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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즈나 Oct 14. 2020

6년이 뭐라고.

Weekly LUNA



생각해보면

우리의 만남은 고작 6여 년 정도였다.


고등학교 1학년.

꽃이 피기엔 아직 한참이 남았고,

으슬으슬한 날씨도 추웠지만

새로운 환경에 대한 낯섦이 더 춥게 느껴지던

3월의 어느 날.


나는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고

쉬는 시간엔 연습장을 꺼내 그림을 그리는 것 정도가

특별함이 전부였던.


금테의 뱅글뱅글 안경을 쓰고

낯선 3월은 괜찮은 척 적응하려고 무던히도 그림을 많이 그렸던 것 같다.


같은 중학교에서 온 같은 반 된 친구가 있었고

어느 날 그 친구가 불렀다.


"얘가 너랑 친해지고 싶대"


그게 너를 처음 알게 된 기억.





그때부터 지금까지 참 소중했다.

그래서 잊었나 보다.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졸업하고 성인이 되고 네가 나를 멀리 하기 전까지.

6년의 우정이었다.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너와 나의 우정이 6년인데, 6년이나 되는데, 엄청 오래되었는데.

길고 긴 6년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굉장히 많이 속상하고 울곤 했다.

그 6년이 뭐라고.

그 우정이 박살 난지는 이미 10년이 넘었는데.



시간은 빠르다.

그냥저냥 시작했던 춤을 추는 취미도 3년이 넘었고

매듭 배운지도 2년 차가 다되어간다.

사회생활도 10년째. 나는 만년 대리일 줄 알았는데 과장도 되는구나.

허리 다친 건 5년 전.

평생 못 잊을 것 같던 그 남자와 이별한지도 6년? 7년?

그냥 내 주변에 모든 일상들이 몇 년을 함께 하는데


그 애와의 6년을 자꾸 되뇌는 게

소중함인지 

억지로 붙잡고 있는 화양연화의 기억인지

잘 모르겠다.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앨범을 들으며 슬픈 기분이 드는 건

아마도 내 화양연화는 너와 함께 하였고,

다신 오지 않을 것을 알아서 라고 생각한다.


너무 오래된 일에 징그러울 정도로 집착해서 미안해.

10월.

옅어져 가는 기억 속에 문득 생각이 나서.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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