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제 14장

by 임효진

집이 구해졌다. 계약을 하는 날, 장희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구경했다. 연희네 학교에서 2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빨간 벽돌 집이었다. 파란색 대문에 작은 마당이 있고 집 뒤쪽에는 텃밭도 있는 예쁜 집이었다.

“여기가 안방이고, 저기가 아이들 방이네. 아! 이 방은 연희가 쓰면 되겠다.”

신나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방을 둘러보는 장희의 머리를 도운이 얼굴 가득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꾹 눌러서 쓰다듬었다. 장난을 치듯 세게 누른 탓에 머리가 눌러진 장희가 도운을 웃으며 흘겨본다.

“이제야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는구나 싶네. 예전에 서울에서 혼자 집을 구할 때, 너 없어서 뭔가 많이 허전했거든. 일이 이렇게 된 것도 혼자 집을 구하러 다닌 내 탓 같고.”

“그게 왜 오라버니 탓이여?”

“그냥 그랬다고...”
도운은 멋쩍게 그냥 웃었다. 장희도 그런 그를 보며 같이 웃었다. 이제 모든 불행은 끝났다는 생각에 정말로 행복해서 웃었다.

“나는 장희야.”

“응, 오라버니.”

“전쟁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헤어진 것이 내 잘못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어.”

“뭣이 오라버니 잘못이여?”

“내가 욕심을 부린 탓이라고 생각했거든.”

“무슨 욕심?”

“내 꿈과 너를 둘 다 가질 거라는 욕심.”

무슨 말이지 싶어 자신을 쳐다보는 장희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도운은 계속 말했다.

“나는 한 번도 내 인생에서 너를 빼 놓은 적이 없었어. 나에게 너는 나보다도 소중한 존재였고. 그런데 군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너를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미룰 수 밖에 없었어.”

“...”

“내가 너 말고 다른 꿈을 꿔서, 너를 뺏긴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알았지. 너는 미룰 수도 밀려날 수도 없는 존재라는 걸. 나는 니 옆에 있기 위해 그 어떤 것도 버릴 거야. 그래야 너를 얻을 수 있다면 무조건.”

장희도 그 말의 뜻을 얼핏 이해할 수가 있었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소중하고, 그래서 함께 하기를 간절히 원했었던 존재를 몇 번이나 잃었다. 또 무엇인가를 잃어야 할까봐 무서웠다. 세상은 어떤 것도 자신에게 무언가를 쉽게 주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시간들이 있었다. 장희는 가만히 도운의 손을 잡았다.

“아니여, 오라버니. 나도 그랬당께. 그래서 오라버니를 밀어낸 거여. 아이들과 오라버니를 다 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응께. 그런데 봐. 지금은 다 잡고 가고 있잖여.”

“그래. 너는, 너만은 다 잡게 해 줄게.”

“응. 나는 이제 선택을 할 수가 없어. 오라버니도 아이들도 놓을 수가 없으니께. 그냥 이렇게 다 잡고 갈거여.”

“그래. 우리 이제 이 손 놓지 말자.”

도운은 양 손에 잡은 채훈과 장희의 손을 들어보이며 환히 웃었다. 장희의 등에 업힌 채현이 잠을 자다 무서운 꿈을 꿨는지 갑자기 ‘으앙’ 울음을 터뜨린다.

광주에서 돌아온 뒤, 도운은 나주의 집을 정리해 먼저 광주로 이사했다. 광주 집을 사는데 보태기 위해서였다. 장희의 이사 날짜는 일주일 뒤로 정해졌다. 광주 집에 가구들이 들어간 뒤 최대한 가볍게 합류하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도운은 내려오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불이며 살림살이 등 준비하고 정리할 게 많다고 했다.

장희는 지금의 시간들이 꿈만 같았다. 이 행복이 그냥 오지 않을 거라는 두려운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기는 했지만, 도운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견디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태까지 힘들고 불행한 시간들을 견뎌낸 만큼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이 행복들이 오롯이 자신의 몫이라고 믿기로 했다.

“비가 징그럽게도 온다 그려.”

마침 주말이라 집에 온 연희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닦으며 투덜댔다. 채훈이가 연희 머리카락에서 튄 물이 얼굴에 튀었는지 몸을 움찔하더니 장난을 치자고 이모 다리를 잡고 늘어진다. 연희와 채훈이 깔깔 웃으며 이불 위를 뒹군다.

“아유, 그만해, 채현이 깨겠네.”

감기에 걸렸는지 기침 때문에 계속 콜록이다 겨우 낮잠에 든 채현이 깰까 싶어 장희가 동생을 단속한다.

“그러게. 채훈아, 그만 하자.”

“때언니 자?”

채훈은 동생 채현이를 꼭 때언니라고 불렀다. 채현이라는 발음이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모가 항상 엄마를 ‘언니’,‘언니’ 부르니 언니라는 말이 입에 붙어 쉽게 나오는 까닭이리라. 채훈이가 채현이를 때언니라고 부를 때마다 연희는 깔깔 웃었다.

“너는 사내놈이 뭣땀시 동생을 언니라고 부른다냐? 그것도 때언니?”

채훈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며 둘이서 비명을 지르고 난리다. 그만하자고 해 놓고도 둘은 그렇게 한참을 키득 거린다. 그런 둘을 웃으며 바라보던 장희는 세차게 쏟아지는 빗소리를 알아채고는 한숨을 포옥 내 쉬었다. 이사는 사흘 남았는데 이렇게 비가 쏟아지니 곤란하다 싶었다.

“내일 아침에 학교는 어쩐대?”

읍내까지 나가야 광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데 장희네 집에서 읍내를 가려면 오래된 나무 다리 하나를 건너야 했다. 그런데 그 다리는 비가 많이 온다 싶으면 넘치는 강물에 잠기곤 했다. 장마철에는 아예 물에 잠겨서 마을 사람들은 바짓가랑이를 접고 물이 찰랑거리는 다리 위를 걸어다니고는 했다.

“다리가 잠기면 좋지야. 그 핑계로 학교도 하루 쉬는 것이제.”

능글능글 농담을 하는 연희의 등짝을 찰싹 때린다.

“공부하는 거 부지런히 안 하면 못써. 남들은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안 시켜 줘서 못하는 공부니께. 너는 제발로 바지런히 공부혀서 언니같이 살면 안 되야. 내가 뭣땀시 너 공부시키는디? 너 열심히 안 허면 이 언니가 콱 나가서 죽고 싶당께.”

“오메, 알았소, 알았어. 또 시작하려는가보네.”

연희는 빙글빙글 그렇게 장희를 놀리고는 옆 방으로 도망 가 버렸다. 비 오는 소리가 마당 양철 세수대야를 내려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콜록콜록’ 채현이가 종종 기침을 한다. 장희는 그런 채현이를 다독거리고는 바느질을 시작했다.

“아이고, 야가 왜그란디야, 연희야, 연희야.”

장희가 채현이를 품에 안고 어르며 옆 방에서 자는 연희를 급하게 불렀다. 연희가 자다 깨 눈을 비비며 안방으로 건너왔다.

“무슨 일이여?”

“아까부터 채현이가 기침을 많이 혀. 열도 나고.”

“얼굴은 왜 이런데?”

“그러게. 뭐가 났는디.”

“언니, 채현이 옷 벗겨보소.”

아차 싶은 듯 연희가 바람처럼 달려들어 채현이의 옷을 벗긴다.

“아”

두 자매는 동시에 놀란 소리를 지른다. 채현의 가슴에는 붉은 반점이 퍼져 있었다.

“이것이 무엇이여? 열꽃이여?”

다급하게 묻는 장희의 손이 떨린다.

“아니여, 언니. 홍역 같소. 얼마 전에 학교에서도 걸린 친구가 몇 나와서 교육을 받았어. 전번에 금숙이도 걸렸었잖어.”

채현이의 목 뒤와 손 발을 살피던 연희가 말을 이었다.

“일단 채훈이는 내 방으로 데려가 눕혀. 전염되는 병이라 같이 있으면 안 되니께. 열이 많이 나니께 일단 열을 내려야 혀.”

그러고는 수건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장희는 채훈을 조심히 안아다가 연희의 방에 눕혔다. 그러고는 연희와 함께 채현의 몸을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홍역에 걸리면 어찌 되는 건디?”

“그냥 기침을 하고 열이 나는 거래. 보통은 감기처럼 그러는디 열을 잡으면 괜찮아 지는 것이고 못 잡으면.”

말을 끊는 연희의 표정이 심란하다.

“열을 못 잡으면? 열을 못 잡으면 어찌 되는 것이여?”

“간혹 어린 아기들은 죽기도 하나 봐.”

두 자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이를 발개벗겨 놓은 채 쓱쓱 닦는 소리만 방안에 불안하게 울려 퍼진다. 채현이가 불편한 듯 얼굴을 찌푸린다.

“너도 방에 가.”

“아니여, 나도 할 것이여.”

“전염된다며?”

“괜찮어. 나는 이만큼 컸으니께.”

둘이서 붙어앉아 그렇게 닦아 대니 끙끙거리던 채현이가 싫다고 울음을 터뜨린다. 찡그린 얼굴이 빨갛다.

“응, 아가 괜찮어. 괜찮어.”

“언니, 울어서 그런가 채현이 열이 더 오르는 거 같어. 혹시 약 같은 거 없어?”

“무슨 약?”

“뭐 해열제 같은 거.”

“그런 거 없는디.”

“손발이 얼음같이 차. 열이 더 오르려나 봐.”

연희가 옷을 입으며 일어선다.

“이 밤에 어디 가려고?”

“금숙이 집에. 저번에 아팠으니 무슨 약이 있을지도 몰라.”

“이렇게 비가 오는디 괜찮겠어?”

“걱정을 말드라고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는 길이여.”

“그려. 조심해서 다녀와.”

비도 오고 어두운 밤에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장희는 열이 나는 채현을 안고 일어섰다 앉았다하며 달래고 있었다. 채현이 갑자기 숨이 넘어가듯 자지러지게 울었다. 그러더니 숨을 헐떡거리며 경기를 했다. 눈이 돌아가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채현아, 아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장희는 그런 채현을 안고 울었다. 연희가 다녀오는 30분 남짓한 시간이 몇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밖에서 쿵쾅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확 열렸다. 연희였다. 그 뒤에는 임현택이 따라 와 비를 맞고 서 있었다.

“약은?”

“없디야.”

“워쩐대?”

장희가 눈물을 줄줄 흘린다.

“채현이는 좀 괜찮아?”

“경기를 하고 정신을 잃었어.”

장희가 눈물이 범벅이 되어 말한다. 연희 뒤에 서 있던 현택이 장희를 밀치고 채현을 받아 안는다.

“언제부터 이런 것이여?”

“세네 시간 되었소.”

“정신을 잃은 것은?”

“방금이오.”

끙하는 소리를 내던 임현택은 채현을 얇은 이불로 둘러 싼다.

“뭣하는 것이오?”

장희가 현택의 팔을 잡고 매달린다. 현택은 아랑곳 않고 채현을 이불채 둘러 안는다.

“뭐 비를 막을 거 없어?”

“어쩔라고 그라요?”

“이대로 놔 둘수는 없지. 내가 데리고 병원을 갈랑께.”

“병원이요?”

“이리 열이 나고 까무라쳤는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병원에 가야제.”

“헌디 지금은 비가.”

“내가 물에 담긴 저 다리 천번도 더 오다닌 사람이여.”

연희가 부엌에 달려가 비료 포대 하나를 찾아 나왔다.

“이것이면 되지라우?”

현택은 아무 말없이 포대로 늘어진 채현이를 감쌌다. 그러고는 자신은 세차게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마당을 성큼성금 걸어 나갔다.

“너는 여기 있어. 채훈이 깨나 봐야 한께.”

연희에게 던지듯이 말하고는 장희도 그 뒤를 따랐다. 문을 나서자 함평댁이 손전등 하나를 들고 뛰어 온다.

“어디 가시오?”

“병원에 가야겠네.”

“그럴지도 모른다 생각했소. 금숙 아버지 이거 가지고 가시오.”

임현택은 한 손에 손전등을 터지도록 꼭 쥐었다. 셋은 그렇게 다리 앞까지 비를 쫄딱 맞으며 뛰었다.

불어난 물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는 다리 앞에 서자 현택은 손전등을 입에 물었다. 다행히도 비의 기세는 아까보다 조금 잠잠하다

“괜찮겠소?”

걱정이 된 장희가 현택의 팔을 잡는다. 현택은 돌아보더니 입을 꼭 물었다.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함평댁이 장희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괜찮을 것이네. 이렇게 가는 것이 처음도 아니고.”

“하지만”

“지금 안가면 어쩔 것이여? 채현이가 저리 아픈디.”

맞다. 함평댁의 말이 맞다. 지금 장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현택은 비료포대에 둘러 싼 채현을 품에 꼭 안고 손전등을 입에 문 채 나무 다리 위로 한 발 내 딛었다. 차갑고 세찬 물결에 순간 휘청했으나 곧 중심을 잡고 한발씩 물을 헤치고 나아갔다. 다행히 물은 현택의 허벅지 정도밖에 차지 않았다. 물을 가로질러 눈에 보이지 않는 다리를 발 끝으로 더듬으며 한발 한발 내딛고 걸어가는 현택의 모습을 두 여자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현택의 모습은 줄기차게 내리는 비와 칠흑같은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가 물고 간 손전등만이 지금 그가 다리 중간께에 왔음을 알려주었다. 조금 잦아들었다고 생각했던 비가 다시 세차게 내린다. 함평댁이 들고 온 우산을 펴서 장희와 같이 쓴다.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가 사납다. 두 여자는 우산을 쥔 손을 서로 겹쳐잡고 강 중간 쪽을 간절히 보고 있다. 임현택의 손전등은 가느다란 빛을 내며 읍내 쪽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다. 순간 콸콸 하는 소리와 함께 위 쪽에서 물이 터지듯 큰 파도같은 물결이 밀려왔다. 장희는 심장이 철렁했다. 물이 한바탕 강을 휩쓸고 지나간다. 손전등의 불빛이 흔들리다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다.

“안돼!”

장희는 물로 뛰어들었다. 함평댁이 붙잡는다. 걱정이 되어 어느새 뒤에 와 서 있던 연희도 장희를 잡는다.

“이거 놓으시오. 불이 안 보이오.”

“자네까지 이러면 어쩌나?”

“불이 안 보인단께요.”

“여기까지 멀어서 불이 안 보일수도 있지, 무사히 건너갔을 거여.”

“아까 큰 물이 내려오고 갑자기 불빛이 안 보인단 말이요.”

“그렇다고 자네까지 뛰어들면 어쩌나?”

“이거 놓으시오. 내가 가서 볼랑게.”

“자네까지 가면 도로 다 짐이여. 분명히 건너 갔을텐께 기다려 보자고.”

연희와 함평댁의 손에 끌려 집으로 돌아온 장희는 마당과 안방을 오가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대로 있다가는 미쳐 버릴 것 같은 기분에 부엌으로 갔다. 쌀을 꺼내 씻어 체에 받혔다. 팥도 씻어 불렸다 삶는다. 심란할 때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떡을 만드는 밖에 없었다. 쌀이 어느 정도 불자 절구에 넣고 조금씩 갈았다. 채현이 무사히 돌아오면 방금 만든 따끈한 떡을 조금씩 떼어 그 조그만 입에 야금야금 넣어 주리라 생각하며 시루에 넣고 떡을 찌기 시작했다. 채현이 떡을 받아 먹으며 입을 오물거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립고도 불안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흐려진 눈 사이로 떡을 찌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날이 밝아오며 비는 그쳤다. 전날의 고약한 날씨는 어디 갔는지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 온통 젖은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부랴부랴 떡을 싸서 품에 안고 다리께로 갔다. 하지만 불어난 물은 아직 빠지지 않았다. 아직 현택과 채현의 소식을 알 수가 없다. 조금 있으니 함평댁도 옆에 와 선다. 한참을 기다려 낮이 되자 어느 정도 물이 빠지고 다리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물에 젖은 나무 다리를 첨벙첨벙 뛰어간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헐떡거리며 함평댁과 함께 읍내 보건소까지 달려갔으나 환자 중 임현택도, 임채현도 없었다. 장터의 작은 의원까지 뛰었다. 의원에도 찾는 이는 없었다. 장희는 의원에서 광주의 도운에게 급히 연락을 했다. 도운은 바로 출발해서 저녁이 되기 전에 내려왔다. 세 사람이 읍내를 몽땅 뒤지고 다녔지만, 현택과 채현을 찾을 수 없었다. 장희는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미친 여자처럼 온 동네를 헤메고 다녔다. 두 부자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모두들 기가 막히고 진이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서야 함평댁의 집으로 사람들이 찾아왔다. 경찰들이었다. 강 가에서 시신 두 구가 발견되었다고 했다. 40대 남성의 시신 한 구와 그와 떨어져 좀 더 하류쪽에서 발견된 갓 돌이 지난 사내아기의 시신이라고 했다.

‘그럴 리가 없다. 아닐 것이다.’

함평댁과 장희, 도운은 시신이 안치된 병원으로 달려갔다. 무표정한 얼굴의 관리인이 길다란 시신 한구를 꺼내어 덮은 천을 들춘다. 함평댁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는다. 하지만 장희는 그 얼굴이 누군지 알아볼 수 없다. 물에 불은 얼굴, 파랗게 얼어붙은 듯한 입술은 자신이 알던 사람이 아니다. 고개를 저으며 장희는 그 옆의 작은 시신 옆에 가 선다. 얼굴을 덮고 있는 천을 들춘다. 이 작은 몸은, 얼굴은 채현이가 맞다. 하지만 차갑다. 발그레하고 통통한 볼은 어디가고 온통 긁힌 듯 상처 나고 부푼 얼굴이다.

“아가, 채현아.”

그리 부르고 장희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일요일 연재
이전 13화나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