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

by 올빗ORBIT

갈라파고스는 지구의 시간이 가장 느리게 흐르던 곳이었다. 지리적 고립이 이룩한 지구의 타임캡슐. 20세기 전까지 이 섬은 태고의 지구를 상상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였는지도 모른다. 고유종의 천국이었으나 지금은 멸종을 앞두고 있거나 멸종해버린 생태계가 태반이다. 200kg에 육박하는 바다거북이는 2012년 외로운 조지를 끝으로 지구에서 완전히 존재를 감췄다. 다른 것, 생소한 것에는 면역이 없던 그들의 슬픈 말로다. 갈라파고스 이야기를 그대로 인간에게 적용하면 근사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탄생한다. 탐 크루즈 주연의 SF영화 ‘우주전쟁'이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과 같은. 변화와 적응의 실패는 한 생태계의 멸망을 이끌어내기도 한다는 식의 진화론적 관점을 차치하고라도 멸종위기종이 인간이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질문에서 심심한 충격과 공포가 시작되는 것이다. 어떤 생태계의 멸망이 한쪽의 야만과 침략에 의한 것이라면 그 반격은 어떤 모습을 하고 나타날까.

세계는 ‘사스'와 ‘메르스'의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우한 폐렴'의 유행을 경고하고 있다. ‘사스'는 박쥐에서 비롯한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에게로 그리고 그 고양이를 섭식한 사람에게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메르스'는 낙타로부터 그리고 ‘우한 폐렴'은 수산시장에서 판매되던 박쥐에서 최초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설과 뱀에게서 유래되었다는 설 두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아직 정확한 역학조사가 끝난 상황이 아니다.) 이렇듯 최근 유행 독감의 양상은 야생동물 섭취에 의한 발병설이 유력하다. ‘야생'과 ‘야만'은 분명 다른 것일진대 인간의 놀라운 식욕과 정복욕은 반복되는 화를 초래한다. (지구 역사상 어쩌면 무수히 반복되었을.)

이 쯤되면 영화 ‘우주전쟁'의 스포가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진다. 기고만장한 인간종에게 날리는 경고장처럼 투박한 메시지의 고전 SF를 원한다면 추천하는 영화다. 2005년작. 가장 현실적인 SF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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