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발가락의 굳은살이 배겨오는 밤이었다. 눅눅하고 차가운 겨울비가 파도의 포말과 함께 휘날리고 지루하게 늘어지던 연휴는 종지부를 찍었다. 남들 쉴 적에 한 번도 쉬어본 적 없는 여자는 적잖이 고단하고 쉬이 피로했다. 하루가 배당된 삶. 하루와 한 달을, 1년을 미리 살아야 하는 인생. 책임져야 할 타인의 임금을 어깨에 짊어지고 우는 듯 웃는 얼굴이 거울에 있다. 원래 둔각에 가까운 어깨는 점점 땅을 향해 치닿고 그것은 지구의 중력과 무관한 일이다. 청춘을 팔면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 책임이 꿈보다 무거울 때, 하루를 영위하는 삶에 안주하거나 혹은 버거워 도망치거나. 그 모두에 여자는 점차 낡아가고 있었다. 녹이 스느니 닳겠다 마음먹은 눈동자가 잿빛을 띄는 순간이었다. 여자를 태운 모든 열망이 스르르 재가 되어 날아가는 형국을 바라보노라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것이다. 짧고 덧없는 생을 손바닥 안에 펼쳐 보인다. 뚜렷하고 망설임 없는 생이 새겨진 작은 손바닥. 물고기자리는 원래 이런 거 잘 믿는다는데. 낮은 중얼거림이 수족관 바닥으로 깔린다. 그저 힘없이 헤엄치는 것은 낭만. 여자는 검은 워커 안에 가두어진 발을 꼼지락 거려보았다. 훈장처럼 거슬리는 굳은살이 입 안처럼 까끌하다. 여전한 하루를 가늠하는 마른 아가미. 숨은 잘 쉬고 있는데 살아있는지는 모르겠다는 듯 두어 번 고개를 주억거렸다. 유리창이 부서져라 들치는 겨울비가 사실 속상했다. 비가 새는 낡은 건물이 속상했고 손이 줄어 속상한 날이었다. 머잖은 풍문이 속상했고 타인의 결례가 속상했다. 이렇게 상하다가는 죽기 전에 사라질 거야. 굳은 살을 밟고 여자가 서 있다. ’ 굳은’ 아니라 ‘굳건’하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