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게 명백한 ‘나’라서 영원히 정리되지 않을 나의 습관들에 관하여
1. 늦잠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열두 시. 씻고 애인과 전화를 하고 폰으로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세계에 낚여 허덕이다 보면 새벽 두 시. 이제는 자야지 하고 눈을 감고 내일의 고민과 불안을 마주하다 보면 새벽 네 시. 새벽 감성으로 글을 쓰다 보면 가끔 먼 동이 트고 그때에 잠들면 어영부영 정오에 깨기 일쑤. 그리고 다시 출근. 이런 루틴대로 살다 보니 늦잠은 필수. 지각은 선택. 때때로 드는 자괴를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사주에 왕이 될 팔자인데 천성이 게으르다고 하니 그저 운명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늦잠의 왕이로소이다. 푹 자고 일찍 일어나고 싶다. 일찍 자고 싶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지만.
2. 버리지 않아
근래에 미니멀리즘이 유행이다. 간소하게 사는 것.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것.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어쩌라고. 하이퍼 맥시멀리즘의 선두주자가 된 기분이랄까. 못 버린다. 버릴 줄을 모른다. 유치원 때부터 받은 연애편지, 그림일기, 색깔이 누렇게 변한 문고판 책, 다 쓴 향수병. 유행 지난 원피스. 예쁜 쓰레기를 안고 산다. 한 때 죽기를 결심하고 주변 정리를 시작했는데 결국 포기했다. 모아놓은 것들을 버릴 수가 없어서. 미련 가득한 잡동사니들이 나를 살린 기분이 들 때가 있어 묘하다. 채웠으니 비울 줄도 알아야 할 텐데. 그때 사놓은 대용량 쓰레기봉투 뭉탱이를 아직 잘 쓰고 있다. 진짜 버릴 게 많았는데. 나에게만 소중해서 타인에게는 그저 쓰레기로 보일 그런 것들. 아직도 방구석구석에 나처럼 잘 있으니 걱정 마시라.
3. 용두사미
기승전결의 결. 그거 어떻게 하는 걸까. 사람 사이의 관계도, 취미도, 먹고사니즘을 제외한 모든 것에서 나의 부족한 끈기는 빛을 발한다. 처음에 활활 타오르다가 한 순간 꺼지면 그 세계는 완전히 종말을 고하고야 마는 것. 사실 신년을 맞아 영어공부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재밌다. 그리고 두렵다. 이 것도 결국 용두사미로 끝날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