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알던 그 치킨값이 아닌데?
뉴스에 요즘 닭고기 가격이 급등했다더니 가파르게 상승한 치킨 값에 조금 놀랬다. 그럼에도 치킨을 포기할 수 없어 배달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이번엔 높은 배달비에 뒤통수가 얼얼했다. 배달비 2~3000원이던 시절이 어제 같은데 눈 깜짝할 새 4000원으로 껑충 뛰어 있었다.
4000원이면 두부 3모 값이었다. 배달앱은 고맙게도 나를 현실로 이끌었다. 치킨을 내려놓고 두부가 잠든 냉장고를 두드렸다.
‘두부로 허니콤보 못지않은 두부 강정을 만들고 말겠어!’
이번 요리의 핵심은 양념이었다. 허니콤보의 그 맛을 떠올리며 단짠의 황금비율을 찾아 신중히 양념장 재료를 골랐다.
부침용 두부 1모 (300g), 간장 2큰술, 맛술 2큰술, 알룰로스 3큰술 (알룰로스 대신 꿀을 넣으면 더 맛있음!), 다진 마늘 1큰술, 카레가루 1큰술, 올리브유, 깨, 견과류 조금
그래, 이 맛이야!
두부를 감싸는 달콤한 간장소스, 은은하게 풍기는 카레향은 중독성 있는 허니콤보의 그 맛이었다. 간장과 알룰로스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아 카레가루를 조금 넣었더니 감칠맛이 확 돌면서 허니콤보 특유의 노란 빛깔이 났다.
바삭하게 튀긴 치킨의 닭고기 맛까지야 따라잡을 수 없겠지만 치킨의 탈을 뒤집어쓴 두부라 칼로리 걱정 없이 양껏 먹어도 죄책감이 없다. 또 두부와 양념재료만 있으면 요리 초보도 성공이 보장될 만큼 만들기 쉽다.
접시가 깨끗하게 비워질 무렵, 치킨값과 배달비에 좌절했던 기분이 사르르 녹았다. 배달비만으로 제대로 한 끼를 해결한데다 맛은 치킨 맛인데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서 잔뜩 먹었는데도 속이 편했다. 역시 집밥이 최고구나.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자세한 요리 과정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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