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

by 올빗ORBIT

거짓말하고 싶은 날이 있다. 숨고 싶은 날,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누구에게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날. 당신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내 안의 이기와 안일로 가득 차서 일상 어딘가로 꼭꼭 숨어 잠수를 타버린다. 나의 행적을 고하고 꼬박꼬박 연락을 하고 좌표를 남기는 것이 고루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알고 있다. 오늘 이렇게 심술궂은 고양이처럼 굴어도 결국 당신의 지속적이고 세심한 관심이 없으면 시무룩하고 보잘것없이 방의 모서리나 배회하고 있을 거란 걸. 아무것도 아니면서 또 그러 고만은 싶지 않아서 애타게 찾아주기를 바라는 못나고 못된 마음.

‘왜 전화를 안 받아. 걱정했잖아.’
‘미안. 전화 온 줄 몰랐어.’

이런 날은 sns도 잠그고 스토리에도 아무것도 올리지 않는다. 실시간 타임라인으로 하루를 생방 하는 관심종자의 나날에서 멀어져 스스로를 격리해 본다. 후폭풍은 나의 몫. 비난도 나의 몫. 증발하고 싶다. 잠수 타고 싶다. 노잼의 날이다. 번아웃이다. 이토록 다양한 표현이 난무하는 걸 보면서 오늘을 합리화해본다. 나만 그런 건 아니라고.

보후밀 흐라발의 장편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 나오는 구절 중에 인간이 왜 사는지 고민하는 것부터가 철학적 자살이라고 했다는 데 사실 오늘은 크게 죽고 싶은 의욕조차 없다. 물리적으로든 철학적으로든. 죽고 자하는 마음도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거든. ‘해봐서 알지’ 식의 거만한 표정을 지어본다. 오늘도 조용히 은닉당하기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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