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었다’와 ‘예쁘지 않다’의 상관 관계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문득 거울을 보다 눈가에 입가에 나도 모르게 패인 주름을 발견했다. ‘이렇게 또 나이를 먹는구나’ 흘러가는 세월을 잡고 싶은 마음에 안티에이징에 대해 검색을 하던 중 검색 결과를 무색하게 만드는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노년은 아름다워> … ?
끌리듯 읽게 된 책에서 저자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젊음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아니오’라는 답으로 이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노년의 아름다움은 ‘시선을 끌어당기는 힘’에 있다고 단언한다.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는 주름 속에는 그 사람의 경험과 감정, 관계 등이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스며들어 있어 다른 이로 하여금 한 인간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는 것. 이것이 노년이 말할 수 있는 진짜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고리타분할 줄만 알았던 이 책은 나이 듦에 대해, 아름다움이라는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는 내 팔자 주름이 좋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오래된 것의 가치에 대해 관심이 깊어질 무렵 만난 인물이 있다. 일흔의 나이를 바라보는 빈센트다. 그의 일상을 관찰해 엮은 책 <쓸모 인류>를 보면 나이와 인간의 쓸모는 반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에게는 특별히 기대하는 바가 없다. 나이 들어 힘이 없고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즉 ‘쓸모가 없는 이’라는 단서를 달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라는 수식과도 당연히 멀다. 빈센트는 이런 편견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매일 아침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고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집 안 곳곳을 고치고, 바꾸고 청소한다. 빨래 같은 집안일 역시 그의 몫. 회사로 따지면 총괄이자 실무자인 셈이다.
나이가 들어 가장 쉽게 소홀해지는 일이 집안일임을 생각했을 때 그는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몸을 움직여 자신의 쓸모를 만들어 나간다. 그를 보면 나이 듦에 가려진 오래된 것의 가치가 보인다.
“나이 들어서 좋은 건 세월 덕에 쌓은 삶의 지혜야. 그 지혜를 잘 활용할 수 있으면 나이 듦이 부끄럽거나 슬프지 않지. 그래서 난 내 팔자 주름이 좋아. 내 삶의 깊이니까.”
사람마다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는 기준의 경계가 모호하다. 하지만 패이고 갈라지고 색이 바랜 것을 그저 낡고 오래된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 안에 녹여진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다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을 것이다.
거울 속에 비치는 눈가의 주름,
가죽이 갈라진 어머니의 지갑,
뒤축이 닳은 아버지의 구두,
할머니의 오래된 지팡이…
내 주위를 감싸고 있던 평범했던 풍경이 오늘따라 눈에 다르게 담긴다.
사람에게도, 사물에도.
세월이 빚어낸 미학, 아름다움엔 정녕 유효기간이 없어 보인다.
결과 주름에 담긴 진짜 아름다움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