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 전부터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의해 북한의 문을 열어 개방시키는 역할을 미국이 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얼마 전 종전선언이 눈 앞에 다가왔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승만이 종전협정에 싸인하지 않은 관계로 대한민국은 전쟁의 최대 피해국이자 당사자임에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종전선언마저 할 권리가 없는 상태이고, 미국이 대중 견제의 핵심 사업으로 북한을 개방시켜 최소한 북한이 중국의 방패가 되지는 않게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 하겠다.
최근 상황은 매우 빠르게 진전되는 것 같다. 현재 미국에 가 있는 외교부 차관이 직접 종전선언에 대해 언급하며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까지 언급했다. 게다가 미국도 한국 정부와 의견이 거의 일치한다고까지 말했다. 심지어 문안 작성에도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단다. 이 말은 미국이 급하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한다.
미국은 어제 중국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점잖은 어조로 중국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걸로 또 언론은 시끄럽다. 그러나 미국은 협상의 달인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이고 국익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현시켜온 나라이다. 정상회담에서 말싸움하고 언론 기사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바이든이 아니다.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아마츄어 선동가가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가장 오랜 외교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정상회담 직후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선언할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바이든은 자신의 집권기간 내에 중국에 큰 타격을 입히려고 하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미국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올 천재라 불리는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호주에 핵잠기술을 이전한 것과 관련해 "호주뿐만 아니라 세계에 '여러분이 강력한 친구이고 동맹이고 파트너라면 우리에게 베팅(bet)하라. 우리는 여러분에게 베팅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아예 대놓고 선언했다. 이 발언은 사실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초 멍청한 짓을 하고 있던 박근혜 정부에게 직접 대놓고 한 말이다. 당시 친중으로 급격히 기울던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이든은 "미국의 반대편(중국)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언급했었다. 물론 그 말을 못 알아들은게 지금의 국민의힘과 박근혜지만.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친미를 부르짖으며 빨갱이를 때려잡는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친중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박근혜는 자유진영 지도자로서는 최초로 중국 공산군 열병식에 참석했고, 미국은 대노했다. 삼성 등 대기업들은 앞다퉈 첨단기술 공장을 중국에 지었고, 그 결과는 처참했다. 그 공장들은 지금은 거의 문을 닫았다.
거기까지는 귀엽다고 봐줄 수도 있는 미국이었지만, 한국은 건드리지 말아야할 역린까지 건드렸다. 바로 대놓고 미국의 달러패권에 도전하겠다고 외치는 중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야심차게 위완화 직거래 시장을 대한민국 한복판에 설립했고, 모든 언론은 빨아대기 바빴다. 경제가 좋아질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의 핵심이익인 달러패권에 한국이 앞장서서 도전한 것으로, 미국은 이때부터 한국을 전략적으로 배제하기 시작한다.
미국은 결국 한국 정부의 극렬한 반대에도 2016년 7월 사드를 전격적으로 배치했고, 당시 박근혜의 외교부 장관은 쇼핑 중이었다. 열병식 이후 박근혜 정부를 안하무인 취급하던 중국은 곧바로 사드 보복을 감행했고 한국 기업과 국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한국 정부는 갑자기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다며 개돼지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같은해 11월 미국의 주도 하에 일본의 일개 대사가 한국의 국방부를 찾아와 한국의 군사기밀을 일본과 공유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서명했다. 이런 중요한 협정을 대사가 와서 서명하는 것은 초유의 사태였고, 그 내용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서명식마저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에 기자들이 일본 대사 앞에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나는 이것을 한국의 친중 행보에 위안화 국제화 뿐만 아니라 군사기밀 누출에 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를 미국이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해석한다. 한국의 군사기밀을 중국이 아닌 일본이 관리해 달라는 것으로, 사실상 60~70년대 미국이 취했던 일본을 통한 동북아 전략에 준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급하게 일본 대사가 나타나 사인을 하며 한국에 굴욕을 줄 리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 이상한 협정은 그나마 문재인 정권에서 종료되었고, 나는 그 과정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많은 것이 오고 갔을 것이다.
다시 설리번의 입으로 돌아가본다. 바이든과 설리번은 줄기차게 동맹을 강조하며 미중 관계를 '극심한 경쟁'이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전략의 중심축 중 하나가 한국일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은 왕이 외교부장 방한일에 맞춰 세계에서 7번째로 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현무 등 화력쇼를 펼치며 역사상 최대치로 중국을 몰아붙였다. 중국에서는 굴욕외교라며 난리가 났지만 한국 언론은 당연히 침묵했다. G2 외교부장 방한일에 미사일 발사실험을 할 정도로 한국은 국방력에 자신감이 생겼고, 중국에 이런 굴욕을 준 것은 자주국방, 자주외교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과의 공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15위 수준이었던 한국의 군사력은 단숨에 6위에 올라와 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들어 2차례에 걸쳐 미사일 사거리 지침을 완전히 폐기시켰고, 이미 그 사거리 지침 시기를 알고 있었다는듯 전술핵급 미사일을 보유해 버렸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보다도 한국의 군사력이 위인 상황이다. 여기엔 KF-21과 현무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런 숫자들과 더불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백신 등 기술동맹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한미간 밀월관계가 얼마나 깊어졌는지에 대한 반증이다. 거기엔 한국과 미국이 북한 개방이라는 핵심이익에 전략적으로 거의 일체화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게다가 한국 정치 상황이 박근혜보다도 후진 윤석열이 등장하며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보며, 미국은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북한과 상당한 진전을 이뤄내려고 할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계승할 이재명 후보에게 미국은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나는 오늘도 혼자 생각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