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by 올빗ORBIT

착륙할 수 없는 마음을 들고 이륙해 본다. 겨울의 극야는 어둡고 서늘하다. 너무 까만 밤에는 눈을 감은 것과 뜬 것의 차이가 없다. 눈 앞의 빛무리와 잔영들을 영혼의 흔적이라 믿는다. 영을 부르는 휘파람처럼 시리게 이름을 내뱉는다. 아이슬란드의 언 땅 위로 무뎌지는 경계. 보고 싶은 것은 오직 오로라. 오로라를 발음하면 눈 앞이 찬란해지는 기분이라 무한의 밤도 버틸만하다. 홀로 걷는 사막이 외로워 뒤로 걷는 자의 고독한 확인과도 같이 표지도 모르고 잃어버린 책과도 같이. 무용한 몸짓으로 하염없이 떠나자. 버겁고 고독한 신체를 버리고 산뜻해진 어린 왕자의 나부끼는 금발처럼. 죽음을 과시하는 겨울의 등 언저리를 박차고 멀리멀리 날아올라 기껏 지구의 플라스마 앞에 무너질 안쓰러운 사람. 돌아오지 말자. 영원히. 해변의 빙하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있다고 했었나. 그리하여 마침내 그 땅에 청혼하리라 마음먹었나. 영원 앞에 영원을 공고히 하기를. 또 한 번 무용해지는 쓸모를 반질한 얼음 바위 위에 자잘하게 음각해 본다. 삶이 누추해서 아이슬란드의 다이아몬드 해변은 더욱 찬연히 빛날 것. 겨울의 극야에도 어둡지 않을 나의 아이슬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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