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이의 말에 깜짝 놀란 예영이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나타난 중년의 여자가 연필 크기의 작은 막대기로 예영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예영이는 그 순간 기림이처럼 굳어버렸다. 그와 반대로 기림이는 갑자기 힘을 주던 몸이 풀려 앞으로 나뒹굴었다.
“고모!”
세진이가 반가움에 외쳤다.
“너 괜찮아?”
세진이가 고모라고 부른 여자는 세진이를 보고 빙긋 웃었다.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외모에 푸근해 보이는 저 아주머니가 마녀라니 기림이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를 따라온 까만 옷을 입은 남자 둘이 세진이를 풀어주더니 이리저리 어지럽혀진 옥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고모의 말을 들은 세진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림이에게 손짓했다.
“고모, 내가 말한 친구, 기림이에요. 세진아, 우리 고모 셔. 내 대모이시기도 하고.”
‘대모는 또 뭐지?’
세진이에게 고모를 소개받은 기림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다가가 꾸벅 인사를 했다.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네. 내가 늦어서 미안해.”
“그러게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고모의 말에 세진이가 입을 삐죽거렸다, 기림이는 지금 이 상황도 상황이지만, 고모를 만나자 아기같이 변한 세진이도 이상하고 적응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얘는 독일에서 여기까지 몇 시간이면 오는지 알고 말하는 거야? 니 얘기 듣고 바로 비행기를 타서 지금 이 시간인 거야. 비행기 안에서 얼마나 속이 터지던지. 진짜 예전에 빗자루 타던 때가 훨씬 나았지. 지금은 무슨 출국 수속이니, 입국 수속이니 사람이 공항마다 사람으로 미어터지더라고.”
빗자루를 탄다는 말에 기림이 눈이 동그래진다. 자신은 못 느끼는 새 입까지 벌어졌다.
“그래도 고모가 와 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기림이는 자신의 가방을 들어 그 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윙
기다렸다는 듯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윤후였다. 기림이는 세진이와 그 고모에게 앞서 가라는 듯 고개를 까닥하고는 그 뒤를 따라 걸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너 괜찮아?”
윤후의 목소리가 다급하다.
“응. 나 괜찮아. 일이 있었는데 다 해결됐어.”
“우린 여태까지...”
윤후의 목소리가 무너진다.
“너 괜찮아?”
기림이가 놀라 물었다.
“응 괜찮아. 너 아무 일도 없음 됐어.”
괜찮다고는 하지만 자신과 연락이 되지 않는 그 긴 시간 동안 두 친구가 얼마나 불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찾아 헤맸을지 생각하며 기림이는 가슴이 무거웠다.
“나 이제 진짜 괜찮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내일 이야기해 줄게. 여기 일이 아직 다 정리가 된 게 아니라서.”
“어디야? 우리가 갈까?”
옆에서 재원이가 전화를 받아 묻는다.
“아니, 괜찮아. 위험한 일은 이제 다 끝났어. 내가 다시 연락할게. 오늘 고마워.”
기림이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그렇게 말하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긴 한숨을 쉬는 기림이를 세진이가 돌아본다. 그 눈빛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 해 기림이는 따뜻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 들은 것, 아는 것을 걱정하는 이에게 모두 말할 수 없는 것도 어쩌면 고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늦어서 어쩌지?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교문 앞을 나서며 세진이의 고모가 물었다.
“괜찮아요. 늦는다고 연락이 된 것 같더라고요.”
기림이가 대답했다.
“오늘 너무 고맙고 미안했어. 그리고 우리 내일 아침에 보자. 내가 너희 집 앞으로 갈게.”
“응”
세진이의 말에 기림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묻고 싶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세진이 스스로도 말할 수 있는 것과 비밀로 지켜야 할 것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안녕히 가세요. 오늘 감사합니다.”
세진이의 고모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고모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흔들었다.
“네가 우리 세진이 때문에 힘들었겠구나. 오늘 일은 잊고 집에 가서 푹 쉬렴.”
기림이는 알았다는 듯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는 그대로 뒤돌아 섰다. 마음이 복잡했다. 마녀도 놀랍지만 마녀를 사냥하는 모임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오늘같이 위험한 날들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세진이의 삶에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상상도 못 할 일들을 겪고 선택하며 살아야 하는 친구의 인생이 가엾게 느껴졌다. 자신의 일만 선택하고 자신의 미래만 꿈꾸고 살아온 스스로의 인생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기림이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띠링
카톡이 울린다. 기림이는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했다.
‘기림아, 자니?’
세진이었다.
‘아니, 잠이 안 와서.’
이렇게 보내자마자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기림이는 얼른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세진아!”
“못 잘 것 같아서 전화했어. 오늘 많이 놀랐지?”
“놀라긴 했지만 지금은 괜찮아. 너는?”
기림이는 진심으로 말했다.
“나는 괜찮아. 이제 깨끗하게 해결도 됐고, 또 이제는 너한테 모든 걸 말할 수 있게 됐거든.”
세진이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말해도 되는 거야?”
“응. 허가를 받았거든. 사실 내일 만나서 이야기하려 했는데 잠이 안 와서 말이지. 너도 못 잘 것 같고.”
여기까지 말한 세진이는 웃음이 섞인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궁금해할 윤후와 재원이에게도 말을 해야 하는데 그전에 너에게 알리는 게 먼저일 것 같아서.”
“그렇구나.”
“그럼 이제 그동안 못한 나의 이야기, 아니지 우리의 이야기지. 암튼 그 이야기를 할게. 우리가 사는 세상을 창조한 건 신의 세계에 사는 평범한 어떤 신이야. 신들은 모두가 자신만의 세상을 관리하며 자신들의 세계에서 살고 있어.”
“신들이 있다는 거야?”
기림이가 놀라서 되물었다. 세진이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너희들 시뮬레이션 게임하잖아. 사실 신의 입장에선 자신들이 사람이고 우리가 게임의 캐릭터 같은 거지. 그래도 우리 세상을 만든 신은 폭력적이거나 전쟁광은 아니라고 해. 다른 세상에서는 매일같이 전쟁이 일어나 세상 모든 사람이 죽는 걸로 끝나기도 하고, 또 죽은 자를 다시 소환해 귀신의 세계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하거든. 뭐 어쨌든 그런 경우에 비하면 우리 세상은 엄청 살기 좋은 그런 세상인 거지.”
세진이는 여기까지 말하고 허탈한 듯 살짝 웃었다.
“모든 것을 안다는 건 어쩌면 슬픈 일이지? 우리가 그토록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내는 세상이 어떤 이의 클릭질 한 번으로 파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어쨌든 우리의 신은 태어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우리 세상을 잘 관리하며 적당히 잘 다스려왔어. 그런데 농경시대가 오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며 우리 세상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거야. 이렇게 커진 세상을 홀로 감당하기 어려워진 우리 신은 자신을 대신해 인간을 돌봐 줄 조직을 만들었어. 그게 바로 푸른 마녀단이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억울한 죽음을 막고,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어 신에게 인간의 소식을 전하고, 인간에게는 신을 대신한 도움을 주며 살아왔어.”
“넌 어떻게 푸른 마녀단이 된 거야?”
기림이가 물었다.
“모든 마녀들은 태어날 때부터 마녀로서의 운명과 사명을 가지고 태어나. 신이 그렇게 정했거든. 마녀는 인간과 같은 수명을 가지고 있어. 80세 내외로 그 수명이 다하지. 그래서 모든 마녀는 30대가 되면 자신의 후계를 정하고 여러 교육을 시켜야 해. 뭐 인성이라던지, 비밀유지, 역할에 대한 일들? 그런 걸 쉽게 하기 위해 보통은 한 마녀의 후계는 그 집안 안에서 다시 나오게 되더라고. 나 같은 경우는 고모가 마녀였고, 그래서 그 후계를 내가 잇게 된 것 같아. 엄마와 딸이 되기도 하고.”
“마녀는 다 여자야?”
“아니, 남자도 있어. 오랫동안 불러온 마녀라는 이름에 다들 익숙해져 다들 그렇게 부르는 것뿐이지. 해녀처럼 말이지.”
“그럼 레드 바이올렛은?”
기림이가 묻자 세진이는 한숨을 한 번 길게 내쉬고 난 뒤 입을 열었다.
“레드 바이올렛이 우리에겐 가장 골치 아픈 존재야. 그들은 신을 절대적으로 숭배해. 그래서 우릴 인정하지 않고 경멸하지.”
“그게 무슨 소리야? 너희는 신의 심부름꾼이나 마찬가지인데 너희를 경멸하다니?”
기림이가 놀라 물었다.
“정말 아이러니한 게 가장 열렬한 신의 추종자가 신을 인정하지 않더라고. 신이 우리와 같은 인간의 모습이고, 우리와 같은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존재고, 실수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지 않아. 결국 그들이 믿는 신은 이 세상을 만들고 관할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이 정신적으로 믿고 의지할 절대적인 존재라는 거지.”
“참 어렵네.”
이야기를 듣던 기림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레드 바이올렛의 지도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어. 하지만 자신의 조직이 와해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우리의 신 또한 자신의 존재가 우리 인간들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들을 내버려 둔 거야. 그분은 사람들이 종교를 갖고 신을 믿는다는 건 이 세상을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
“종교가 이 세상을 평화롭게 유지한다고?”
기림이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생각보다 세상에는 짐승처럼 양심의 경계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 신은 종교라는 틀이 그런 인간들에게 죄의식과 양심을 심어주고 스스로를 경계하는 삶을 살게 해 줄 거라고 믿고 있어.”
“그런데 정작 푸른 마녀단은 레드 바이올렛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잖아.”
“그것이 내가 고모를 여기로 부른 가장 큰 이유야. 레드 바이올렛에 희생당하는 마녀가 너무 많은 것은 그들에게 특별한 능력을 부여한 신 때문이니까. 우리는 레드 바이올렛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주변 사람을 속여야만 했어. 어떤 이에게 나의 정체를 발설하는 건 모두 3단계 대모들의 모임인 마가목의 승인을 받아야 되고.”
“3단계 대모 모임이 뭔데?”
재원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 세진이가 빙긋 웃는다.
“나는 1단계 마녀야. 후예를 길러낸 적이 없으니까. 우리 고모는 2단계 마녀구. 내가 만약 서른이 넘어 후예를 길러낸다면 우리 고모는 3단계 마녀가 되겠지? 그러니 마가목은 마녀들의 할머니 모임이라고 해야 할까? 예전에 지팡이나 빗자루를 타던 시대의 마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팡이 재료가 마가목이었다고 해. 하늘을 나는 동안 좋은 향기를 뿌리거든. 그래서 그 모임의 이름이 마가목이야.”
“그렇구나.”
“암튼, 나는 고모를 통해 마가목에게 나의 정체나 레드바이올렛에 대해 너와 윤후, 재원이에게 발설하는 것에 대해 허가를 받았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아니, 시간은 걸렸지만 의외로 쉽게 해결됐어. 푸른 마녀단은 생각보다 세상 깊숙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너희들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건 그들에게 쉬운 일이거든.”
“그럼 이제 윤후하고 재원이에게도 모두 말할 수 있는 거야?”
“응.”
“정말, 다행이다.”
기림이는 정말 안심이 되어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기림아, 부탁이 있어.”
“뭔데?”
“윤후하고 재원이에게 말하는 거 내가 하면 안 될까? 직접 말하고 그동안 속인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싶어서.”
“물론이야. 얼마든지 그렇게 해.”
기림이는 오히려 그게 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 깊숙이 숨겨 놓았던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세진아!”
“응.”
“이런 거 물어보면 네가 대답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뭐든지 말할 수 있다니까 이젠.”
세진이의 밝은 목소리가 가볍게 귀에 울리자 기림이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예영이는? 혹시 예영이를 죽이거나 없애는 건 아니지?”
기림이의 말에 세진이가 대답을 멈추더니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기림이는 그 시간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조마조마한 가슴에서 콩닥거리는 울림이 제 귀에도 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순간 전화기 저 쪽 편에서 세진이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그런 걱정을 하는 거야? 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예영이는 멀쩡해. 우린 사람을 죽이지도, 해치지도 않아.”
기림이는 비로소 안심이 되는 듯 세진이와 함께 어색하게 웃었다.
“2단계 마녀에게는 1단계 마녀와는 다른 능력이 하나 더 추가 돼. 그건 바로 인간의 기억을 지우는 거지. 돌콩과 예영이는 오늘의 사건은 물론이고, 나와 관련된 모든 기억을 이제는 하지 못할 거야.”
“너와 관련된 기억을 지운다니? 그럼 너와 예영이는 이제 서로 모르는 사람이 되는 거야?”
“그래서 말인데...”
기림이의 질문에 세림이가 한참을 머뭇거렸다.
“나 여기를 떠나야 될 것 같아.”
“그렇구나...”
세진이의 말을 듣는 기림이의 마음은 의외로 침착했다. 세진이가 떠난다는 것은 너무나 싫은 일이었지만, 목숨을 잃을 뻔한 너무나 큰 일을 겪어서인지 세진이의 그런 결정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차라리 마음 한 편으로는 그동안 해 왔던 위험하고 힘든 일을 그만두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비록 이기적인 생각일지라도 내일의 일을 알고 그 일은 처리하는 일은 자신 말고 다른 영웅이 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하는 자신을 세진이가 비겁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스스로도 비겁한 것 같아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기림아!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네가 이제 이 일에 얽히고 싶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런데 나 너한테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있어.”
“뭔데?”
“그전에 약속을 해줘. 꼭 들어주겠다고. 힘든 일도 아니고 너한테는 아주 간단한 일이야.”
“나한테 간단한 일이라고?”
“응. 그러니까 꼭 들어줘야 해.”
간단한 일이라는 세진이의 말에도 기림이는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가슴속에서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답을 망설였다.
“일단 뭔지 말해 봐. 들어야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끝까지 확답을 하지 않는 기림이의 태도에 세진이는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나 이 일 그만두려고, 그러려면 마지막으로 너와 할 일이 한 가지 남았어.”
“그만둘 수 있어?”
기림이의 목소리가 커진다. 다행이다. 세진이가 이 일을 그만두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과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결정하고, 지켜내고, 또 위험에 빠지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하기 싫었다. 그저 공부가 하기 싫어 머리가 아프고, 학원을 빼먹고 부모님에게 혼나던 이전의 평범한 삶이 그리웠다.
“응. 처음에는 그만두기 싫었고, 그다음에는 그만둘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어. 그런데 나 방법을 찾은 것 같아. 그 방법을 얘기할 순 없지만 내 능력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빚을 갚고 싶어.”
“빚이라고?”
“응. 화학 선생님 말이야.”
“아. 그런데 그분께 어떻게 빚을 갚는다는 말이야?”
“그분이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나 이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세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제 졸린 지 기림이에게도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하품을 했다.
“어쨌든 도와주기로 한 거야. 약속 어기면 안 돼.”
“알았어. 그 정도야 뭐.”
기림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 편하게 대답했다. 세진이의 가볍고 편안한 태도는 기림이의 모든 걱정을 멀리 날려 버렸다. 그렇게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아이의 밤은 깊어져만 갔다
윤후와 재원이를 만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쉽게 해결되었다. 세진이는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일과 힘들었던 상황을 진심으로 사과하며 이야기했고, 짧은 시간 사이에 너무 많은 신기하고 무서운 일들을 겪은 두 아이는 이제 모든 일이 해결됐다는 안도감에 그동안 자신들을 속인 세진이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그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세진이를 축하하며 파티라도 해야 한다고 큰 소리를 쳤다. 세진이는 눈 가에 편안한 웃음이 가득한 채 말했다.
“당연하지, 우리 퇴직금 정산 같은 것도 없는데 고생한 시간이 너무 아쉽잖아! 내가 뷔페에서 크게 쏠게.”
“뭐? 뷔페?”
세진의 말에 세 아이는 동시에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세진이는 그런 친구들을 보며 어른처럼 웃었다. 정말 어른처럼.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그들의 마지막 금요일 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