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슬
[목요슬] 식식하게 살기
나의 소울 푸드 1. 참치(캔) 미역국
음식 중에서 미역국만큼 다양한 재료를 넣는 요리가 있을까? 사실 미역국은 참기름과 마른미역, 그리고 다진 마늘만으로도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이지만 감자, 소고기, 전복, 바지락, 광어, 옥돔, 성게 등등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당당히 한 끼니의 메인 요리가 되기도 한다. 많은 미역국들 중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미역국은 참치 미역국이다. 여기에서의 참치는 동x참치, 사x참치와 같은 캔참치를 말하는데, 특히 약간의 참치캔 기름이 미역국의 꼬수운 냄새에 큰 몫을 한다.
참치 미역국은 왠지 아플 때 생각이 난다. 죽을 것 같은 생리통 때문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을 때, 장염에 걸려서 다른 음식은 손도 대기 싫을 때 나는 따뜻한 참치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는다. 푹 퍼진 미역이 밥알과 함께 참치 기름을 타고 부드럽게 목을 넘어가는 것이 좋다. 짭조름한 참치 덩어리가 따뜻한 국물 속에서 쪼개지고 뜨끈한 미역들 사이로 들어가 꼬수운 맛을 낸다. 국물까지 싹 긁어서 한 그릇 먹고 나면 빙빙 돌던 머리에 땀이 삐질 나오면서 그제야 몸에 기운이 돈다. 이게 바로 진정한 소울푸드. 가끔은 엄마가 미역국에 참치캔을 넣은 게 맛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닐까 싶지만 아무렴 어떤가. 덕분에 나는 참치캔 하나로도 원기를 회복하는 성인이 되었다.
소울푸드 2. 칼국수
칼국수는 면발과 육수, 토핑까지 완벽한 음식이다. 소면처럼 얇지도, 그렇다고 이로 끊어내기에 두껍지도 않은 면발들은 보통 아주 가득 담겨 나온다. 이들은 육수를 머금어 적당히 퍼지면서 쫄깃함은 잃지 않아 요리조리 목구멍의 싸대기를 때린다. 면들만큼이나 매력적인 것은 칼국수의 토핑이다. 일단 애호박이 들어간 칼국수집이라면 무조건 합격. 애호박이 들어가면 확실히 국물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바지락은 조개 특유의 맑고 모래 같은(?) 국물이 개운하다. 들깨 칼국수는 감기가 올 것 같으면 무조건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내가 좋아하는 모 들깨 칼국수 집은 뜨거운 들깨 콩국 속에 칼국수 면을 내놓는데 먹다가 항상 입을 데지만 마음이든 몸이든 따뜻함이 필요할 때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들깨칼국수야말로 내가 책으로만 접하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이미지에 가장 가깝다.) 먹어본 칼국수 중에 조금 달랐던 것은 바로 쑥갓 칼국수이다. 맑은 멸치 육수 위에 쫄면 면처럼 생긴 면들이 담겨있고 그 위로는 쑥갓이 수북이 올려져 나온다. 쑥갓의 씁쓸하고도 향기로운 맛이 육수에 배여 버리기 때문에 배가 터질 것 같아도 국물은 다 마시게 된다.
나는 맵찔이다. 매운 것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특히나 대놓고 맵다고 소리치는 모든 빨간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짜고 매운 것을 먹고 나서 좋았던 적이 별로 없다.
그 보다는 밋밋하고 따뜻한 국물이 좋다. 따뜻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 그 훈기로 몸 전체가 데워지면 바싹한 마음이 촉촉해진다. 부담스럽지 않은 위로라고나 할까.
-이상 28년 살면서 중국집에서 짬뽕보다 우동을 훨씬 더 많이 시켜먹은 사람이 쓴 소울푸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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