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디바이드 앤드 룰의 핵심 원리와 작동법
지난 글에서 디바이드 앤드 룰 (디바이드 앤 룰)이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매우 잘 작동해 왔음을 살펴 보았다. 그 시작은 그리스 시대 약소국으로서의 전략에서 비롯되었으나 그 이후 패권을 쥔 자들이 자신의 권력 기반을 곤고히 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음을 보았다.
지난 글이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 주로 타국을 상대로 한 큰 규모의 사례들 위주로 살펴 보았다면, 다음 글에서는 20세기 이후 각국 정치인들이 어떻게 디바이드 앤드 룰을 활용하고 있는지, 즉 외부 요인에 대해서가 아닌 내부 권력투쟁에서의 활용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사례들을 살펴보기 전에, 이번 글에서는 디바이드 앤드 룰의 핵심 원리와 작동 방법을 정리해 보겠다.
디바이드 앤드 룰의 핵심 원리는 무엇일까? 다음 레닌의 한마디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상대편(경쟁자, 정적)을 지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그들을 리드하는 것이다.
“The best way to control the opposition is to lead it ourselves.”
- Vladimir Lenin
그렇다. 디바이드 앤드 룰의 핵심은 바로 우리가 상대방 진영을 들여다보며 그들을 우리가 유리한 쪽으로 분열시키고 헤게모니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하여 지속적으로 우리가 상대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다. 상대를 우리가 컨트롤하는 것, 그것이 디바이드 앤드 룰의 핵심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국민의 지지율과 달리 진보는 보수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형태이다. 한국 진보가 원래 나약하고 권력 사용법을 모르는 순진한 면이 있다고는 하나, 정국의 주도권은 기적에 가까운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보수가 쥐고 있는 양상이다.
조선시대 정적을 숙청할 때 쓰던 방법을 보수는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거짓 정보와 증거로 상대방 진영의 유력 인사를 왕으로 하여금 조사하게 하고, 그 조사원을 자신들 진영 사람으로 임명하도록 하여 고문을 통해 죄를 자백하면 좋고, 자백하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거나 고문에 지쳐 죽으면 거짓 증거를 들이대며 역모를 꾸몄다고 결론 짓고 죽은 자와 모의한 자들이라며 그와 가까웠던, 자신들에게는 정적들을 같이 죽이고 그 3족을 멸하며 이것을 사실로 규정하여 기록하게 하는 것이다. 이 어이 없는 조사와 죽음은 그러나 도덕적 흠결 없이 사는 것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삼아 실리를 챙기고 장기 집권을 통해 세상을 개혁하려던 의지가 박약했던 조선의 사대부들에게 잘 먹혀 들어 그들은 스스로 서로 헐뜯고 몸을 사리며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했다. 투쟁보다는 편안한 길을, 동료의 죽음보다는 나의 윤택함을 택한 것이다.
디바이드 앤드 룰은 사용하는 측이 주도권을 쥐게 되어 있다. 당하는 쪽에 똑똑한 자나 투쟁심 있는 자들이 없거나 소수이면 당하는 쪽은 주도권을 점점 뺏겨 나중에는 멸망한다. 실제로 조선 후기 약 300년은 노론이 초장기 집권했는데, 그들은 이 디바이드 앤드 룰을 철저히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붕당에 의한 사화로 얼마나 많은 선비들이 죽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대한민국 보수는 죽이는데 능하고, 대한민국 진보는 죽임을 당하는데 익숙하다. 조선의 600여년의 역사 중 정적을 제거한 유일한 진보적 인물은 필자가 아는 한 태종 1명 뿐이며, 태종에 의해 강력한 왕권을 이어 받은 세종은 1대를 못가 한명회와 세조에 의해 단종이 죽고 정권이 바뀌어 훈구파를 낳았고, 개혁군주로 꼽히는 정조는 개혁을 시작하기 전에 독살당했다. 단종과 정조가 죽자 그를 따르던 사육신과 정약용 등이 죽거나 귀양 가서 죽은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
작동법은 간단하다. 상대방 진영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작동시키는 쪽은 상당히 편안한데, 그것은 지난 글에서 살펴본 대로 디바이드 앤드 룰은 무엇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내가 직접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인건비 정도만 줄 수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작동이 가능하고, 나는 그들 뒤에 숨어서 사태를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익숙해지면 인건비를 받는 자들이 스스로 다음 전략을 제시할 것이다.
디바이드 앤드 룰의 작동법을 쉽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단계 :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성적 차이를 부각시키고 증폭시켜 서로 갈등하게 한다.
(Stirring up political / religious / racial / sexual differences)
2단계 : 사람들을 분열시키면 그들은 우리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을 갖고 서로 싸우며 에너지를 소비할 것이다.
(By dividing the people we can get them to expend their energies in fighting over questions of no importance to us except as teachers of the common herd.)
3단계 : 우리의 지배는 계속된다.
(Our rule will be continued.)
위의 2단계에 나오는 영문은 J. P. 모건 (J. P. Morgan)이 한 말이다. J. P. 모건과 그 아들 잭 모건은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통해 엄청난 부를 쌓았다. 1928~1929년 발생한 대공황 당시 미국의 실업률은 38%, 국민소득은 1929년 이래 30% 감소했다.
이 시기 JP모건은 대규모로 기업들을 인수했다. 1930년대 중반까지 JP모건은 퍼스트 내셔널 뱅크 등 은행 14개, 생명보험회사 4개, 제너럴일렉트릭과 AT&T 등 전기, 전화, 가스 관련 공기업 8개, 철도회사 4개, U.S. 스틸 등 철강회사 12개 등을 포함해 많은 수의 중견기업을 인수하였다. 당시 JP모건 산하 기업은 무려 440개였으며, 자산총액은 770억 달러로 이는 당시 미국 상장기업 200개사 자산총액의 40%에 해당했다. 미국 부의 40%를 JP모건이 독식한 것이다.
JP모건이 한 말은 아래와 같다. 이 어록은 모건 사후 21년이 지나서야 공개되었는데, 미국의 거대한 부를 움켜쥐고 있는 미국 은행가들과 자본가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마도 JP모건이 회사 차원에서 이 어록이 알려지는 것을 수십년간 막아오다 어떤 계기로 세상에 공개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문장은 매우 중요하지만 설명하려면 너무 길어지고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에서 벗어나므로, 여기서는 원문과 약간의 설명만 싣도록 하겠다.
Capital must protect itself in every way... Debts must be collected and loans and mortgages foreclosed as soon as possible. When through a process of law the common people have lost their homes, they will be more tractable and more easily governed by the strong arm of the law applied by the central power of leading financiers. People without homes will not quarrel with their leaders. This is well known among our principle men now engaged in forming an imperialism of capitalism to govern the world. By dividing the people we can get them to expend their energies in fighting over questions of no importance to us except as teachers of the common herd.
< from "The Bankers Manifesto of 1934" Morgan had been dead for 21 years.>
요는 모건이 엄청난 부를 쌓기 위해 디바이드 앤드 룰을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모건이 보기에 선생님들(같은 사람들)이나 중요시할 것들, 즉 도덕, 예의, 정치 등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런 쓸데없는 것으로 싸워 에너지를 소비하게 두고, 정치인들 또한 법, 제도 등을 위해 서로 싸우게 하면 막대한 돈은 자신이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위 문장은 필자가 보기에 매우 중요한데, 정치권력과 국민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조절하고 움직이는 자본가들의 생각과 심리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문장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필자가 볼 때 한국인의 경우 조선시대 극도의 성리학 중심주의의 영향으로 도덕을 중시하고 싸움을 피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러한 이들을 분열시키기에 디바이드 앤드 룰만큼 싸고 효과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3대 성인급의 도덕을 추구하는 것을 지상 유일의 덕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도덕적 결함을 들추어 내어 분열을 쉽게 조장할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도덕적 순수성을 추구하는 순진한 자들에게 어떤 정치인이나 영향력 있는 인물이 갖고 있는 약간의 도덕적 결함이나 더러움을 알려 자신들의 라이벌이 될 수 있는 유력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할 수도 있다.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서구 사회보다 실리와 거리가 먼 도덕성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야말로 디바이드 앤드 룰을 활용하기 매우 좋은 장소이다. 말만 하고 소문만 내면 서로 싸우고 서로를 헐뜯고 욕하며 스스로 자신들의 세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비용도 매우 적게 든다. 그러니 국민은 개돼지라 밥만 먹을 정도로 살게 해주면 서로 싸우고 헐뜯으며 자신들의 권력에 도전하지 않으니 정치하기 편하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국인이 얼마나 실리 추구에 약한지는 그렇게 도덕성을 갖고 욕하고 싸우는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면서도 정작 국가 청렴도는 180개국 중 51위 수준이며, 부패인식지수 역시 52위이다. 그 싸움이 과연 한국의 국가 청렴도와 부패인식지수를 높이는데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부패지수를 개선할 수 있는 자들을 끌어내리는데 사용되고 있는 것인지 정도는 판단을 해야 하지 않을까?
http://www.ytn.co.kr/_ln/0103_201802220552215563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1/24/0200000000AKR20180124139500001.HTML?input=1179m
국민들로서는 큰 그림에서 이것이 누구와 누구의 싸움인지, 누가 싸움을 잘 하고 결집해야 자기에게 유리해지는지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어준이 소리 높여 디바이드 앤드 룰을 강조하는 것도 정확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필자가 볼 때 한국은 국부를 거머쥔 상위 0.1%와 그들의 자손들 및 측근들로 이루어진 상위 1%, 그들에게 법적, 회계적, 의학적 전문지식과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사를 써주고 그들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많은 돈을 버는 상위 10% 대 하위 90%의 대결 구도를 갖고 있다. 내가 하위 90%에 속한 자라면 누가 싸움에서 이겨야 할지 금방 판단이 될 것이다.
이렇게 이번 글에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쥐었던 레닌과, 지금도 지구에서 가장 큰 부를 갖고 있는 모건의 입을 통해 디바이드 앤드 룰의 핵심과 작동법을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가 많이 체감하는, 그렇다면 각국 정치인들은 어떻게 이 디바이드 앤드 룰을 자신들의 국민과 정적들에게 적용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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