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산책길이 좋은 이유
발길이 닿는 대로
시선이 가는 대로
그냥 걷는다
인적을 감춘 이곳은
정적과 소소한 바람만이
곁에서 조용히 나부낀다
조용히 눈을 감고 걷다 보면
풀피리 소리, 메뚜기 소리가
귀에서 메아리 친다
고뇌는 이내 번뇌로
이내 무뇌로 이어진다
숨소리와 발걸음 소리만이
정적을 괴롭히는데
화난 메뚜기들이 사납게 짖어 댄다
검게 물든 구름은
이 내 마음을 대변한다
터질 듯한 심장은
스산한 바람과 평온한 초원에
조심스레 몸을 맡긴다
망상은 생각으로
생각은 평범함으로
평범함은 스산한 바람을 따라
평온한 초원에 묻힌다
평온한 산책길이 좋은 이유는
그곳에 내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