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요일에 태어난 너는 지구를 모행성으로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다. 노랗고 찰진 꿀떡처럼 가득 찼다 이지러졌다 하는 모양새에 관하여 지구인들은 재밌는 상상을 한다. 숭배했다가도 두려워했고 찬미했다가도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달을 의미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만 해도 셀레네, 아르테미스, 헤카테 세 명이나 되는 데다 농경사회에서의 달은 어쩌면 태양보다 그 위치가 중요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이 지구의 시스템을 이해하기 훨씬 전부터 동식물들의 시계는 음력에 더 가깝게 프로그래밍되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였다. 꽃을 피우는 시기, 춥거나 더워지는 기후의 예측 가능한 범위, 살을 찌우고 알을 낳고, 심지어 파도의 농밀한 밀도까지. 지구가 너를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어루만지는 과실이 지구인 것처럼. ‘유일한'이라는 말에 의미를 부여하고 집착하기를 좋아하는 지구인들은 지구를 도는 ‘유일한' 자연 위성인 너를 이해하기 위해 관측하고 찾아가고 여러 가지 가설을 내놓는다. 1년에 3.8cm 씩이나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이유모를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탐구한다. 지구로부터 떨어져 나간 혈육 인양, 자신의 연인 인양 찬연히 타오르는 항성보다 아름답다 여기면서. 네가 없었다면 생명력 없이 파랗게 죽어있을 모행성의 호들갑으로. 그러면 너는 해치지 않을테니 다가오라고 해줄까. 계수나무 그늘 같은 것을 드리우고 귀여운 토끼의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