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보다 해몽
백발성성 한 초로의 이름이 있다. 낡고 질긴 당신의 이름. 이름을 일러주면 이름의 주인에게로 이르는 길이 보이는 법이라고 당신이 말했지. 초겨울 낙엽처럼 여윈 이름의 손등을 가만히 쓰다듬어본다. 마디가 거칠다. 오랜만에 불러본 당신 이름은 형편없었다.
우린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 재촉하듯 배가 고프고 겨를 없이 잠이 들다 달이 바뀌면 한번 정도는 그리울지언정. 이름에 아름드리 드리운 세월의 그늘이 사라진다. 융기한 마음들이 풍화되어 평면의 당신이 지층 깊이 묻힐 제, 더는 묻지 않겠다. 이름의 안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