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마지막 이야기

by 임효진

두 부자의 장례는 조용히 치러졌다. 너무나 황망하게도 가족을 잃은 함평댁도, 장희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연희마저도 울다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했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장희는 방에 누워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소리 내어 울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안았다. ‘엄마’ 소리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열이 펄펄 끓는 고통스러운 몸으로 차가운 강물에 빠져 숨도 못 쉬고 죽어 간 아이를 생각하면 온몸이 으스러지듯이 아팠다. ‘얼마나 답답하고 아팠을까?“ 생각하면 숨이 턱 막혀왔다. 그 뒤로 가슴이 찢기는 듯한 통증이 이어졌다. 그저 따라 죽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내 욕심 때문이다.’

장희는 그렇게 생각했다. 도운을 욕심냈고, 아이들을 데리고 도운과 함께 살려고 했다. 장희가 가지고 싶은 것이 생길 때마다 항상 하늘은 그렇게 훼방을 놓았었다. 이제는 행복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기막히고 갑작스러운 불행의 등장에 장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문이 열리고 도운이 들어온다. 방금 쑨 듯한 미음을 쟁반에 받친 채 살며시 내려 놓는다.

“장희야, 이거 먹자.”

“...”

“먹어야 일어나지.”

그래도 대답이 없자, 도운은 장희를 부축해 일으켜 앉힌다. 말라버린 듯한 눈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지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흐른다.

“이러다 너도 큰일 나.”

“안 먹어. 나도 채현이 따라갈텨.”

도운이 멈칫한다. 장희도 아차 싶다. 자신이 뱉은 말에 화살이 되어 돌아와 자신의 가슴을 다시 찌른다. 찌릿한 통증이 온 몸을 타고 흐른다. 전기처럼 흐른 통증은 옛 기억을 불러낸다.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도 그랬었다. 그렇게 남편과 자식을 따라 가셨다. 한때는 원망했지만, 그런 선택의 고통이 어떠했을지, 그 고통의 크기가 어떠했을지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아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그런 말 하지 마. 채훈이는? 연희는? 나도 생각해야지. 너 없으면 우리 모두 못살아.”

다정하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잡는 도운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본다.

‘나도 예전에 우리 어머니한테 저리 다정히 말했더라면 어머니는 그리 가시지 않았을까?’

고개를 젓는다. 아니다. 그래도 죽고 싶었을 것이다. 채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신을 보며 빙긋빙긋 웃던 가느다란 눈, 통통하고 붉은 볼. 그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장희는 다시 눈을 감는다. 도운에게 기대어 버티고 앉았던 몸에서 힘이 빠진다.

“장희야, 장희야!”

도운이 부르는 소리가 귓가에 희미하게 들린다.

꿈을 꿨다. 아이들과 공을 튕기고 놀고 있다. 채현이가 꺄르르 웃는 소리가 귀 바로 옆에서 울린다. 땅에서 튄 공이 높이 올라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날아 간다. 공을 잡으러 달려가는데 공의 속도가 한없이 느려진다. 그런데 내 발은 더 느리다. 공도 자신도 거의 멈춘 것처럼 느릿느릿 간격을 좁히지 못한 채 붕 뜬 상태로 머무른다. 가만히 보니 저건 공이 아니다. 채현이다. 채현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느린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 ‘엄마’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저 편에서는 채훈이가 웃으며 멀어지고 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 무엇도 잡을 수 없다. 소리를 내어 아이들을 부르려 했지만 끅끅 소리만 가슴속에 사무쳐 흐른다.

“장희야!”

누군가 팔을 잡고 흔든다. 눈을 떠 보니 옆에서 도운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장희를 보고 있다.

“정신이 좀 들어?”

장희는 아무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렸다. 하얀 벽과 커튼이 어지럽다. 수액이 관을 따라 차갑게 몸을 타고 흐른다. 공기가 차갑다. 몸에 한기가 드는 듯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들부들 떨린다.

“너무 안 먹고 울기만 하니까 탈진해서 쓰러진 거래. 이제 병원에 왔으니 괜찮을 거야.”

다정하게 말하는 도운이 마음 아프다. 하지만 장희는 아무런 생각도 기운도 없어서 그냥 고개를 돌린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

“장희야. 너 이제 일어나야 해.”

“...”

“채훈이가 아파.”

“뭐?”

“채훈이도 홍역인 듯 싶어. 열이 많이 나서...”

“채훈이 어딨어?”

정신이 번쩍 든다. 장희가 벌떡 일어난다. 도운이 장희를 잡는다.

“지금 격리 병동에 입원해 있어. 내가 방금까지 같이 있다가 잠드는 거 보고 왔어. 처제가 지켜보고 있고 수액을 맞으며 열은 내렸으니 괜찮을 거야.”

장희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만 울어. 이제 힘내야지. 채훈이도 있는데 니가 이렇게 있으면 안 되지.”

장희가 입술을 꼭 깨문다.

‘맞다. 채훈이가 있다.’

자식을 잃은 슬픔도, 따라 죽고 싶을 만큼 아픈 고통도 이겨내야 했다. 장희에게는 지켜내야 할 또 다른 아이가 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숟가락을 든다. 도운이 가지고 온 죽을 꾹꾹 씹어서 몸에 재어 넣듯이 삼켰다.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 살아서 채훈이를 지켜야 한다. 장희는 꽉 막힌 듯한 목으로 그래도 살기 위해 죽 한그릇을 모두 비웠다.

“채훈이한테 갈 거여.”

바짝 타들어가는 입으로 겨우 말을 내뱉았다. 도운이 고개를 끄덕하고는 장희의 팔을 잡아 부축한다. 도운의 팔에 몸을 반쯤은 기댄 채 채훈의 병실까지 걸어갔다. 채훈의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래가 낀 듯한 쌕쌕거리는 소리만이 꽉 차 귓가에 울린다.

“채훈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 가만히 자고 있는 아이를 부른다. 채훈이 움찔하더니 눈을 뜬다.

“엄마”

채훈이 부르는 소리에 장희는 그대로 채훈이 누워있는 침대로 달려가 채훈을 안았다.

“그래, 엄마 왔어? 아팠지? 우리 채훈이.”

“기띰을 많이 했어. 머리도 아팠어.”

아무 일 없었던 듯 대답하는 채훈의 해맑음에 가슴이 시린다. 장희는 채훈을 품에 안은 채 아무 말이 없다.

“엄마, 근데 때언니는?”

“응. 채현이는 많이 아파서, 안 아픈 곳으로 갔어. 하늘에서 선녀님이 와서 예쁜 아가들만 가는 하나도 안 아프고 행복한 세상으로 데리고 갔어.”

채훈이에게 채현의 죽음을 이해시키기 위해 하는 말이 도로 장희를 위로한다.

‘그래. 채현이는 저 하늘, 아프지 않은 곳으로 갔을 거야. 거기서 행복하게 살면서 나를, 우리를 기다릴 거야.’

그렇게 마음 먹으니 가슴 한구석이 조금 열리고 숨이 쉬어진다. 장희의 곁에 선 도운이 꼭 안고 있는 모자의 등을 토닥거리고 있었다.

사흘 뒤 장희와 채훈은 나란히 퇴원했다. 도훈이 채훈을 업고 그들은 살던 집으로 향했다.

“오라버니.”

“나 조금만 더 이 집에 있고 싶어.”

“괜찮겠어?”

“이대로 이사를 가버리는 게 채현이를 놔 두고 가는 마음이 들어서... 그러고 싶지 않아.”

“그래. 그렇게 하자.”

집으로 들어서니 온 곳이 채현이의 흔적이다. 채현이가 갖고 놀던 나무 인형과 그릇은 마당 한쪽에 곱게 치워져 있다. 마루 한 쪽에는 채현의 옷과 기저귀가 곱게 개어져 있다. 울컥 솟아 오르는 눈물을 참으려고 괜히 채훈의 손을 더욱 꽉 쥐어본다.

“괜찮겠어?”

도운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어본다. 그는 휴가를 길게 썼기 때문에 오늘 당장 광주로 올라가야 했다.

“응. 나 여기서 채현이랑 인사하고 있을게.”

“장희야!”

“응?”

“마음 단단히 먹어. 너 채훈이 엄마야.”

“응. 괜찮아.”

웃어 보이지만 마음이 먹먹해진다. 대문을 나서는 도운을 배웅한다. 해가 지고 있고 도운이 지는 해를 향해 걸어간다. 마음이 걸리는지 자꾸 돌아본다. 장희는 도운이 돌아볼 때마다 손을 더 세차게 젓는다. 도운이 멀어지고 점처럼 보이자 주변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한없이 넓은 들판에 옮겨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모들이 나란히 줄 서 있다. 작은 모들이 하나같이 어린 아기들 같다. 노을에 젖어 있는 그 모습이 슬프다. 논고랑에서 개구리가 세차게 울어 댄다.

“엄마, 개구리가 울어.”

“그러게. 개구리가 우네.”

“때언니는 개구리 무서워 하는디.”

“채현이가 개구리 무서워 했어?”

“응, 쩌번에 펄쩍 뛰어나와서.”

“놀랬다 보네.”

“응. 때언니가 울어서 내가 쫓아냈어.”

채훈이가 발로 차는 시늉을 한다.

“때언니 이제 하늘에서는 개구리 소리 안 듣겠네.”

아무렇지도 않게 동생 얘기를 하는 채훈이가 슬퍼 품에 꼭 안았다. 이 아이를 놓고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살아야 한다. 나는 우리 어머니랑 다르니까. 채훈이에게는 그런 고통을 줄 수 없다, 좋은 세상을 줘야겠다 다짐하는 장희였다. 슬픔은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고 가끔씩만 꺼내보자. 슬픔에 취해 옆에 있는 소중한 다른 이들을 놓치지 말자 생각했다. 어머니의 슬픔은 이해하지만 또 다른 조장희를 만들 수는 없다고 이를 꼭 깨물었다. 그렇게 이 집과 채현이와 작별하는 시간들을 장희는 보내고 있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함평댁이 찾아왔다.

“자네는 좀 어떤가?”

장희는 대답을 못하고 입술을 꾹 문 채 고개를 숙였다.

“지금 심정이 어떨 지 나는... 에고 무슨 할 말이 없네.”

“성님은? 성님은 괜찮으시오?”

장희가 고개를 들어 묻는다. 웃으려 하지만 눈가가 촉촉하다.

“나도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 어쨌든 애들 아빠니까... 그래도 살아야지. 살 생각을 해야지. 저리 생때같은 아이들이 있는디...”

“지송하요. 성님.”

“아이고, 자네 무슨 말인가? 내가 그 날 강을 건너는 걸 말렸으면 어땠을지 수천 번도 더 생각한 사람이여. 다 내 잘못 같아서...”

함평댁이 눈물을 흘린다. 그런 함평댁의 손을 장희가 잡는다.

“지도 그랬으라우. 못가게 했으면 이리 가지는 않았을 텐데 생각했지라우. 헌디, 안갔으면 또 어쨌을 것이라? 방법이 없었지라.”

머리 속을 수없이 스쳐간 고통의 기억이 입 밖으로 나오니 별 것 아닌 과거가 되어 생각의 정리가 쉬워진다.

“그려. 그 사람은 애비니께, 채현이 아버지니께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

함평댁의 말이 장희의 가슴 속에 들어와 박힌다. 장희는 한 번도 현택을 아이들 아버지라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채훈, 채현은 오롯히 장희의 아이들이고, 장희만이 그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현택 역시 아버지였다. 그도 아버지로써 아이들에게 뜨거운 정을 품고 있었던 사람이라 생각하니 그의 선택과 죽음도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채현이 혼자 외롭게 다른 세상으로 떠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으로 위안도 되었다.

한참을 훌쩍이던 함평댁은 품 속에서 작은 옥가락지를 하나 꺼내 장희에게 내밀었다.

“이것이 뭣이다요?”

“금숙 아버지가 남긴 것이여.”

“금숙 아버지가요?”

“자네가 갖고 있던 패물을 그리 내다 판 것이 많이 미안혔나벼. 나는 문방구서 우리 식구 먹고 살 만큼은 벌고 있으니. 금숙 아버지는 공사장에 이런 저런 잡일을 하러 나갔었어. 그래서 받은 돈으로 전당포에 반지를 찾으러 갔었나벼. 근디 전당포에서 벌써 찾아갔다고 그랬나벼 .그 날 이 반지를 사 왔더란 말이시. 근디 차마 주지는 못하고 꽁꽁 숨겨 놓은 걸 나는 얼마 전에 알았네.”

장희는 임현택을 원망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채현의 죽음에 어느 정도는 임현택의 탓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오늘만큼은 마음이 이상했다. 그가 채현의 아버지이고, 자신의 남편이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가슴에 맺혔다. 함평댁이 말을 이었다.

“이 반지를 보고서 나는 금숙 아버지한테 조금 서운했어. 나는 이런 반지 같은 거 받아본 적이 없거든. 옹졸한 마음이 들더라고. ‘지가 누구 서방인디?’ 생각도 혔고. 그런데 이제 간 사람을 두고 그런 생각 안할껴. 그것이 뭐가 중요하다고. 무슨 소용이 있다고 이 귀한 시간을 그런데 낭비하겄어? 자네도 미운 마음은 훌훌 털어버리고 이제 다 잊고 행복하게 살어. 산 사람은 또 그리 살아야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함평댁의 말이 머리에, 가슴에 와 박힌다. 장희는 그 간 많은 사람을 잃었다. 그래도 또 다른 희망을 갖고 살아 왔었다. 지금의 고통도 언젠가는 잊히고 평안하게 살아갈 희망의 날이 자신에게 올 것이라 믿고 싶다. 돌아가신 엄마도, 임현택도. 누군가를 미워했던 마음도 슬픈 기억도 이곳에 두고 떠날 것이다. 희망이 현실이 되어 모든 기억이 추억이 되면 이 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 그렇게 마음 먹으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다음 날, 장희는 채훈의 손을 잡고 현택과 채현의 묘를 찾았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무덤은 나란히 자리 잡고 따뜻해 보이는 붉은 흙으로 덮여 있었다. 채현의 무덤으로 가만히 다가가 쓰다듬는다. 흙 속에서 따뜻한 온기와 숨결이 느껴지는 듯해 한참을 손을 떼지 못했다.

“아가, 잘 있지?”

아쉬운 듯 크게 숨을 내 쉬고는 아기를 토닥거리듯 무덤을 토닥 거린다. 그러고는 옆에 놓인 현택의 무덤으로 다가가 인사를 하고 무덤 가에 앉아 들고 간 술을 부었다.

“채현 아버지.”

혼잣말을 하는 장희의 얼굴이 편안해 진다.

“당신이 아이들 아버지라 참 고맙소. 채현이 옆에 있어 주어서 고맙소.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나한테는 그냥 당신이... 당신이 이 곳 같소. 나주.”

살아남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고, 꿈을 품었던 곳이다. 좌절과 원망의 시간도 있었지만 장희는 이 곳에서 자신보다 소중한 것들을 만나고, 사랑했다. 현택과 이 곳을 원망하는 마음이 한 꺼풀 벗겨지니 채현을 보낸 슬픔도 언젠가는 조금 덤덤해 질 거라는 희망도 생긴다.

두 사람의 무덤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장희의 발걸음이 조금은 가볍다. 채훈과 장희는 발 맞추어 걷는다. 두 사람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집 근처에 와서는 날듯이 뛰기 시작한다. 채훈이가 옆에서 뭐가 그리 신나는지 깔깔대며 웃는다. 대문 앞에 와서야 걸음을 멈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지만 기분은 개운하다. 대문을 등지고 돌아서 여태 걸어온 길을 쳐다본다. 넓게 펼쳐진 논밭을 산이며 언덕들이 품은 듯 둘러싸고 있다. 반짝이는 물길도 논밭을 들러가며 굽이쳐 흐른다. 따뜻한 풍경이다. 장희는 이곳을, 저 풍경을, 처음으로 따뜻하다 느꼈다.

“안녕.”

“안녕”

장희가 소리내어 인사한다. 그러자 채훈이도 엄마를 한번 쳐다보더니 허공에 인사하듯이 손을 흔들며 같이 인사한다.

“채훈아!”

“잉?”

“이제 갈 수 있겠다.”

“어디를?”

“여기가 아닌 곳.”

채훈이 장희를 쳐다본다. 장희는 채훈을 번쩍 들어 품에 꼭 안고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아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른 아침, 여름의 문턱에 든 햇살이 따갑다. 작은 새들이 마당에 잔뜩 들어와 앉았다가, 터질듯한 트럭 소리에 쪼르르 하늘을 향해 날아 오른다. 도운이 트럭에서 내린다. 대청마루에 앉아 있던 채훈이 달려가 도운에게 안긴다. 도운은 채훈을 안으며 장희에게 미소 짓는다. 장희도 도운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사짐을 실은 파란색 트럭이 논 사이를 가르고 빠르게 지나간다. 바람에 작은 풀잎들이 인사하듯 팔을 열심히 흔든다. 저 옆으로 채현을 묻은 작은 야산이 보인다. 트럭 앞에 앉은 장희가 나지막히 속삭인다.

“안녕, 안녕.”

답이라도 하듯 파도와 같은 바람이 일렁인다. 바람에 쓸려 물결치는 풀잎들이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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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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