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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신 Sep 13. 2023

글로 그림을 그리다

태도가 사람을 만들고 생각이 작품을 만든다

2021년 6월 30일
(버프툰&MBC&SBA) 통합공모전
웹툰부문 수상
흰 고양이의 도서관


2021년 6월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다. 웹툰 공모전을 통해서 웹툰 작가로 입봉을 했고, 2023년 1월. 버프툰에서 작품이 론칭되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현재는 시즌2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학교 폭력과 왕따에 대한 주제를 저주라는 소재로 풀어냈고, 이를 추리 스릴러 방식으로 진행시킴으로써 저주의 발단과 과정 그리고 원인과 결과에 대한 세세한 정보들을 학생들의 관점에서 밟아 나간다. 그렇게 작업한 스토리는 벌써 시즌2를 준비하게 되었다.


처음 웹툰 스토리를 기획했을 때 소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평범하지 않지만 대중적이고,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관심받을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 고민은 학교 폭력이라는 어려운 주제로 접근하게 되었고, 조심스럽지만 현실적인 내용으로 퍼즐을 만들어 나갔다.


원래 의도는 OTT 제작을 위해 가지고 있었던 시놉시스였지만, 수정해서 웹툰 버전으로 만들었다. 다행히 웹툰 스토리와 접점이 잘 맞으면서, 그림과 하나가 된 작품은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아직도 고민 중이다. 어떤 스토리로 진행해야 좀 더 대중에게 신선한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줄지에 대해서 말이다.


창 밖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로 인한 재해는 싫어하지만, 답답할 때 비를 보는 건 여전히 선호하는 편이다. 꽉 막혀 있는 가슴이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랄까.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눈동자도를 빗줄기에 고정시키면, 주변의 환경도 나 자신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빗줄기만 볼 수 있어서 좋다. 생각을 많이 하는 직업이라서 그런지 생각을 단순화시키는 행동은 뭐든 호감이 가는 모양이다. 이유야 어쨌든, 지금 비는 오고 기분은 좋아진 상태다.


평소 남들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이든 작품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편이지, 거기에 의견이나 평가는 기피하는 편이다. 작품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세계관이 나오는 것이지, 이를 다른 작품과 비교하는 대상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나에게도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그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누군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고, 내 작품도 누군가의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빠지는 건 마찬가지 일 것 같다. 작품의 평가보단 가치로 인정하고 대하는 것이 좋은 방향성이라고 본다.  


이런 가치관은 다행히도 주변 선배 작가님들께 어깨너머로 배웠다. 존중하는 법과 존중받는 법을 배웠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이는 처음 작가로 활동하던 시절,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신인 작가라고 챙겨주셨던 선배 작가님들은 지금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며,  가끔은 나의 작품도 지켜봐 주신다. 대단한 사람이 대단한 게 아니라, 대단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대단하다는 걸 일깨워 준 사람들. 나에겐 그분들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웹툰 시즌2 준비도 계속 진행 중이지만 틈 나는 대로 새로운 웹툰 기획은 소홀히 하지 않는 편이다.  적어도 나에겐 한 번에 대단한 스토리를 뽑는 건 불가능하기에, 다양한 소재에 대한 시놉시스는 평소 메모를 많이 해두는 편이다. 그래도 그렇게 메모해 둔 시놉시스들 중 작품화된 것들이 좀 있어서, 이 습관은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중이다.


처음 에세이 작업을 진행했을 때, 어떤 글을 적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어렵게 내린 결론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기로 정했다는 거다. 장르별로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서 소소하게 전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엉뚱하고 독특한 기획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 소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엔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시나리오 작업도 포함이지만, 특히 웹툰 작업은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보단 그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냥 좋은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글이 그림으로 나왔을 때를 상상해야 하며, 글보단 그림을 더 빛나게 해 준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태도.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그런 과정이 있어야 좋은 작품으로 이어지는 단계가 되지 아닐까 싶다. 물론 나도 그 과정에 포함되어 있으며,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어렵지만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긴다.


태도가 사람을 만들고, 생각이 작품을 만들며, 글이 그림을 그린다고 난 믿는다.  



<그림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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